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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06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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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72g | 148*210*20mm
ISBN13 9788991097940
ISBN10 8991097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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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꼭 싫은 건 아니에요.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가난할 순 있지만 두 아이가 부모에게 버려진 환경이 싫었어요. 읽히지가 않았어요.”
소금인형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얼굴도 약간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급기야 그녀는 눈물까지 쏟아냈다.
“그랬군요. 혹시 엄마 아빠에게 버려졌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아니오, 날 버린 건 아니지만……, 네, 버린 거지요. 나는 버려졌다고 생각해요.”
소금인형은 약간 흥분해서 말을 오락가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가 표출하는 감정은 확실하게 와 닿았다. 부모에 대한 분노였다. 첫날 어떤 감정으로 남편 이야기가 나왔던 것인지 짐작이 갔다. 나는 곧바로 물었다.
“지금도 버려지는 게 두려우세요? 버려질까 두려워 먼저 남편을 버리려고 하는 건가요?” --- p.32「외딴방에 갇혀 우는 어린 나」 중에서

“당신 마음속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는 이로부터.”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 여공의 아픈 회상에 귀 기울일 때, 한 사람은 소설 속 주변 인물인 오빠의 쓸쓸한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에 실린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빛깔과 무게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상처를 지닌 한 인간’으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미워할 수가 없다. 심리치료는 기본적으로 자기 상처를 씻는 과정이지만 그 전에 남의 상처를 이해하는 일이다. --- p.50, 「타인의 아픔」 중에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삶, 무엇인가를 위해 꼬박 밤을 새우는 열정도, 가슴 저 밑에서 뿌듯함이 올라오는 감동도 없는 삶,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허무는 별 게 아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그게 허무다. 장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조롱과 야유로 인해 가치 지향적인 자기 품성을 봉쇄당했고, 자기가 좋아하고 눈길이 가는 것일수록 남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는 습성이 생겼을 것이다. 단 한 번도 무엇을 적극적으로 욕망하거나 신념을 세워본 일이 없을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망이 없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 그런 사람이 죽음을 생각해본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119, 「존재의 이유」 중에서

신경숙의 《외딴방》. 그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서러움의 근원이 엄마에게 있음을 알았다. 내 허기진 배고픔의 근원이 엄마를 향한 사랑고픔임을 알았다. …… 작품 속의 나! 아주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녀린 ‘나’, 사랑한 것 말고는, 삶을 따뜻하게 바라본 것 말고는 잘못한 게 없는데 너무나 큰 짐을 안아야 했던 ‘나’, 외면하고픈 시간을 결국은 만나야 했던 ‘나’로 표현된 주인공은 내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또 다른 나였다.
--- p.256, 「사랑하는 너에게(책을 덮으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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