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우울증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남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루 한 끼는 꼭 아내와 함께하라는 것이다. 아내가 굶으면 뱃속의 아기도 굶는다. 남편이 신경써서 아내를 챙기고 함께 식사를 해야 아내도 건강해지고 결국 태아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또 아내에게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해주는 게 중요하다. 여자들은 임신하고 나면 불평이 많아진다. 임신 전에는 좋았던 피부에 트러블도 많이 생기는 것 같고 왠지 얼굴이 푸석푸석하다며 투덜댄다. 또 옷을 입어도 맵시가 안 난다는 둥 살이 너무 많이 찌는 것 같다는 둥 자주 불만을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남편에게 물어본다. “자기야, 나 어때? 뚱뚱해 보이지? 피부 안 좋아 보이지?” 그럴 때 남편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무슨 소리야, 예쁘구만. 피부도 좋아! 난 임신한 여자들이 제일 예뻐 보이더라.” 이렇게 말해주면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남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혹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무조건 먼저 사과하고 무조건 져줘라! ‘아내가 임신했을 때 잘못하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는데, 임신을 하게 되면 그만큼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채희가 임신했을 때 배에 튼살 크림 한번 못 발라주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왔던 게 지금도 미안하다. 처음엔 서운하다고 말하던 채희도 나중에는 다 지난 일이라고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살다가 서운한 일이 생기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남편들이여,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무조건 잘하고! 무조건 져주고! 무조건 복종하자! --- pp.68-69
‘아내의 다이어리’ | 난생 처음 임신을 하고 나니 정말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식욕은 어느새 식탐이 되고 정말 내 안에 ‘식신’이 있어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임신 전에 나는 늘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특별히 식탐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식욕이 왕성해져서 만삭이 됐을 때는 예전 평소 몸무게보다 20킬로그램 이상 늘어 있었다. 오빠랑 함께 외식을 하러 가면 항상 3인분을 시켰다. 어떤 날은 오빠가 내 모습이 미련해 보였는지 “그만 먹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나의 식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빠와 불고기 3인분을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몰래 편의점에 들러 빵을 사들고 들어와 오빠 몰래 먹었던 적도 있다. “칫, 내가 먹고 싶어서 먹는 건가? 아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먹는 거지!” 오빠는 이런 나의 식욕을 ‘먹성’이라고 했지만 나는 ‘먹성’이 아니라 ‘모성’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내가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뱃속에 아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라구!”
혹시라도 입덧이 끝난 후에 정말 먹고 싶은 게 당긴다면 그건 아이에게 영양소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먹는 게 아니라 태어날 내 아이를 위해서 먹는다고 생각하고 임신중에는 정말 잘~ 챙겨먹어야 한다. --- pp.51-52
내가 〈스타골든벨〉에 출연해서 “분유 값 벌러 나왔습니다.”라고 한 적도 있지만, 정말 아기들 분유 값이 만만치 않다. 분유도 유통기한이 있어서 개봉 후에는 3주 이내에 다 먹어야 한다.
아기들은 분유를 먹고 토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우리 주환이는 정말 심하게 토할 때가 많았다. 처음 아기를 키우다보니까 분유를 어느 정도 먹여야 하는지, 지금 주환이가 배가 부른지 고픈지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울기만 하면 분유를 먹였다. 그러니 당연히 주환이는 먹는 양이 너무 많아 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보 엄마 아빠 때문에 주환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누워 있을 때는 혹시라도 토할 경우에 대비해서 머리를 옆으로 돌려줘야 한다. 똑바로 누워 있다 토하면 기도가 막혀서 큰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다가 토했을 때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토한 후에는 탈수 증상으로 목이 마를 수 있으니 30분 간격으로 보리차를 주는 게 좋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기가 아플 때 분유를 어떻게 줘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아기가 열이 나고 펑펑 울고 있는데 분유라도 입에 대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분유를 주지 말아야 하는 건지. 만약 아기가 고열에 시달리거나 감기 때문에 고생할 때는 아기가 스스로 먹는 만큼만 주는 게 좋다. 평소 아기가 먹는 양이 200밀리리터라 하더라도 아기가 100밀리리터만 먹고 혓바닥으로 젖병을 밀어내면 그만 먹여야 한다.
