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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리뷰 총점9.7 리뷰 49건 | 판매지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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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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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50g | 130*188*20mm
ISBN13 9788931010244
ISBN10 89310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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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종이띠를 떼어내고 핀을 통째로 뽑아버렸네. 순간 크고 야릇한 눈 네 개가 나를 바라보더군. 내가 그림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기묘했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이 놀라운 동물을 갖고 싶다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이 몰려오지 않겠나! 결국 나는 나비의 몸에서 핀을 뽑고, 벌써 건조가 끝나 형태를 잃지 않은 나비를 손에 쥐고 방에서 나왔네.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생애 최초의 도둑질이었지. 그런데도 그 순간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오직 하늘을 날 듯한 기쁨밖에 느끼지 못했네.
--- p. 39

어느 시집에 바치는 시 

나무에선 나뭇잎이,
인생의 꿈에선 노래가
살랑살랑 나부낀다.
우리가 처음 노래한 이후
많은 것들이 가라앉았다,
부드러운 멜로디들이.
노래도 죽는다.
영원히 울려 퍼지는 노래는 없다.
모든 것이 바람에 실려 사라진다.
스러지지 않는 것들의
세속적인 비유인
꽃도 나비도.
--- p.45

하지만 그보다 더 고약한 것은 나비 수집이 불러온 전염의 위험이었다. 거기 머문 지 여드레 정도가 지났을 때 함께 여행을 하는 친구에게 급기야 산악 트레킹을 하다가 이런 말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나도 나비 수집을 해볼 생각이고, 게다가 잡은 나비를 죽이는 데 청산가리 대신 에테르를 쓰겠다고 말한 것이다. 동행자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나는 그제야 불현듯 내 상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나는 즉시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곤충학자들의 채집 활동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다. 결국 나는 그들을 따라나섰는데 지금도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프레다에서 보낸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기 때문이다.--- p.56~57

“자연엔 그런 일이 넘쳐나.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설명하지는 못해. 다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어. 그 나방 종에서 암컷이 수컷처럼 흔했다면 수컷은 결코 그렇게 예민한 코를 갖지 못했을 거라고! 수컷들이 그런 코를 가지게 된 건 스스로를 그렇게 단련시켰기 때문이야. 결국 동물이든 사람이든 온 신경과 의지를 어떤 특정한 것에 집중하면 그것에 도달할 수 있어.” --- p.84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가련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날개와 더듬이, 그리고 우단 같은 털가죽 몸통이가 떨리는 손에 의해 깨끗이 표본 처리되어 불멸의 존재로 남은 것도 결코 헛되지 않았다. 미라가 된 이 파라오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게 자신의 햇빛 찬란했던 제국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훗날 이 미라가 산산이 흩어지고 나 역시 오래전에 소멸된 뒤라 해도 어디에선가 복된 놀이와 지혜로운 미소의 흔적은 한 영혼 속에 다시 피어나 계속 대물림될 것이다. 마치 투탕카멘의 황금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반짝거리고 구세주의 피가 지금도 흐르고 있듯이. --- p. 92

“자네가 나비와 딱정벌레 중 일부를 내게 준다니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일세. 그것도 아직 표본 처리가 안 된 것이라니! 난 그런 걸 좋아하네. 직접 표본을 하고 싶으니까. 아무튼 언제 기회 되면 내가 인도에서 잡아 온 나비 수집품을 구경하면서 두 개 이상 있는 표본 중에서 몇 점 골라보시게.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중에 아름다운 것들이 꽤 있네. 삼백 마리 정도 가져왔는데, 두세 마리씩 있는 것들도 있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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