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것은 평균을 내는 방식입니다. 특별히 예쁘게 생긴 눈의 모양이나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눈 모양을 합쳐놓았을 때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죠. 즉 평균적인 얼굴에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균적인 얼굴을 보면 어딘가 연예인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요. 맞습니다. 연예인의 얼굴은 우리 얼굴을 합쳐서 평균을 내어놓은 얼굴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연예인의 얼굴은 우리들 얼굴의 평균값인 것이죠.
이렇게 보면 연예인을 기준으로 한 메이크업은, 자기 얼굴을 평균값에 맞춰가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메이크업은 평균과 다른 자신의 얼굴을 평균으로 맞추기 위해, 넘치는 것을 가리거나 부족한 것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죠. 따라서 이 방식은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은 아니에요. 평균에서 가까운 사람은 메이크업을 할 때 유리합니다. 평균에서 벗어난 부분이 조금밖에 없으니, 메이크업을 하는 데 어려운 방법이 필요하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평균에서 먼 사람은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리거나 도드라지게 만들어야 할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메이크업으로는 해결되지 않기도 합니다.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죠.--- pp. 13~14
유행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매번 새로운 표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올해에, 이번 시즌에 특정한 색을 정하는 것이죠. 문제는 색이 얼굴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굴은 뺀 나머지 부분에도 모두 색이 있어요. 옷에도 색이 있습니다. 귀걸이나 목걸이, 시계와 가방과 신발에도 색이 있어요. 이것들이 나에게 모여 하나의 조합을 이룹니다. 그러니까 유행을 따라가려면 이런 것들을 계속 조합시켜야 합니다. 옷장, 신발장, 화장대에 미술책에 나오는 색상환만큼 많은 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면 조합을 만들 수 있어요. 장비들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없다면 유행에 따라 새로 사야 합니다. 모든 것을 새로 살 수 없다면, 있는 것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조합을 해봅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이제 답은 브라운 하나가 남습니다. 모두가 브라운이죠.--- pp. 22~23
메이크업을 보통 언제 하죠? 평일 출근하기 전에 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출근을 앞둔 시간은 급합니다. 급한데 오늘은 제법 중요한 미팅이 있습니다. 프리젠테이션도 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강하고 선명한 인상을 주기 위해, 아이(eye)메이크업을 과감하게 스모키 콘셉트로 해보려고 합니다. 엊그제 SNS를 하다가 ‘단숨에 할 수 있는 아이메이크업 팁’을 보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과감하게 도전합니다. 그런데 보란 듯이 이상해집니다. 거울 속에 서서히 팬더곰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더 이상의 도전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오늘도 브라운입니다. 날고 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해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타고난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타고난 거니까 이야기의 대상이 되지 않아요. 저를 포함한 우리는 모두 보통사람들이에요. 연습이 필요하죠. 메이크업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pp. 32~33
메이크업은 매일하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요. 꿀맛 같은 아침잠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이크업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 단순한 몇 가지 세트를 돌려서 쓰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많은 방법, 많은 제품, 많은 도구들을 모두 조합하려면 너무 힘들어요. 게다가 그 모든 것들이 나와 어울린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해요. 복잡해 보이는 섀도(shadow)를 볼까요? 정말 다양한 색상의 섀도가 출시됩니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어울리는 색은 딱 몇 개에요. 새로운 제품을 사야할 때, 쓰던 섀도 케이스를 열어보면 알 수 있어요. 주로 쓰는 색은 바닥까지 긁어서 씁니다. 하지만 나머지 색은 거의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매번 떨어지는 색이, 모두가 쓰는 브라운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럼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색을 보세요. 그게 무의식적으로 내가 선호하거나, 나한테 어울리는 색일 가능성이 많아요. 그럼 그것을 중심으로 가는 것이죠. 그렇게 주로 사용하는 몇 가지 색만 구입하는 것이죠. --- pp. 44~45
이런 것은 실생활에서도 자주 겪습니다. 미용실에서 오랜만에 펌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자리를 잡은 것 같군요. 보통 이럴 때 ‘펌이 약간 풀려서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펌이 약간 풀려서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었다면, 그건 미용실에서 디자이너가 실수를 한 것이겠죠. 실제로는 펌이 약간 풀려서 자연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새로운 머리 모양에 눈이 익숙해진 것입니다.
보통 메이크업과 관련된 많은 콘텐츠들에서 안내하는 것들을 시도하다가 그만두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책과 동영상에서 나온 대로 해보는데 뭔가 어색한 것이죠. 곧 실망을 하고는 책을 덮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른 판단입니다.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연습을 서둘러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고, 연습을 계속 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 pp. 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