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라이벌에게 패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논리와 방법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분야다
사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해가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남에게 지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온갖 사회적 패거리들이 힘을 자랑하고 갈등하고 충돌하는 세상에서 자기 이익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싸움은 본질적인 것이어서 어떻게 해야 라이벌에게 패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논리와 방법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분야다. 그런 점에서 정보가 우리 삶에 있어서 핵심요소다. 어쩌면 인류사에 있어서 정탐(스파이) 활동은 남을 이기기 위해 가장 오래된 직업중의 하나이며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과거 경제성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물적 자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이나 정보 같은 무형의 생산요소가 중심적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중심적 기여란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에서 무형(無形)의 생산요소로 이동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바로 새로운 사회구성 및 운영원리가 변화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정보소비는 본질적이며 욕망을 채워 가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문화이기도 하다. 정보소비라는 것은 하나의 트랜드이며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것뿐이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혁명은 시장경제를 발전시켰으며 지구촌화를 촉진했다. 인터넷은 디지털기기들과 합쳐져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해 가는 도구가 되고 있다. 더구나 아날로그 시대에서 새로운 인터넷상으로 바뀌면서 ‘광속 거리’(commerce at the light Speed: CALS), ‘광속 인간’ 등의 사회현상을 빛과 연결시켜 표현하는 디지털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해 두는 기능도 다양화되고 있다. 디지털시대는 지적 도전의 시대로서 우리는 이에 적응하는 ‘정보시민’(Inforzen)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개념이지만 현대사의 에피스테메(episteme : 知)는 지식정보의 순환성이다. 이제까지 강조한 키워드는 정보의 끊임없는 환류성과 소비의 문제였다. 사회적으로 전체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상황들 - 전쟁과 평화, 시장의 법칙, 상품생태계, 미래 예측 - 속에서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시대이다. 온 국민에게는 정보공유 마인드가 필요하고 정보를 모아 창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누구나 정보시민으로서 성찰적 정보감각이 있어야 한다. 정보감각이란 정보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생산, 관리, 소비하는 능력을 말한다. 어디에나 있지 않은 귀하고 비밀스런 정보를 찾아 소비하는 지혜이다. 이런 의식은 우리의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 정부 - 기업 - 단체 - 개인 차원에서 선진형 정보마인드가 있을 때만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보마인드는 정보를 볼 줄 알고 소비하는 안목이다.
또 정보는 축약되고 변형되며 축적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소프트웨어와 기술력이 주도하는 종합적 정보시스템이 발전하며 사용자를 위해 지식상품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렇게 전달되는 정보는 힘이요, 국력이며, 무엇을 위한 욕구의 대상이다. 이는 과거에 경제침투나 문화적 지배, 선교활동 등이 타자들에 대한 중요한 영향력과 수단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기술, 정보활동 등 총체적 지식의 장(場)이 대외 관계를 주도하고 있다.
지적해 둘 것은 정보의 이해에 있어서 사회과학적인 논리들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작업이 필요하며,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위해서는 지식정보의 체계를 새롭게 다지는 ‘통섭의 차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정보기관들이나 정부 고위층의 통섭적 정보문화가 현저히 결여됨으로써 경쟁자들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이 매우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정보를 우선시 하는 능력과 집중 소비하는 능력이 있을 때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정보는 결코 낭만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시대는 ‘특수성의 정보학’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것은 일반지식 생산이나 소비가 아니라 특정지식 안보관리를 돕기 위한 특수지식 정보를 이해하고 소비하는 학문이다. 정보소비(학)를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것은 정보의 생산이나 진리성을 증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보를 잘 선택하고 거짓정보에 속지 않으며 자기 이익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다.
흔히 정보, 첩보, 지식, 콘텐츠 등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자료들이 많지만 우리 주변 도처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내 것으로 끌어당김으로써 그것이 진정한 내 것이 되고 잘 소비할 때에 이익을 지킬 수 있다. 사회적으로 경쟁력이 필수라면 정보는 경쟁주체들의 몫이어서 실질적으로 정보세계에서도 시장원리가 적용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분명히 시대변화와 함께 정보 내지 정보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에는 누구나 정보지식을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영향력자가 될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정보소비에 대한 안내지침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정보전문가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과거의 음지에서 활동하던 이념적 정치적 접근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생활정보 차원으로 이해하며 자기 이익관리를 위한 정보소비시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보를 어떤 구조 속에서 쓰다 남은 잔재나 쓰레기처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들을 차곡차곡 판단해 분석해 가는 ‘정보적 뇌’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면 현시대에 있어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능력은 (정보)분석이라기보다는 정보통합이고 조화이며 이익적 정보소비이다.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신의 지식지평을 넓히는 일, 우리가 말하는 무엇, 우리 인간이 의식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보소비다. 물질적 재화만의 소비가 아니라 정보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슬그머니 남에게 드러내며 자기 이익을 관리하고자 할 때 그것도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정보의 진화 중에서 이 시대를 ‘정보소비사회’라고 부르고 싶다. 어느 누구나 정보시민(인포즌)이 된다. 이 책에서는 정보가 전쟁과 재난을 방지하는데 결정적인 힘이나 수단은 아니지만 정보시민으로서의 삶의 지혜를 얻고 실패를 줄이며, 무식과 편견의 무지에서 벗어나는 최상의 보호수단이 된다는 의미에서 정보소비의 논리와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식정보 폭발 시대에 있어서 우리는 변하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경쟁우위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아울러 이 책은 이미 필자가 이 책보다 앞서 출판한 《정보경영론》(2008) 이후 정보소비의 다양한 생각과 단편들을 묶어 집필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집필을 끝내면서 오랜만에 여유와 자유를 느꼈다. 삶의 흔적은 글쓰기인 것 같다. 아울러 아빠가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하며 기도해 준 노모, 아내, 두 딸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 책을 흔쾌히 발간해 준 도서출판 자료원 서동익 사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동시에 이 책을 읽어준 독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드린다.
2009. 2
분당 연구실에서
--- 저자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