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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고백 세트

천 번의 고백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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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976쪽 | 130*190*60mm
ISBN13 9791160485356
ISBN10 11604853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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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을 이끌고 사장실로 들어서서도 그는 바로 손을 놓지 못했다.
그를 올려다보는 소진의 눈동자가 떨린다. 언제나처럼 수줍게 그를 응시하는 반짝이는 눈동자. 설레도록 빛나는 까만 눈동자. 심장이 크게 욱신거렸다.
“선배……?”
동그란 눈동자에 의아함이 담겼다. 살짝 벌어진 말갛고 작은 입술. 주위를 온통 아득하게 만드는 것 같은 잔잔한 풀꽃 향기. 이상하지.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점점 마비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선배. 왜…….”
녀석의 목소리가 의아하게 들려왔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그가 그녀를 품에 안아 버린 뒤였다. 가슴에 닿아 온 녀석의 촉감, 따뜻한 숨결, 그리고 깊이 밀려드는 커다란 충족감. 모든 것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잠깐만 이렇게 있어. 잠깐이면…… 되니까.”
그래, 아마도 안타까움 때문일 테지. 이렇게 꼭 안아 주고 싶은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녀석이 누구보다 성공하길 바랐으니까.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강현은 본능적으로 향긋한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마른 등을 깊이 끌어안았다. 녀석의 감촉이 이성을 모두 날려 버릴 정도로 보드라웠다. 3년 동안 주문처럼 귓가를 맴돌았던 그 말이 또다시 심장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러니까 선배. 한 번만…… 같이 자 주면 안 돼요?’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었던 녀석의 그 말, 창백하던 그 얼굴. 그 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를 그토록 흔들어 댔던 그 말이 너에겐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도와줄게, 다크블랙. 전부 지켜 줄게. 오즈의 이름도 걸어 주고, GK랑 싸워도 줄게. 절대 그렇게 뺏기도록 놔두지 않아.”
“제작만 도와주셔도 돼요. 그러다가 오즈까지 GK한테 피해 입을 수도 있고…….”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통제를 벗어난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날아간 이성은 결국 되돌아오지 못했다.
“……무슨…… 조건인데요.”
작게 들려온 매혹적인 목소리, 그를 올려다보는 떨리는 눈동자. 강현은 녀석의 눈을 또렷이 마주 보았다.
의아한 표정, 그러나 신뢰 가득한 얼굴. 녀석은 언제나 그를 그렇게 신뢰했었다. 만약 100%의 신뢰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면, 아마도 녀석이 그에게 보낸 그 마음들이 아니었을까.
잠시 망설임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동자에 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본 순간, 망설임은 바로 사라져 버렸다.
오래전 그 순간, 차마 터져 나올까 누르고 또 눌렀던 그 말. 3년 전 그 마지막 날에 녀석을 잡았더라면 제 입에서 결국 터져 나오고 말았을 그 말.
“한번 자자, 나랑.”
품 안에서 녀석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놀라움 가득한 황망한 얼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충격 가득한 눈동자. 녀석이 그의 가슴을 밀었다. 하지만 강현은 녀석을 놓지 않았다. 품 안에 가둔 팔에 더욱 단단히 힘을 주었다. 그리고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998번째 고백에 대한 답, 지금 하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초밥 접시를 거의 비워 갈 무렵, 선배가 물 잔을 건네주며 그림처럼 웃었다. 꼭 패션 화보에 나올 것만 같은 예술적인 자태로.
뒤이어 흘러나온 선배의 말에 소진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릴 뻔했다.
“좋아한다, 소진아.”
이번엔 찬바람이 윙윙 부는 바깥도 아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음도 없었다. 선배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또렷이 박혀 들었다. 귀에, 머리에, 일렁대는 심장에.
“서, 선배. 지금 뭐…….”
당황한 얼굴로 물 잔을 내려놓는 그녀를 선배는 흔들림 없는 진중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긴장 섞인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을 덧붙였다.
“두 번째 고백이야. 사랑한다면 천 번 고백하라며. 천 번 기도하고.”
“네……?”
고백. 선배는 확실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소진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진 석상처럼 앉아서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선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할 수 없을 테니까 이젠 내가 하려고.”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하는 선배의 얼굴은 그저 담담했다. 고백 얘기를 꺼내 온 것은 선배인데, 오히려 얼굴이 불난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은 그녀였다.
“그, 그건 다 끝났잖아요. 3년 전에.”
“끝났다고 누가 그래. 내 고백이 부담스러우면 팬심 정도로 생각해.”
“네?”
“팬의 마음, 팬심. ……너는 나한테 전지현이나 김태희나 송혜교보다도 훨씬 근사한 사람이니까. 하늘의 별 같은 그런 사람.”
단호한 선배의 말에 소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선배의 시선을 피하지도 못했다. 분명 기시감이 한가득 느껴지는 말이었다.
‘네. 팬의 마음, 팬심. 그러니까 선배는요…… 저한텐 김수현이나 이민호나 송중기 같은…… 그런 사람이라고요. 하늘의 별 같은 그런 사람.’
추웠던 그 겨울 대학의 교정에서. 그래, 분명 선배에게 두 번째 고백을 하고 나서였었다.
선배는 그녀의 오른손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눈을 맞춰 왔다. 그리고 나직이 말을 이었다.
“두 번 남은 네 고백, 사실은 미치도록 듣고 싶어. 되도록 내가 천 번 다 고백하기 전에.”
그녀에게 또렷이 맞춰진 선배의 눈동자가 무겁게 느껴졌다.
답을 해야 하는 걸까. 선배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다 정리도 되지 않았다.
천 번의 고백. 그래, 그 봄날 선배가 그랬었다.
‘그래서. 천 번 고백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래서 나는 뭐라고 했더라.
‘그, 글쎄요. 시에 그런 얘긴 안 써 있어서. ……선배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어색하게 말하면서 그저 웃었었다. 선배가 더는 고백하지 말라고 할까 봐, 아예 곁을 내주지도 않을까 봐 몹시 두려웠으니까.
……천 번의 고백을 다 채우면 정말이지 어떻게 될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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