… Doctor's Advice | 아이가 분유를 먹은 후 세시간이 지나기 전에 배가 고프다고 울면 일단 먹인 양이 적다고 보면 됩니다. 이때는 분유의 양을 늘려야 합니다. 물 20밀리리터에 분유 한숟갈이 정량이니까 60밀리리터, 80밀리리터, 이런 식으로 양을 늘려갑니다. 모유 수유의 경우 30분 정도 수유를 했는데도 아기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파 울면 모유가 부족한 겁니다. 이럴 때는 유방마사지를 꾸준히 해주고 모유 수유 후에 남은 젖을 짜주어 유방을 비워줘야 다음에 더 많은 젖이 생깁니다. 생후 열흘 동안은 아기가 배가 고파 울어도 모유만 먹이는 게 좋습니다. 특히 첫 2~3일간의 초유는 면역물질이 많다는 걸 명심하세요. 산모가 모유 수유를 잘하기 위해선 출산후 30분 안에, 여의치 않으면 최소 4시간 안에 젖을 물려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엄마 젖꼭지에 익숙해져 모유 수유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 pp.118-119
내 별명이 ‘스트리트 파이터’이다보니 아이도 엄하게 다룰 거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 아빠가 습관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들다보면 아이는 ‘우리 아빠는 소리 지르는 사람’ ‘우리 아빠는 때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갖게 되고 그 뒤로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런데 한번은 나도 모르게 주환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든 적이 있다.
그날은 〈불량아빠클럽〉이 오전부터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집에서 일찍 나가야 했다. 그런데 주환이가 혼자 깨서 놀고 있다가 내가 나가려고 하니까 “아빠, 주환이랑 놀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빠는 지금 일하러 가야 하니까 이따가 저녁때 놀아요!”라고 얘기했더니, 갑자기 화가 났는지 주환이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배설물 통을 다 엎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본 나는 화가 나서 “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주환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너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빠가 이렇게 하지 말라고 그랬지?” 하면서 엉덩이를 몇 대 때려줬다. 그때 주환이가 너무 놀라서 막 울면서 오줌을 지리는 걸 보고는 나도 무척 놀랐다. 그런데 그날따라 〈불량아빠클럽〉의 주제가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어서 나는 방송을 통해 주환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 나는 장난으로라도 절대 소리도 안 지르고 매도 안 든다. “주환아, 아빠가 미안해. 그날 주환이가 놀란 것보다 아빠는 더 많이 놀랐고, 주환이가 아픈 것보다 아빠 마음은 몇 배 더 아팠어. 정말 미안해!” --- pp.137-138
나는 주환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애정 표현도 자주 한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사랑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그 말에 담겨 있는 따뜻함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집에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안 하는 아빠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쑥스럽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안 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어릴 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가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사랑의 소중함도 빨리 깨닫게 된다.
나는 아침에 주환이를 깨울 때 주환이 얼굴에 침을 바를 때가 많다. “어디 보자, 내 아들!” 하며 아이의 볼을 혀로 쓱 핥아주면 주환이는 손으로 볼을 닦으며 “아, 드~러!” 하면서 일어난다. 또 외출할 때 세수하고 나온 주환이에게 “어디 보자, 우리 주환이~.” 하면서 또 볼을 혀로 쓱 핥아준다. 그러고는 “세수 다시 해야겠다, 주환이.”라고 하면 주환이는 화를 내면서 다시 세수하러 욕실로 들어간다. 나는 이런 게 정말 좋은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할 게 아니라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꼭 안아주고 입 맞추고 하다못해 침이라도 발라주면 아빠와 아이 사이에 친밀감이 생긴다. 아, 나는 침을 너무 발라주니까 침(?)밀감인가? 아무튼 아이에 대한 아빠의 애정은 자주 표현할수록 좋다. --- pp.154-155
주환이가 세 살 무렵에 아빠와 자주 하던 동물놀이가 있다. 아빠가 먼저 동물 울음소리를 내면 주환이가 어떤 동물인지 맞히는 놀이였는데 주환이가 참 재밌어했다. 일단 동물놀이를 하기 전에 주환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 ‘동물농장’ 노래부터 함께 불렀다.
