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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

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

: 다큐멘터리, 전복을 위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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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00g | 128*188*20mm
ISBN13 9788955592764
ISBN10 8955592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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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남수영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를 거쳐 시카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뉴욕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각 문화 중심의 비평 이론과 영미 문화를 전공하였다. 영화 매체에 대한 메타비평적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에 주목하여, 박사 논문에서는 기계적으로 매개된 이미지와 창조적으로 재정의된 ‘반복’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 인식에 관여하는지 연구하였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객원 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경희 대학교에서 문화관련 과목을 강의하며 문학과 영상학회, 문화연구학회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름 없는 자의 캠핑: 이셔우드 소설의 비현실적 세계와 ‘퀴어 수행성’」, 「제삼세계 영화의 정체성과 가능성: 프레드릭 제임슨의 ‘민족적 알레고리’ 개념의 재고」, 「트라우마와 증언: 잃어버린 기억과 ‘용서’」, 「Recounting ‘History’: Documentary as Women's Cinema」등 영화, 문화 이론, 영미 소설 분야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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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을 위한 반복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만남’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모든 만남은 우연이겠지만,
그것이 이끌어낸 그 어떤 존재는 그 만남을 필연이 되게 한다.

이미지 with/out 텍스트

이 책에서 다루는 ‘이미지’는 상상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아닌, 기계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 영상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시각 이미지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이야기’와 연결된다. 우리가 사진기나 캠코더 등으로 어떤 순간을 담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이미지를 통해 당시의 상황이나 느낌과 같은 배경, 즉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포착해내기도 하고, 현장에 있던 주체가 기억하는 것과 정반대의 사실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실물과 똑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저장하는 것은 욕망에 관계된 인간의 ‘기억’이다.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된 이미지들은 능동적인 기억을 매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재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이미지 기록 장치들이 인간 기억 능력의 한 부분을 담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사진은 우리가 본 세상을 증명하는 매체가 아니라 우리가 단지 ‘볼 수도 있었던’ 것들의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뷰파인더조차 들여다보지 않고도 그럴듯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이미지 저장 장치가 보편화된 오늘날, 사진은 우리의 시선이 머물렀던 증거라기보다 오히려 우리 시선의 알리바이(부재증명)가 되어버렸다. 사진, 동영상 파일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저장되었다가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시로 지워지는 것처럼, 기록 이미지는 젊은 연인들의 기념일 이벤트가 남기는 화려한 포장지나 버블랩 같은 것으로 전락했다. 기억을 통한 재경험은 고사하고 사진 한 장이 인화되어 매끈하게 종이 앨범에 간직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미지 파일들이 컴퓨터 여기저기서 나뒹굴다 사라지는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는 반세기 전에 사진이 모더니티라는 미명하에 자연스럽게 상업성을 띠게 된 20세기 전반의 문화 현상에 대해, 개인의 역사가 드러나지 않는 사진은 겉모습만 기록할 뿐, 대부분 기억과 상관없는 잡동사니에 불과하다고 했다.1) 그렇다면 오늘날 이렇게 넘쳐나는 사진이나 기타 기계적 이미지들의 역할을 특별히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어쩌면 현대 문화의 패러다임에 관한 문제이다. 이미지라는 시각 문화가 예술뿐 아니라 도시 설계, 정치, 역사 기술 등과 같이 지배 권력과 대중주의의 혼합 형태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이미지의 생산과 분배는 대중의 주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실 인식에 깊이 관여한다. 즉, 이미지의 범람은 주변 세계가 받아야 할 시선들을 대중으로부터 빼앗고, 결과적으로는 개인 주체들이 실제로 ‘보고’ 있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난독증dyslexia을 조장하고 있다. 이렇게 상업적 소비 만능주의가 주도하는 진부하고 탈정치적인 현란한 이미지들 속에서 주체적인 시각을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데올로기적 당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상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재 전 지구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미지 중심의 포스트모던 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거부하는, 일견 전복적인 성향을 띤 포스트모던 문화는 21세기의 젊은 세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하지만 집단의 역사나 정체성은 구성원들이 선천적으로 ‘타고나’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역사 기억의 정체와 그것이 개인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반추하지 않는 단절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없다. 자기동일성self-identity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는 정체성의 거부가 진정한 의미의 저항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포스트모던 문화는 철저하게 현재에 충실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현재를 경험하는 것은 역사와 사회 속에서 우리가 향유하는 현대 문화의 위치를 인식한 후에만 가능하다. 그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문화 현상을 공유하고 또 그것에 함께 반응하는 것이 사소한 우연이 아니라 운명적인 동시대성의 한 증상이라는 인식이다.

