방어의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적의 공격을 저지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방어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격을 ‘기다리는’ 일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징이 항상 군사적 행동을 방어적 행동답게 만든다. 그리고 방어는 이러한 특색에 의해서만 공격과 구별된다.
--- p.491
어떤 국가가 적국에 비해서 아무리 약소하고 열세에 놓여 있다고 해도, 이러한 최후의 노력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국가는 혼이 빠진 국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가가 이와 같이 마지막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희생이 많은 강화를 체결함으로써 완전한 몰락을 면하려고 하는 방침과 서로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 이러한 강화를 체결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방어 방책에서 얻어지는 이점과는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방어 방책은 강화를 곤란하게 하거나 강화 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를 손쉽고 유리하게 한다.
--- p.702
그러나 전쟁이라는 사건에서 볼 때, 적국(敵國)이란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적의 전투력이며, 다음으로는 적의 국토이다. 하지만 그 밖에도 특수한 정황에 의해서 뚜렷이 유력하게 될 만한 요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정치적 사정, 다시 말하면 내정 및 외교에 관한 사정이며, 때로는 이것이 기타의 모든 것보다도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그런데 전투력과 국토만이 적국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해도, 또 국가와 전쟁 사이의 모든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지라도 이 두 가지 요소는 항상 지배적이며, 중요성에서 보면 다른 모든 관계보다도 현저히 우세하다. 전투력은 자기 나라를 지키고 적의 국토를 공략한다. 이에 대해 국토는 전투력을 배양하고 또 끊임없이 이것을 새로 생산한다. 따라서 서로 의존하고 서로 돕는 이 양자는 똑같이 중요하다.
--- p.704
공격이든 방어든 전쟁의 목표는 적의 완전한 타도이고, 그 수단은 적의 전투력의 격멸에 있다. 방어는 적 전투력을 격멸함으로써 공격으로 옮기지만, 공격은 적 전투력을 격멸함으로써 국토의 침략을 개시한다. 따라서 적의 국토가 공격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의 대상은, 적의 국토 전체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 일부분일 때도 있고 한 지역일 경우도 있으며, 혹은 하나의 요새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것은 계속 영유하든 다른 것과 교환하든, 어느 것이나 강화 때 정치적 압력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 p.775
공격자의 의지와 병력이 대규모 결전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격자는 전략적 공격을 의도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경우의 공격은 무엇보다도 사소한 목표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이 성공하면, 공격자가 이 목표에 도달하자마자 모든 것이 정지되고, 피아 쌍방 사이에는 균형 상태가 생긴다. 또 공격 중에 약간이라도 곤란한 상황이 되면, 전면적인 전진 중에 때 이르게 정지 상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전진 대신에 단순한 우발적 공세나, 또 때로는 전략적 기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대개의 전역의 성격이다.
--- p.810
견제는 일종의 공격이지만, 보통의 공격과는 달라서 적의 병력을 주요 지점에서 유인해 내는 공격에 한한다. 그리고 이것이 주된 의도일 경우에만 견제가 독특한 공격 행동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만일 공격이 대상 그 자체에 대한 획득을 의도한다면 그것은 보통의 공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견제가 공격 목표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목표에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적도 이것을 방어하기 위하여 부대를 파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격 행동이 견제로서의 효력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이 견제를 위해서 사용된 병력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 이 목표를 획득함으로써 충분히 그 수고가 보상된다.
--- p.834
요컨대 전쟁술이 실제로 변화한 것은 변화한 정치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전쟁술의 이와 같은 변화는, 정치와 전쟁의 불리 가능성을 입증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자가 내부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유력한 증명이다.
따라서 지금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해두고자 한다―전쟁은 정치의 도구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항상 정치의 척도로 측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전쟁 지도는 그 요지에서는 정치 그 자체이다. 정치는 전쟁에서 펜 대신에 칼을 가지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법칙에 따라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 p.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