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그 어떤 경우에도 규칙을 바꿔서는 안 되며, 한번 정한 규칙은 언제나 유효해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 토대다. 심적 저항이 클수록 아이는 더 강하게 경계를 밀어낼 테지만, 절대로 이를 받아들여 경계를 넓혀서는 안 된다.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혼란스러워 한다면 경계와 규칙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부모를 후퇴시켜 경계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계속 그곳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이에게 경계는 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해진 경계를 잘 지킬수록 아이는 규칙을 더 잘 따르게 되어 있다. 일단 부모가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을 깨닫고 나면 아이도 더 이상 귀찮게 조르지 않을 것이다. --- p.18
일관성, 반복되는 일상, 경계 등은 아이가 안정감을 얻는 필수요소다. 모든 아이들처럼 우리 큰아이에게도 안정감이 필요했고,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아이의 안정감을 충족시키는 데 썼다. 동물원 구경이나 마당에서 느닷없이 시작하는 숨바꼭질로는 아이의 안정감을 강화할 수 없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우리는 지겨운 일상을 이어가야 한다. 열 살 전 아이의 시각으로 보면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정말 중요한 것이다.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침대에 데려가 주는 것, 이런 일상적인 일을 하는 시간들이 바로 부모가 아이의 곁을 지켜야 할 중요한 순간들이다. 열 살 전 아이들은 옷을 입고, 밥을 먹는 등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질서를 지키도록 하고 규칙을 강화할 필요가 잇다. --- p.54
열 살 전 아이의 마법 같은 상상력이 가능하면 오래도록 지속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일이다. 마법 같은 환상은 어린 시절의 전부다.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은 따분한 현실과 책임, 어른이 되면 지켜야 할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부모는 현실과 책임, 의무에 대해 조금씩 가르쳐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마법 같은 환상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지속시켜주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열 살 전 아이에게 마법과 같은 상상력을 심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조건은 ‘빈 무대’다. 물론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 p.89
열 살 전 아이들이 자기 방식대로 반응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어려운 도전 앞에 인상을 찌푸리고 주저한다고 해도 괜찮다. 인상을 찌푸린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비난하거나 특정한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부모가 기대를 한다면 아이는 자신감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리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혹시 아이가 도전에 잘 대처하는 법을 알며 훨씬 더 행복해지리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아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기대치를 설정하는 방식이 아닌, 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 p.137
아이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방법으로 적극 장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저축’이다. 저축을 장려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아이가 저축으로 인한 이득을 보아야 한다. 둘째, 아이가 저축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자 시스템’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용돈을 주는 대신, 나에게 아이들이 가진 돈을 맡기게 하고 그 대가로 이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에게 별도의 선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자 시스템을 이용해 충분한 돈을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실제 은행에서는 받을 수 없는 이자율로 이자를 주었다. 물론 이 점은 아이들에게도 잘 알렸다.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아이들에게 저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고자 했다. --- p.185
식도락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는 과일과 치즈만 고집하는가? 사실 열 살 전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의 맛을 소화할 수 있다. 대다수의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는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쯤 되면 아이도 좋고 싫은 것에 대한 의사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시금치로 아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보통 시금치를 더 이상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볶음밥과 쌀밥,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바나나까지 비슷한 수순을 밟기도 한다. 그렇게 천천히,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꿈꾸던 식단은 사라진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식탁에 오르는 횟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음식으로 싸우는 횟수는 점점 줄어든다. --- p.214
아이들은 다툼을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건 내 거야!”, “아니야, 그건 내 거야!”라며 소리 지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를 것이다. 물론 아이들 스스로도 조금은 깨우치겠지만, 역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들이 싸울 때마다 부모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좋아, 이제 그만. 영희가 30분간 이 프로그램을 보도록 해. 그 후에는 철수, 네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거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좀 더 머리를 쓸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규칙은 정말 심하게 다투는 것이 아닌 한 절대 중재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싸우면 그냥 싸움을 중지시키고 아이들의 주장을 들어라. 어떤 아이가 가장 언변이 좋고, 어떤 아이가 가장 속임수를 잘 쓰며, 어떤 아이가 가장 남을 잘 설득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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