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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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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54g | 130*190*30mm
ISBN13 9788994300658
ISBN10 89943006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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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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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에 부서질 듯 누워 있는 어떤 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허름한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멘 채 정신을 잃은 할아버지였다.
다현은 조심스럽게 할아버지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아, 따뜻한 온기. 그리고 희미하지만 뛰고 있는 맥박.
다행이다.
움찔, 할아버지가 힘겹게 눈썹을 깜빡거렸다.
다현은 얼른 웃옷을 벗어 낯선 할아버지의 몸을 덮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 좀 차려보세요.” --- p.18~19

다현의 맑은 눈과 할아버지의 깊은 눈이 서로의 눈에서 이해와 아량,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고, 할아버지 역시 따뜻하게 미소를 되돌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두 사람의 진심이 서로 통한 것이다.
“이름은 어찌 되나? 어디서 뭘 하는 분인지 은인 이름은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은인은요. 김다현이라고 합니다. 학교 선생이에요.” --- p.25

다가올 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형준은 빠른 어조로 사정을 이야기했다. 재인이 끼어들 참을 주지 않을 속셈이었다. 재인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전부 다 마무리 짓지 못하리라.
형준이 무슨 말인가 계속하려 하자 재인이 소리를 버럭 질러 댔다. 하여튼 빠른 녀석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가 지금 나랑 결혼할 여자를 정하셨다는 거야?!” --- p.44

“아까 설명드린 것처럼 회장님은 김다현 선생님한테 몇 가지 조건을 거시고 회사 권리의 일부분을 상속하셨습니다. 물론 그분 유고 시의 이야기지만.”
“일부분이라구? 지금 우리 회사 주식이 한 주에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그야말로 한 재산 챙긴 거라구.”
재인이 다시 빈정거렸다. 그러고는 험악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 대놓고 쓰여 있는 경멸과 비웃음에 다현은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기가 막혀서. 내가 왜 저 무례한 인간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 p.62

“그 아이는 특별해.”
그러니까 뭐가 특별하냐구요.
재인의 보기 좋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그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해도 손자를 궁지에 몰기 위해 그를 걸고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목숨처럼 여기는 회사와 함께 말이다.
그 새파란 여선생한테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저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나까지 얽어서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다현이한테는 너나 나한테 없는 게 있어.” --- p.89

“나랑은 아직 정리 안 된 걸로 아는데. 이러는 건 반칙 아닙니까?”
다현의 상대 남자에게 슬쩍 눈인사를 마친 재인은 다현의 옆자리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지금껏 웃고 있던 한의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자 다현은 기겁을 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 인간이 미쳤나 보다.
“반칙은 무슨.”
“우리 아직 안 끝났어요.”
우리라니. 남자의 애매한 표현에 다현이 인상을 썼다.
그와 그녀는 결코 우리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 p.137~138

“나랑 사귀면 다 해결되잖아.”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건지.
결혼이라는 엄청나고 신성한 일에 재벌, 유산, 거래, 교제 등등의 이야기가 엮이는 게 잘도 해결되겠다.
“그건 복잡하잖아요.”
“안 복잡해지게 하면 되지. 보아하니 그쪽은 남자가 필요한 거 같고. 난 선생……님이 필요하거든.” --- p.144

“그 고약한 성질을 커버해주려면 당신 할아버지 재산만으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그러고 보면 할아버지께서 진짜 현명하시네요. 그 많은 재산에 당신을 끼워주실 생각을 다 하시고. 덤으로.”
‘덤’이라는 마지막 덧붙임에 재인이 낮게 기침을 했다.
눈앞의 여선생은 잊지 않고 그가 한 그대로를 되돌려주고 있었다.
한 번 비웃음에 아주 살랑거리는 비웃음.
또 한 번 빈정거림에 그보다 두 배는 더한 빈정거림.
도대체 이 여선생은 하나도 지는 법이 없다. --- p.153~154

“그래요, 공정하게. 6개월간 진지하게 만나지요 뭐, 우리.”
‘우리’라고 말한 그녀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 이제, 그들은 같은 편인 ‘우리’가 된 것이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재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 재인의 커다란 손에 쏙 잡혀 들어온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흔들린다.
정말 같은 편, 우리가 된 느낌이었다. --- p.167

내 나이 이제 스물여섯이다. 급할 건 하나도 없다. 드라마 속에서 오그라드는 연애를 보게 되면 가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인연이 억지로 생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한테도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것이고, 그와 달콤한 연애도 하고 가끔은 투닥이면서 남들과 같은 결혼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말고, 언젠가는 말이다.
“그 남자, 어떤 남자야?”
“대마왕 같은 남자.”
거의 잠에 빠져 있는 현진이 나직하게 물어왔을 때 다현이 나직히 대답했다.
그는 딱 대마왕이었다.
King of the devil. 악마 중의 악마답게 제멋대로인 남자.
---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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