“주환아!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우야! 꼬우야!”
내가 이어 부른다. “외양간에는 송아지?” “음메~, 음메~.”
자, 이렇게 연습을 한 뒤에 본격적으로 동물놀이를 시작했다. 먼저 주환이가 뒤돌아 있고 나는 주환이 뒤에서 울음소리만 낸다.
“주환아, 이 동물은 무엇일까요? 멍멍! 멍멍!” “멍멍이, 강아지!”
“강아지는 아기고, 강아지 엄마 말야.”
“고양이?” 주환아, 고양이는 강아지 엄마가 아니란다.
“우리 주환이, 자 그럼 다음 문제! 이히히히히힝~!” 주환이가 외쳤다. “송아지!”
“아니, 송아지 말고. 두그덕 두그덕!” “말!”
나는 주환이가 정답을 맞히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줬다. “이야, 우리 주환이, 천재다, 천재!”
동물놀이는 역할을 바꿔서 해도 재밌다. “주환아, 아빠가 동물 이름 말할 테니까 주환이가 울음소리 흉내내봐요? 강아지!”
그러자 주환이가 외친다. “(귀엽게) 멍멍!”
“그럼 개는?” “(큰 소리로) 멍!멍!” 소리 크기로 강아지와 개를 구별하다니, 역시 내 아들은 천재다.
“그럼 달팽이는?” 주환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쯔물쯔물!”
쯔물쯔물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표현이 재밌었다.
“주환아, 그럼 악어떼는?” 주환이가 갑자기 악어처럼 바닥에 눕더니 “악어! 악어!” 하면서 방바닥을 기어다녔다.
이런 간단한 놀이를 하면서 아빠도 즐거워지고 엄마도 즐거워지고 아이도 즐거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의 눈높이를 잘 이해하고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보다는 아이와 ‘함께 논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 pp.164-166
나는 주환이가 어렸을 때부터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게 했다. DJ DOC 노랫말 중에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젓가락질 잘 못해도 밥 잘 먹어요!”라는 구절이 있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을 많이 해야 뇌가 발달한다고 해서 일찍 젓가락질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요즘은 연습용 젓가락으로 착착 잘도 집어먹는다. 어릴 때는 포크가 편하니까 포크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나는 젓가락 사용을 적극 권하고 싶다.
그런데 막상 아이에게 젓가락질을 알려주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재밌는 게임을 통해 젓가락질을 가르쳐줬던 기억이 난다. 나와 동생이 둘 다 젓가락질을 잘 못하니까 아빠는 콩 열 개를 가져와서 시합을 시켰다. 그러고는 젓가락질로 자기 앞에 있는 콩 다섯 개를 밥그릇에 먼저 옮기는 사람에게 100원이라는 거금을 주셨다. 나와 동생은 그 돈을 받기 위해 열심히 젓가락질에 몰두했고 5판 3승으로 3일 동안 게임을 하다보니 우리 둘 다 젓가락질에는 도사가 됐다. 그날 이후 아무리 작은 멸치라도 젓가락으로 한 마리씩, 콩자반도 하나씩 잘 집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 아이가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면 나는 이 게임을 추천해주고 싶다. --- p.195
신문에서 ‘10분만 놀아줘도 아이가 달라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루에 아이와 10분 놀아주는 아빠는 많다. 하지만 문제는 아빠들이 딱 10분밖에 못 놀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빠들도 할 말은 있다. 주중엔 바쁘고 주말엔 피곤하고 막상 놀려고 해도 뭐 하며 놀아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거다. 아이와 놀아준다는 마음이라면 10분도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논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한 시간도 짧게 느껴진다.
