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해 품고 있는 나의 마음 중에는 분명 무모한 환상으로 빚어진 부분이 있다. 때때로 나는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외면한다. 나는 그 못지않게 이기적이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일말의 애정을 느끼고 있다면, 내가 자신에 대해 착각하는 것을 어느 정도 허락해주어야 한다.--- p.72
우리가 서로의 또다른 연인을 묵인하는 것은 남들보다 쿨하다거나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지독한 미련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누군가를 안다는 착각은 넓은 아량을 베풀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환멸을 견뎌내는 것이 위로가 될지 후회로 남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방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p.99
예쁜 옷을 입고 잘빠진 구두를 신고 신나는 음악을 듣고 멋진 남자와 팔짱을 끼고 좋은 차를 타고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것만으로 삶이 행복하고 충만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설령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그런 꿈들은 이루어질 가능성의 여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결국 타인을 이해하고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 꼭 그렇게 대책 없는 데에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이다.--- p.195~196
관계의 정의가 가장 절실해지는 순간은 관계를 끝맺을 때다.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끝낼 수도 없다.--- p.226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진정한 사랑이라 표현하기엔 과분하고, 만남이라 말하기엔 부족한, 치기 어리고 무책임한 애정에 얽혀 있다. (…)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외면하지 않길, 치열하게 사랑하길, 지난 기억들을 기꺼이 미화시켜 추억으로 남길 수 있길, 몇 번을 사랑하고 돌아서도 헤어짐에는 늘 서투르길……
글을 쓰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이상하리만큼 아프다. 적어도 글을 쓰는 행위는 여느 사랑과 다르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