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의 후반기를 살았던 도연명은 당시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이러한 시대 풍조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였다. 노장철학을 수용하였으나 당시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추구하던 신선의 존재를 믿지 않았으며, 노동을 중시하고 의식을 위한 근면을 강조하였다. 술을 매우 좋아했지만 자신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방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역모(逆謀)와 찬탈(簒奪)이 자행되고, 사람들은 염치(廉恥)를 잃었을 때, 도연명은 홀로 자신의 분수를 지켜 갔다. 그것은 수양된 인격과 합리적 사고로, 현실과 자신에 대한 갈등을 조화할 수 있었던 데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 p.26
사람들의 행동은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른 것인데, 혼란한 세상에서는 옳고 그름을 드러내어 칭찬하거나 헐뜯는 일이 많다. 하은주(夏殷周) 삼대(三代)의 말기를 의미하는 ‘삼계(三季)’는 바로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는 진시황(秦始皇) 시기에 포악한 정치와 세상의 혼란을 보고 상산(商山)에 은거했던, 이른바 상산사호(商山四皓) 가운데 두 사람이다.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밝힌, 지금의 귀은(歸隱)이 옳고 지난날의 행동들이 잘못되었음을 반성하고 바른 길을 택하겠다는 귀거래(歸去來)의 선언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결정이었다고 하겠다. --- p.59
도연명의 사상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생활면에서는, ‘안빈낙도(安貧樂道)’, ‘곤궁에 굳센 절개[고궁(固窮)]’, ‘봉천명(奉天命)’ 등 유가에서 획득한 엄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도가의 말류(末流)인 방탄(放誕)이나 신선(神仙) 추구에 빠지지 않았다. 정신면에서는, ‘순응자연(順應自然)’, ‘초월(超越)’, ‘달관(達觀)’ 등 도가에서 획득한 소박하면서도 지혜로운 경지로 유가의 말류(末流)인 허위적 명교(名敎)를 초월하여 세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즉 그는 유가와 도가의 철학을 선별적으로 취사하여 인격과 사상을 형성해 내었다. 진연걸(陳延傑)이 “도연명의 사상은 깊고 평탄하면서도 굳세고 열렬하여, 이미 진정한 명교(名敎)에 위배되지 않았고 또한 진심으로 자연(自然)에 맡겨 따랐으니 아마도 유가와 도가의 말을 종합하여 시화(詩化)한 자일 것이다.(陶淵明之思想, ?夷抗烈, 旣不違反名敎, 又信任自然, 殆會合儒家道家之言而韻之者.)”라고 하였듯이, 도연명의 사상은 유가사상(儒家思想)과 도가사상(道家思想)의 정수(精髓)를 섭취하고 조화하여 이루어진 결정(結晶)이라고 하겠다. --- p.123
도연명의 달관은 시비(是非), 곤궁과 영달, 생사(生死), 명예(名譽) 등에 대한 초월로 나타나고 있다. 도연명은 노장(老莊)의 상대주의관의 체득으로 세속적 시비 판단을 초월하여 부화뇌동과 시비를 따지는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그렇지 못한 현실의 세태를 질타하였다. 또한 곤궁과 영달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분수에 편안하며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의 도리를 실천하였다. 생사의 문제에 있어, 죽음은 자연의 변화 과정 중의 하나임을 깨닫고 집착하지 않는 달관을 보여 주었으며, 명예에 대해서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여, 참된 명성과 죽은 후에 이름 남기는 것을 추구하고자 하기도 하였으나 세속적 명예를 추구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적 자세를 분명히 하였다. --- p.174
도연명시가 중국문학, 나아가 세계문학에서 지니는 의의와 가치는 중국의 어느 문인 못지않게 크다. 그 두드러진 것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도연명은 한대(漢代) 이후 등장한 오언고시(五言古詩)라는 문학 장르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둘째, 처음으로 전원이 시의 주제가 되는 전원시(田園詩)를 써서 중국문학사상 전원문학(田園文學)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셋째, 혼란한 세상에서 절개와 인격을 굳게 유지하였고 이러한 자세와 가치관을 글로 남겨 후인들에게 지식인으로 지켜갈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였다. 넷째,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정치관과 기존의 이상향관(理想鄕觀)을 수용하고 자신의 전원생활의 경험과 바람을 종합하여 「도화원시와 기문桃花源詩幷記」를 남김으로써, 중국문학에 하나의 이상향(理想鄕)을 창조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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