현대 문화의 동시대적 인식을 위해 문화 연구자는 문학과 예술의 개별 장르와 작품은 물론, 역사와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이념과 이론부터 상스러울 정도로 거친 감성까지 모두 마주해야 한다. 어느 휴대폰 광고에서처럼, 이미지를 생산(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실시간으로 분배(전송)하는 이 시대는 그 어떤 기술로도 속박할 수 없는 자유롭고도 살아 있는, 현재성의 낙원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수많은 한줄 댓글 같은 무감각에 가까운 유희와 정체 모를 악의도 마주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즉각적이고 책임감 없는 의견들을 촉발시키는 이미지 문화의 순환뿐 아니라 그러한 반응들이 생성·확장되는 그 교환 영역의 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2, 3차로 이어지는 감성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가상 공간에서 그 현재성의 이미지들이 감추고 있는 수많은 태그들이 미래로 펼쳐질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순간적으로 도배되는 짧은 의견들이 좀더 발전적인 감성으로 대치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그 뒤에 자리하는 분리된 개인들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이미지의 생산, 소비, 분배에 참여하는 동시대인들의 감성이 깊이 있는 해석과 비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문화 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역사이고 기억이며 상상력이다. 이 책이 수많은 이미지 중에서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이유는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그 자체로 독립적인 ‘텍스트’로 작용할뿐더러,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양면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일반 극영화에서 시각 이미지는 허구 세계의 완벽한 재구성을 위해 연출된 수많은 재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다큐멘터리의 이미지는 그 자체가 배경이 되고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몸통과 같은 존재이다. 제시된 이미지에 분명한 텍스트(메시지)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은 흔히 다큐멘터리를 보수적이고 선전적인 메커니즘의 장르로 오해한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내레이션을 통해 전지적으로 작가의 관점을 관철시키기 쉬운 구조인 데다 ‘사실’이라는 이면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진행된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을 따라가는 것은 그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나 ‘객관적 시각’을 당연하게 기대하는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렇게 다큐멘터리를 관습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현실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진실’을 대변하는 수많은 수사법으로 인해 그 이미지들은 전통적 의미의 역사 속에 갇히고 제한적 의미만 갖게 된다.

