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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 씨 이야기

박모 씨 이야기

: 나는 만화인이다

박무직 저 | 시공사 | 2003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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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2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2720290
ISBN10 895272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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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무직
진정으로 만화를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작가. 대학 2학년 때인 1993년 순정만화계의 청일점으로 만화계에 데뷔했다. 그후 순정과 소년의 영역을 넘나드는 만화가로서의 본업 외에 만화작법을 발표했고, 만화와 관련된 글쓰기도 즐겨하면서 만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구상하고 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작업에만 몰두하는 일반적인 만화가들의 모습과 달리 청소년 보호법이나 대여점 문제 등 만화계의 현실적 문제들을 심도있게 논의하면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기도 하다. 현역 만화가이고 만화계의 문제나 싸움(?)에 많이 관여했고 고민했던 만큼 이 <박모 씨 이야기>에는 안일한 단순 작품 소개보다는 가능한 현실적이고 중요한 사안들을 지면을 통해 애기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담겨있다.

대표작 : 하늘속 파람별, Black&White, 에피소드, NEW 무일푼만화교실, TOON, 박무직 만화공작소, Feeling
현재 순정지 비쥬에 T. R. Y 연재중 작가 홈페이지
http://parkmossi.hi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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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실로 이 땅의 만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해적판 만화'들!
이 해적판 만화들은 일반적으로 1952년(먼 옛날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의 혼란기 부산에서 분연히 일어난 한 고교 선생 '김상O'이 만화가와 함께 작업한 '밀림의 왕자'가 대히트를 쳤고, 이것이 한국 해적판 역사에 최초로 이름을 새기며 해적판 역사를 시작하였다는 것이다(김상O 교사님은 그때 떼돈을 벌어 만화 출판사를 차렸다).

해적판... 우리는 먼저 해적판에 대해 규정할 필요가 있겠다. 도의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우리나라는 저작권에 관대[무지?]하여왔으며 상당히 출판 환경이 바뀐 지금도 그렇다. 1990년대 초반 무렵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해적판을 단속해 달라는 만화계의 요청에 '돈 안내고 좋지 뭐'라고 대답했었다는 전설이 떠돌았었다) 만화는 크게 '표절만화'와 '복제만화', '빽판'으로 나눌 수 있다.

표절 만화 -> 표절한 만화
복제 만화 -> 라이트박스나 트레이싱페이로 베껴 그린 만화. '우주 해적 코브라'나 '금봉이(란마1/2)' 등이 있으며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등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1952년의 최초의 해적판도 베껴 그린 만화였으며, 지금의 여러 원로 만화가들을 포함하여 한때 신인들은 거의 강제적으로 이런 작업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복제 만화가 사라진 것은 저작권이나 출판 환경의 개선이아닌그냥 빽판의 등장으로 모조리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추한 역사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빽판 -> 1990년 이후 복제 만화는 거의 사라졌으며 이는 빽판 때문이었다. 빽판은 외국의 만화 단행본에다 매직과 화이트를 적당량 토핑해서 우리 입맛이나 윗분들 눈높이에 맞게 개선한 후 번역하여 낸 만화이다. 해적판이라 하면 복제 만화와 빽판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임시로 빽판만을 해적판이라고 부를 생각이다.

해적판(빽판)의 역사는 길지만 현재 우리에게의미를 가진 해적판들은 1990년대의 산물이다.『드래곤볼』의 해적판들이 바로 그 시작인데 이 해적판들은 5백원짜리 포켓 사이즈였고 값이 싸서(화투만한 크기의 1백원짜리도 있었지만) 널리 퍼졌으며 차후 만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심지어 매직으로 적당히 토핑했던 해적판 특유의 의성어 레터링 디자인이 소년지의 주류 의성어로 등장할 정도였다.

해적판, 즉 빽판은 가요계가 그러했듯이 시장이 작가 자유가 적은 나라에서 예술가들이 외국의 걸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지금은 인터넷). 이 해적판 세계는 1990년대 말에 급속도로 망해가다가 지금은 거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올바르게 라이선스 만화가 늘어나고 있는 상태에서 1997년 7월 1일자로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이 출판업자, 판매업자를 무더기로 구속해버렸을 때 해적판계가 큰 데미지를 입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문제는 해적판뿐 아니라 만화 전체가 큰 데미지를 입었다는 거다. 아~~~!!!).
이후 시대는 라이선스의 시대가 되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살펴볼 해적판 만화는 해적판 역사를 마감하는 20세기 말, 마지막 세대의 걸작이다. 만화 해적판 『자자공주 무협여행』은 종말 직전의 해적판이다. 나는 이 『해적판 자자공주』의 오리지널을 무시할 작정이다. 어차피 번역이란 원작의 훼손 혹은 재창작이란 말도 있지만 특히나 해적판의 번역은 조악한 것이 관례여서 원작의 문장이나 내용과 억소리 날 만큼 차이가 많은 것이 보통이다(사실은 라이선스 번역본도 정도의 차이만 있고 비슷하다). 하여간 이 번역문을 존중하고 원작과의 거리를 두기 위해 『해적판 자자공주』라고 부르기로 했다. 해적판답게 끝이 안나고 2권만 나온 『해적판 자자공주』는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시추에이션으로 진행한다. 스토리는 단순, 단순, 왕단순이다.

『해적판 자자공주』는 해적판의 걸작이다. 그렇다. 이 작품은 걸작이다. 왜걸작일까? 다시 한번 해적판(1990년대 해적판)에 대해 생각해보자. 5백원짜리 조악한 해적판 만화는 예상 외로 볼 만 했지만(만화책의 크기는 만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펜과 스크린톤 때문인데 인쇄물의 크기가 작아지면 이 스크린톤과 펜터치-주로 해칭-가 사정없이 파괴된다) 여전히 조악했다. 그후 책의 크기가 커졌어도 만화의 인쇄 기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책을 뜯어 인쇄한 조잡한 인쇄질, 거기에 사정없이 토핑된 먹칠! 화이틀칠! (부르르 ~~~)

『해적판 자자공주』는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깨끗, 깔끔한 인쇄를 자랑하는 해적판이다. 스크린톤도 비교적 잘 살아 있는 편이며 잉크가 번지거나 하는 일도 '비교적' 적은, 그간 다져온 한국 해적판계의 기술적 노하우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수작이라 하겠다(남의 작품에 먹칠하는 웃기는 노하우의 현란한 첨단 기술을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공중파의 애니메이션을 보시길. 본인은 방송사 수정팀에서 한국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거기에 무엇보다 『해적판 자자공주』 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먹칠! 화이트 칠!이 적다는 데 있다. 한국의 해적판 업자들은 의외로 도덕적이어서(사실은 해적판 단속의 유일한 법적 장치가 음란물 규제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장면이나 여성의 신체가 노출되는 장면은 꼭 먹칠! 화이트 칠!을 하곤 했다. 『해적판 자자공주』는 이런 부분들을 극히 적은 수정만으로 처리했다. 실로 예술적 미덕을 가진 해적판이라 할 수 있겠다.
--- pp. 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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