나는 주환이와 잘 놀아준다기보다는 호응을 잘해주는 아빠다. 주환이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잘 그렸다고 호응을 해주고, 퍼즐을 맞출 때도 약간 오버해서 호응을 해주면 주환이는 몹시 뿌듯해한다. 한마디로 칭찬해주고 호응해주는 게 놀이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요즘 주환이가 놀자고 하면 일단 밖으로 나간다. 집 안에서는 할 수 있는 놀이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밖으로 나가면 운동도 되고 놀 거리도 많아진다. 요즘은 내가 안고 달리는 슈퍼맨 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주환이가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놀이는 블록 쌓기다. 내가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주환이는 자기 맘대로 블록을 쌓아놓고 “공룡이다!” “자동차다!” 외치며 이름을 잘도 갖다 붙인다. 그때마다 내가 “와! 잘 만들었다! 김주환, 대단한데!”라고 호응해주면 아이는 너무 신나 하면서 또 다른 걸 만든다.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면 무조건 칭찬과 호응을 해줘라. 아이들은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호응만 해줘도 아빠가 자신과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 --- p.222
놀 줄 모르는 아이는 인생의 행복을 모른다. 엄마 아빠가 나서서 아이에게 잘 노는 법, 재밌게 노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놀이라는 건 정말 별것 아니다.
모처럼 주말에 스케줄이 없어서 가족끼리 동해안에 다녀온 적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너무 막혀서 다들 짜증이 났다. 주환이도 오랫동안 차를 타서 그런지 많이 지쳐 있었다. 그때 도로 위에 뻥튀기 파는 아저씨가 있기에 “아저씨, 뻥튀기 두 봉지 주세요!” 하고 두 봉지를 사서 셋이 나눠 먹었다.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말했다. “김주환, 아빠랑 뻥튀기놀이 할까?” 주환이가 솔깃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동그란 뻥튀기를 이리저리 파먹은 뒤 별 모양을 만들었다. “와! 하늘에 있는 별이다! 주환이도 하나 만들어봐!” 그랬더니 주환이가 뻥튀기를 열심히 먹으며 세모 모양을 만들어놓고 소리를 질렀다. “와! 꽃이다!” 그건 정말 꽃이라고 봐주기 힘들었지만 나는 칭찬했다. “와, 잘했다! 그럼 이건 뭘까요?” 나는 뻥튀기를 입으로 열심히 뜯어먹으며 만든 뻥튀기 칼을 보여줬다. 주환이가 자신 있게 소리쳤다. “칼!” “딩동댕! 정답!” 그렇게 뻥튀기 두 봉지로 재밌게 놀다보니 어느새 서울에 도착했다. 아이와 놀아주려는 마음만 있다면 놀 거리는 주변에 널려 있다. --- pp.236-237
아이가 누워 있을 때는 한없이 귀엽기만 했는데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생겼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 말을 배울 때는 한없이 귀여웠는데 말을 점점 더 잘하게 되면서는 아이가 무섭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요즘 아이들은 말을 정말 잘한다.
주환이는 일본 만화 〈짱구는 못 말려〉를 너무 좋아해서 실생활에서도 짱구를 많이 따라 했던 적이 있다. 특히 짱구가 엄마나 아빠를 골려주려고 말을 거꾸로 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내가 출근할 때 아내가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하면 “아빠, 다녀오셨어요?”라고 하고, 아내가 “김주환, 밥 먹어요!”라고 하면 숟가락을 들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반대로 말하곤 했다. 아무튼 짱구 말투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동안 짱구를 따라 하면서 장난을 많이 쳤다. 그때 주환이에게 “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짱구를 따라 해서 우리 부부는 그냥 관심을 꺼버렸다. 주환이가 짱구 말투를 흉내내든 말든 들은 척도 안 하고 관심을 꺼버렸더니 자기도 재미가 없어졌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짱구 흉내를 내지 않았다.
아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계속 아이와 신경전을 하다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때로는 아이가 저절로 흥미를 잃어버리도록 무관심 작전을 써보자.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