이 책이 다큐멘터리의 서사(내용)보다, ‘이미지’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함이다. 여기서 다큐멘터리 이미지는 기술된 역사에 대한 보조 영상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 경험을 창조한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미지가 과거 사실에 대한 재현이나 실제 상황에 대한 카피처럼, 원본이 되는 근원에 대해 서열적으로 이차적이거나 종種적으로 차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재고하고, 과거와 기억을 통해 이미지의 전복성을 증명한다는 것은 이중의 의미가 있다. 이미지라는 물적 존재 가치의 독립성을 확인하고, 역사(사실)의 반복이 항상 그 이전 역사에 종속되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반복 개념을 성립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통한 과거와의 만남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반복되는 이미지로 가장 크게 다가왔던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의 몰락이었다. 뉴욕에서 학업 중이던 필자가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트루 라이즈True Lies'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같은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보았던 파괴의 이미지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는’ 그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비행기가 빌딩에 부딪치는 장면도, 높은 빌딩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재방송처럼 비슷한 영상이 두 번씩 반복되던, 화면 한 구석의 ‘라이브Live’라는 단어였다. 그 수많은 영화 속의 ‘비극’들이 마치 자막 실수인 것처럼 느껴지는 부조리한 ‘희극’으로 재등장하는 모습은, 모든 역사는 두 번씩 반복되며, 첫번째의 비극은 두번째 희극으로 재등장한다고 했던 마르크스Karl Marx를 정말 유령처럼 느껴지게 했다.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라는 ‘유일무이한’ 이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 배후의 테러리즘과 그에 대한 담론이 내세우는 논리, 그리고 그러한 폭력으로밖에 스스로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소외 집단의 빈곤만큼이나 반복적이다. 그러나 그 사건은 역사적 반복 이면의 교훈을 퍼뜨리는 대신 “선의 시련과 악의 심판”이라는 진부한 명제를 되풀이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반복’은 그러한 진부한 제자리걸음과 구분된다. 불연속을 가능하게 하는 순간의 차이와 그 깨달음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적인 반복이 그것이다. 얼마나 많은 역사적 ?건의 이미지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아리송한 표현과 함께 적당한 카테고리로 묶여 먼지 쌓이는 저장고에 담기고 있는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이미지는 ‘21세기 초 대표적 테러 사건’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의 폭력성’ 혹은 ‘미국 본토에 대한 최초의 테러’ 등의 이름표로 정리될 것이다. 과연 그 박제된 이미지들은 다음 세대에게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을까?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영상은 유일무이한 사실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증명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널려 있는 이미지가 내포하고 있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적어도 우리 인식 내에서는 무참하게 허물어졌다는 하나의 상징이다. 이는 들뢰즈Gilles Deleuze가 주장하는 가상성virtuality과 실재성actuality의 차이에 대한 중요한 인식을 제공한다. 가상성과 실재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모방과도 같은 순서나 진위와 같은 성질의 차이가 아니라, 주체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정도’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창의력과 상상력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 할지라도 영화 속 이미지가 현실로 실재화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진짜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영화 이미지와 역사 현실 모두 반복적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몰락이 영화 이미지의 재연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들이 단순히 선후 관계나 원본과 복사물의 관계로 정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 시간의 한 시점에 실재화된다는 것은 또 다른 시점에 가능한 것으로 상상한 것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실재화’ 개념은 이미 과거의 ‘가상성’을 포함한다는 것과, 역으로 과거의 가상성이란 이미 그 미래의 실재성을 약속한다는 것을 동시에 증명한다. 그러므로 실재화되는 순간의 반복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지속과 변화가 함께 이루어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과거-현재-미래라는 단순한 직선적 시간을 초월한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는 반복은, 역사의 한순간에만 속하고 이내 과거로 흘러가버리는 하나의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의 발생이 실재화되는 역사적 조건을 명시하는 관념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반복이 전복적인 이유는 우리의 ‘비전’과 동일시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가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그 안에서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이미지는 과거와 역사 혹은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현실을 직면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반복 개념을 설명하기에 좋은 매개체이다. 이는 첫째로, 다큐멘터리가 존재론적·인식론적으로 주체성의 발현에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매개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기억’과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로 다큐멘터리는 영화라는 매체에 흔히 적용되는 실제와 허구라는 단순화된 이분법에서 벗어나, 카메라 앞에서 일어난 일이 진짜라 하더라도 그 장면의 연출 여부, 즉 이미지 재현의 진정성 자체를 문제 삼는 장르이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반복은 지나간 역사를 현재형으로 고민하게 하는 동시에 현실 인식이 내포하는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경험을 이끌어낸다. 이 책이 영화, 특히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역할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독자들이 주변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이 책이 일상에서 반복되는 여러 불합리한 요소들의 진부함을 과감하게 걷어낼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통찰력과 주체성을 기억하게 하는 독촉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트렌디한 ‘이미지’ 매체를 통해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이라는 아련한 명제들을 다시 꺼내놓는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필자가 겪었던 수많은 만남을 기억하는 매체이다. 십여 년 전 어느 저녁, 뉴욕까지 오셔서 내게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게 해주셨던 김순옥 할머님, 부드러움의 미덕과 함께 명감독 하룬 파로키를 알게 해준 아셍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문학과 사회활동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 알려준 키이스, 그리고 시각 텍스트와 주체의 자율이라는 평생의 주제를 제시해주신 존경스런 인격자 미샤 얌폴스키 교수님과의 인연은, 이제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어느 정도는 덜 죄송스런 마음으로 회고할 수 있는 만남들이다. 그리고 이 주제가 그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물질적으로 책이라는 모양을 갖추게 되기까지 사랑으로 감싸주고 힘내라 토닥여준 내 생애 최고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생활 속에서 언제나 큰 짐이기만 한 자식을 항상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에 도움 주신 문병훈 선생님, 유현숙 선생님, 안은주 선생님, 김석 선생님, 그리고 모든 영화를 즐겁게 감상할 줄 아는 영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서문' 중에서
'도쿄가Tokyo-Ga'(1985)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기억의 개입과 그 창조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벤더스의 영화는 한 개인의 기억이 낯선 현실과 또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이미지들에 충돌하고 영향을 받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일차적이고도 구체적 의미에서 ‘기억’의 매개성을 그대로 구현한다. 관찰자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순수한’ 시각을 추구해도, 그의 시선은 스스로의 기억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제공하는 시각 이미지는 매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개된 이미지는 다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며 새로운 텍스트로 재탄생한다. 진품이 아닌 모조품들과 매개된 이미지들을 돋보이게 하여 벤더스는 “모방의 세계에서의 이미지의 순수성”이라는 그만의 영화적 명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는 원본에 의지하지 않는 흉내 내기의 생산적 힘을 보여주었고, 거리두기의 제스처로서의 반복의 과정을 행한다.

