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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법문명권 속의 일본사

동아시아 법문명권 속의 일본사

: 유교핵 정치문화를 중심으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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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53*224*30mm
ISBN13 9788946059283
ISBN10 894605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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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후카야 가쓰미
1939년 미에현(三重縣) 출생. 와세다 대학(早?田大學)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일본근세사 전공), 1974년부터 같은 대학에 근무, 1980년 [백성잇키의 역사적 구조(百姓一揆の?史的構造)]로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95년부터 '아시아민중사연구회' 대표, 2010년 와세다 대학 정년퇴직 후 현재 명예교수. 일본근세사 전공,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교수이다. 대표논저로는 「東アジアにおける近代移行期の君主?神觀念?救濟と平等への待望シンボルについて?」(2005, 『アジア歷史文化硏究所シンポジウム報告集?近代移行期の東アジア?政治文化の變容と形成?』), 「東アジア法文明と圈敎論支配 -近世日本を中心に」(2006, 『アジア地域文化學の發展』, 雄山閣), 「「現代」を背負う近世史像」(2006, 『日本史硏究』526)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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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근대 이전에 주안점을 두고, 동아시아를 하나의 '유기적인 역사적 구조체'로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필자는 전근대 동아시아의 제 국가, 제 사회가 어떤 공통항으로 통합되는 일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광지역사로서의 동아시아사를 구성해왔다고 본다.
(/ p.46)

임진전쟁의 결과 '중화 황제'화의 욕구가 좌절되고 난세에서 치세로 전환한 일본은 '무사(無事)의 시대'에 적합한 백성 통치를 위해 민본·균산(均産)·태평 등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법문명권의 유교적 정도론, 즉 민본주의와 교유주의에 입각한 군주제적 지배를 마치 마른 모래땅이 물을 흡수하듯이 중국, 조선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왕권 자체의 정통성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명분상의 정통성이 깊이 침윤함으로써 내실 면에서 고대, 중세보다 동아시아화가 현저히 진전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애초부터 반발적으로 일본의 독자성을 강하게 의식하고 긍지로 삼던 일본화의 기세도 더욱 증폭되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 p.107)

임진전쟁의 결과 '중화 황제'화 욕구가 차단되고, 히데요시 사후 도요토미 계열 다이묘인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 1560~1600)와 무단파(武斷派) 다이묘들 사이의 강화교섭을 둘러싼 내분이 천하의 패권을 다툰 세키가하라 내전으로까지 전개된 끝에, 결국 에도를 중심으로 한 도쿠가와 정권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즉, 임진전쟁은 근세국가 성립의 방향을 강력히 규정한 것이다.
(/ p.112)

'동아시아화'란 문명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보다 보편적인 정치문화를 흡수하여 자신의 왕조 내부에 널리 확산시키는 과업을 자기 존립의 조건으로 인식한, 다시 말해서 동아시아로부터 가해진 무력 외적인 압력에 대한 일본 근세의 대응이었다. 동아시아화를 택하지 않으면 일본 왕조로서 정치적, 문화적인 자립이나 상승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 p.154)

'사농공상'이란 말은 동아시아 고전고대의 춘추전국시대에 기원을 두며, 조선의 경우도 일본과 의미하는 바는 조금 다르지만 널리 사용되었다. 즉, 동아시아 세계에 보편화된 용어였던 것이다.
(/ p.168)

근세 일본이 동아시아 관료제 국가의 일종이었으며, 따라서 이런 점에서도 동아시아 법문명권 내부에 굳건히 자리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조선 같은 관료제 국가와 비교해서 일본의 무가정권은 영주제=봉건제 국가였고 그 점이 바로 근세 일본이 유럽과 닮은 증거라고 오랫동안 이해되어왔다. 이런 종래의 통념은 중국, 조선이 관료 등용을 위한 과거(科擧)의 응시 자격을 널리 천하에 개방한 데 비해 세습제, 신분제에 의거해온 일본은 관료 등용이 폐쇄적이었다는 인식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근세 일본을 동아시아 관료제 국가의 일종으로 인식한다면 여타 동아시아 국가와의 차이점은 개성적인 부분(=분자)으로 이해해야 마땅하다.
(/ pp.178 ~ 179)

'동아시아화'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이 책을 통해 필자가 제기해온 정치적 제 가치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산 위에서 물이 흘러내리듯이 일본열도로 자연스럽게 유입된 게 아니다. 체제가 직면한 모종의 저항을 반드시 분쇄하고 극복할 필요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되었으며, 그 덕분에 유효성을 발휘해 민간에까지 침투할 수 있었다.
(/ p.198)

필자가 이 책의 제명으로 쓴 "동아시아 법문명권"이란 개념어에서의 '법'은 본래적인 '법'과 '유'의 관계도 그 각각에 내포된 가치관까지도 애매하게 해석되는, 사람이 기준으로 삼고 따라야 할 내적인 규율을 가리키는 의미로써 '법(원문 표현은 'ノリ')'의 용법이다. 일본인의 일상 속에서 '법'은 덕의(德義)에 입각한 규준이나 천지에 일관된 원리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예와, '법에 저촉되다'와 같이 실제적인 법규를 가리키는 용례가 있다. 필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일본어의 '법(ノリ)'에 가까운 의미로 '법문명'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처벌이 부가되는 규칙으로서 '법'을 '유'와 구분해서 사용한다.
(/ p.199)

일본이 이런 관계 구조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가가 필자에겐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일본사회가 동아시아 법문명권 속에 존재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공통의 초월 관념을 일본도 받아들였다는 점을 논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동아시아 세계가 '천(天)'을 우위에 둔 초월 관념을 공유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근세화'에서 '근대화'에 이르는 시대의 일본사회도 '천'을 초월 관념의 최상위에 두고 거기에 유·불·도의 신불(神佛) 및 여러 토속적인 신 관념이 융합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이해하고 있다. 일본사에서 '천' 관념은 지배 권력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사회의 길흉을 판정하는 힘으로도 기능했다.
(/ p.232)

근세의 동아시아 세계가 오랜 기간 비전(非戰) 상태를 지속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웨스턴은 같은 기간을 전쟁과 강화교섭으로 지새웠다. 죽고 죽이는 격전의 와중에도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비상시 서로 연합할 수 있었던 점도 서양 법문명권의 실재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웨스턴은 무력 투쟁, 합병, 독립이라는 자기 분열의 역사를 하나하나 현실적으로 극복함으로써 마침내 주권국가로 탈피하게 된 국가군(國家群)이다. 동아시아에 비해 같은 군주제이긴 해도 이미 '왕조국가'가 아니라 '주권국가'로서의 왕정이었던 것이다. 이 세계는 자신들이 공유하던 약육강식의 논리를 외부로까지 강화했고, 결국 비전 상태의 동아시아 법문명권이 보지해온 화이와 사대의 의식을 완전히 불식시켜버렸다. 그 세력 확장의 방식은 인접한 지역을 공략하는 동아시아적인 발상과는 전혀 달라서 원격지에서의 식민지 건설을 도무지 개의치 않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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