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는 청춘남녀 간의 문제는 언제 몸을 허락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간에는 또 다른 성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인생이란 것이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일거리가 생기듯 문제와 일, 사건의 연속인 셈이다. 그 고민거리란 다름 아닌 남녀간에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속도의 차이다. --- p.14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처세술, 경영과 리더십을 배우고,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우리들이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통하여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성인남녀가 매일 밤 전개하는 섹스 시 발생하는 조루 증세의 극복과 여성의 붉은 벽, 적벽에서 오르가슴의 합일을 이루는 갖가지 전략과 전술, 섹스테크닉이라 할 것이다. --- p.15
남녀 간의 성생활이란 무엇인가? 남녀가 성관계를 가질 때는 묵시적으로 같이 시작해서 같이 오르가슴에 도달해 같이 끝나자는 약속이 있다. 그렇다면 남녀 간의 성행위에 있어서 배신은 무슨 의미인가? 묵시적인 약속인 같이 오르가슴에 도달하자는 약속을 어느 일방이 깨는 것이다. --- p.22
설화는 거의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설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설화를 잊지 않고 기억하게 만들어 자신을 생존시키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을 쓰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p.69
박망파 전투, 장판대전 등을 거치고 동오설전, 사항계, 고육계, 연환계 등을 사용하여 동남풍이 불어올 수 있는 뜨거운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다음에 화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성생활이라는 하나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잘 관리해야만 적벽대전에서 승리가 가능한 것이다. --- p.89
성적으로 미숙한 조조 같은 남성들은 80만 대군이 의미하는 무쇠처럼 팔팔하고 원기 왕성한 자신의 남근의 힘을 너무 과신해 어떠한 여성을 상대하더라도 죽지 않을 것 같이 느낀다. 그러나 동남풍이 불어 여성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성기삽입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온갖 애처롭고, 발버둥을 쳐도, 여성과의 한판 대결에서 패배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남근의 처량한 신세를 상징하는 것이다. --- p.96
결국은 삼국지의 전략전술은 남성들의 지적인 허영심에 호소하여 삼국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오랜 세월 구전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의 알맹이는 적벽이라는 여근의 벽을 둘러싸고 남녀 간에 전개되는 성생활이 주제요, 조루장권에 관한 내용이 진실인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와 적벽가가 상류계층에서 회자되어 왔듯이 성공한 사람들이 여유있는 쾌락추구적인 생활을 하려할 때 필요한 다이나믹한 성생활의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 p.103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성생활에서 성공함에 따라 남성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고 자신감이 생겨나 인생 전반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104
성행위 내내 사정 충동에 시달리며 한시라도 발리 끝내고 싶은 남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 생각에는 애무와 전희를 충분히 했건만 여성들의 반응이 신통치가 않으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성행위 자체가 소강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인 상황이 표현된 것이 임진왜란의 그 끝이 보이지 않게 전개되었던 약 5년간의 강화교섭기이다. --- p.151
설화 속 내용이 노골적인 성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그에 비례해서 외피는 더욱 성스러운 이야기, 애국심, 정절, 우정이나 희생심과 같은 도덕적인 덕목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에로스적인 설화 역시 애국심이나 정조 등과 같은 사회가 추구하는 덕목이라는 외피 속에 꼭꼭 숨어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 p.198
백년전쟁과 잔다르크 이야기는 존재한다. 그러나 존재하는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니다. 잔다르크라는 16세의 소녀가 프랑스군을 지휘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잔다르크에 열광하면 할수록 그만큼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는 설화적 주제인 성생활에 대한 가치는 높아진다. 이것이 설화가 성적인 주제를 애국심과 관련된 전쟁이나 영웅 속에 감추어놓은 본래의 목적이다. --- p.243
페르시아 전쟁에서 마라톤 전투가 마라톤처럼 느리고 길게 섹스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라면,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는 활을 길게 쏘듯 섹스를 길게 끈다는 장비, 늙어서 느리고 둔한 노숙, 임진왜란에서는 이순신의 거북선이 느리고 둔한 섹스 전개방식을 상징한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간의 오럴섹스 테크닉 이외는 섹스를 느리게 전개해 나간다는 상징적 요소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백년전쟁이라는 이름 자체가 긴 섹스를 상징하고 있다. --- p.286
쉽게 몸을 허락하는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기보다 그저 하룻밤 젊음의 욕구를 발산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남성들의 심리다. 그러므로 여성의 정조관념에 대해 호동왕자와 미노스왕같은 남성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변함없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된다면 오늘날과 같은 프리섹스 분위기 아래서도 어느 정도 순결과 정조관념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 p.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