……

'독일에서의 삶How to Live in the FRG'(1990)은 이 책 전반의 이론적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반복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영화이다. 목적과 과정이 뒤바뀐 듯한 반복을 나열함으로써 철저하게 기억이 배제된 반복이 다큐멘터리적 가치와 역사의식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안겨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반복이란 그것이 차이를 구현할 때만 가치가 있으며, 그것은 과거나 현재에 닻을 내리고 있는 실제 사건이 아닌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가장하는 형태의 차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

'독일의 가을Germany in Autumn'(1977/1978)은 1977년 당시의 화면들을 최근 과거의 기록필름 뿐 아니라 국가의 중세적 기원을 알리는 다양한 실마리와 함께 엮어내어 시각을 통한 기억의 창조적 반복을 실행하여 역사로부터 아이러니를 뽑아낸다. 독일 역사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전경에 배치하여, 대중이 역사적으로 육성된 망각과 마주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일의 가을'은 반反기억의 형성을 위한 창조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영향사effective history’로서,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현재의 망각으로 인해 반복되는 폭력을 정당화해왔던 전통적 토대를 교란시킨다. 개인 주체를 숨막히는 현실로부터 되살려 내기 위해, 그들의 마비된 과거로부터 기억을 소생시킨다는 것이다. '독일의 가을'은 기억이 과거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이성을 되살리며 논쟁적 사건에 대한 원거리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세상의 이미지와 전쟁의 기록Images of the World and the Inscription of War'(1988)을 통해 세상을 담은 이미지의 ‘기록’의 의미를 분석하여, 역사적으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담은 핵과 같은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담론적 기능을 획득해가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군사시설 분석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저장된 사진 기록을 재조명하여 면밀한 ‘차이’의 응시가 ‘역사’를 좀더 현대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기록에 이름을 써넣는다는 의미로서의 ‘기록’은 역사의 해석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록’은 결국 흩어져 있는 과거의 이미지들에서 역사적 의미를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현재의 현실을 깨닫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재고하게 한다. --- '본문' 중에서

다큐멘터리, 이미지 중심의 포스트모던 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갈 힘!
상업적 소비 만능주의가 주도하는 진부하고 탈정치적인 현란한 이미지들 속에서 우리의 주체적 시각을 되찾는 것은 단순한 이데올로기적 당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상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재 전 지구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미지 중심의 포스트모던 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갈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반복은 지나간 역사를 현재형으로 고민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 인식이 내포하는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경험을 이끌어낸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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