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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맛있게 사는 법

그 여자가 맛있게 사는 법

[ 양장 ]
은세린 저 | 눈과마음 | 2003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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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83쪽 | 50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433613
ISBN10 898943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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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은세린
- 1970년 4월 15일 生
- 2001년 4월 온라인 소설 연재 시작
- 주요 작품 : <가면의 시간> <빌링스에서 온 남자> <사랑이라는 이유> <내 안의 그대> 등을 집필했으며, 현재 <슬픈 그리움의 사랑> 연재 중
- e-mail : tpfls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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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가 발견한 킹카, 심봤다!

“은미야! 너 아직까지 자니?”
비몽사몽 속에 끼여든 엄마, 하순의 목소리에 은미는 끙끙대며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한 소설책을 차마 놓을 수 없어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읽느라 잠을 못 잤다. 거기다가 소설책의 영향으로 밤새도록 꿈을 꾸느라 잠도 설쳤다.
“어휴, 답답해.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일찍 일어나서 방 안에 환기 좀 시키고 그러지. 방 안 공기가 이게 뭐냐?”
“엄마……, 제발…….”
“제발이고 나발이고 빨리 일어나.”
“딱 5분만…….”
“근데 얘가……, 너 그 연애소설 또 읽었지? 그거 보면 돈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맨날 아침에는 깨워도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뭐 좋은 거라고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그런 걸 읽어?”
“엄마가 드라마 보는 거하고 똑같은 이유지, 뭐.”
“니가 그 소설책 읽는 거하고 내가 드라마 보는 거하고 차원이 같니? 맨날 연애소설만 읽으니까 눈만 높아져서 여태 남자친구 하나 없으면서…….”
하순의 말에 은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와 얘기를 해봤자 본전도 찾기 힘든것을…….
“지연이는?”
은미는 이불 속에서 얼굴만 삐죽 내밀고 같이 사는 후배를 찾았다.
“지금 몇 시라고 지연이를 찾아? 벌써 나간지가 언젠데.”
“몇 시야?”
“7시 15분이야. 얼른 씻고 준비해야지. 오늘 본사 간다며.”
“알았어.”
“대답만 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지 못해?”
하순은 은미가 덮고 있는 이불을 제쳤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침대에 앉은 은미는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순은 은미의 모습에 혀를 끌끌차며 작은방과 연결된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엄마, 추워.”
창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찬 기운에 은미는 다시 이불을 끌어다가 몸에 둘렀다. 그 모습을 본 하순은 다시 혀를 찼다.
“창문 좀 열고 살아라. 답답하지도 않니?”
“여기는 3층이야. 말 많은 딸년들 어떤 놈이 기어올라와서 업어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투덜거리는 은미의 말에 방 안을 나가려던 하순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던진 말.
“엄마 소원이다.”
은미는 기가 막힌 듯 뜨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을 나가는 하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은미는 엄마의 충고를 들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었다. 하순의 갖은 협박에 겨우 일어나 집을 나섰지만 정신이 몽롱했다. 이런 상태로 어찌 운전은 하고 왔는지…….
은미는 건설 감리회사인 서진감리회사의 경리담당이다. 회사에서 공사 감리를 수주 받으면, 건설현장에 감리단이 파견되어 간다. 책임자인 감리단장과 경리담당, 같이 일할 남자직원 몇 명. 공사의 크기에 따라 파견 인원도 다르다. 얼마 전 좀 짧은 공사에 파견되었다가 6개월 만에 공사가 끝나고 복귀했다. 하지만 다른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 며칠 기간이 남아 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고 있던 중에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새로이 시작되는 공사에 파견 될 모양이었다.
은미는 회사가 있는 빌딩 주차장에 자신의 애마인 소형차를 세우고 로비로 들어섰다. 서진감리회사는 빌딩의 꼭대기 층인 10층과 그 아래 9층을 임대해 쓰고 있었다. 1층의 넓은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향하던 은미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에 갑자기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정신이 번쩍 들면서 로비 한가운데에 우뚝 멈춰 섰다.
은우보다 조금 더 큰 키에 까만색의 무릎까지 덮는 길이의 울 코트를 걸치고 무언가 골똘히 자신만의 사색에 잠긴 듯한 남자. 시력이 남부럽지 않은 은미에게 거리가 멀어도 남자의 외모가 한눈에 띄었다. 마치 잡지나 영화 속에서 금방이라도 나온 듯한 남자의 모습은 순간 은미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그의 멋진 모습은 주위를 압도하며 빛을 뿜고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은미의 가슴은 둥둥둥 북소리를 냈고, 그녀의 눈은 평상시의 배나 커졌다. 그녀가 하순과 지연이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끼고 살다시피 하는 연애소설 속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한 마디로 킹카 중에 킹카리라.
저런 사람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이 실존하다니……. 그것도 같은 건물에, 지금 바로 눈앞에.
은미는 그의 모습에 빠져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했다. 누가 봐도 넋이 나간 모습으로 입을 떡 벌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침까지 흘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남자는 은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들어 로비 한가운데 우뚝 멈춰 서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은미를 쳐다보았다. 순간 은미는 그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치자 갑자기 온몸이 오그라드는 듯했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유독 밝히는 은미였지만 이런 경험, 이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었다.
은미가 넋을 빼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문득 자신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는 생각과 그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은미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그녀의 목소리에 닫치려던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그 멋진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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