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에서 손복으로 바뀌어 귀한 손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은근히 겁도 난다. 이웃들과 모여서 음식 만들며 이런 저런 훈훈한 이야기하며 사는 재미도 잊혀간다.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어 따뜻한 마음 주고받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다 진짜 내 손이 녹이 슬어 못 쓰게 되면 어쩌나 살며시 걱정도 된다. 내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부침개라도 부쳐 상가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는 마음에 어느새 내 손에는 시장바구니가 들려 있다. --- p.50
내가 꿰매준 운동화를 신고 우리 아이도 엄마의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받은 사랑만큼 이웃에게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 가난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아버지의 크신 사랑이 따뜻한 감성으로 살아가는 오늘의 나로 이어졌듯이 다음의 우리 아이에게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 p.142
나 역시 매일 보는 이 여인의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며 사는 집도 모른다. 그녀의 신상에 대해 물어보면 엉뚱한 대답뿐 아니라 두서없는 말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럽다. 남편이 있다고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도 하는데, 가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믿을 수도 없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혹시라도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예전의 그 여인처럼 바람같이 사라지면 어쩌나,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