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은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보다는 항공기 기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만 모든 여력을 집중한다. 환승을 하기 위해 공항에서 6시간을 대기했을 때 일이다. 나는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을 거부당했다. 앞서 타고 온 항공사 입장에서 내 여정은 이미 종료된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미소를 머금은 승무원들과 기장이 던지는 “굿바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작별을 의미했다.
항공사들이 승객들을 도울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승객들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지 연구하는 마케팅 직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직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도우려야 도울 방법이 없는 것이다. ---p.42
마케팅 책임자들은 누군가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해결 방안을 발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엔지니어들이라면 통상 다른 사람의 제안을 환영하고 경쟁자들로부터도 기꺼이 배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책임자들은 그 반대이다. 자사의 마케팅 책임자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회사가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p.49
가장 우수한 고객들은 뇌물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 더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돈 슐츠 교수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항공사의 1등석이나 2등석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이 기껏 마일리지이겠는가? 그들은 공짜로 얼마나 더 탈 수 있는가보다는 항공사가 그들에게 진정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관심이 있다.” 마케팅 책임자들은 자신의 일을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 로열티 프로그램을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마케팅 책임자들 사이에서 로열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p.148
GM은 지난 2002년 자사의 새로운 모델인 폰티액 그랜드 암을 포커스 그룹에 소개하였다. 이 모델의 브랜드 명을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자동차를 일본과 유럽의 몇몇 경쟁업체 모델들과 비교하여 보여줬더니, GM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포커스 그룹 내 60퍼센트가 다른 모든 선택 가능한 모델들 중에서 이 차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런데 이 차가 폰티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불행하게도 응답자의 3분의 1은 더 이상 그 차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폰티액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순간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 부정적인 브랜드 가치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문제를 갖고 있다. 2006년 J. D. 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서 현대는 도요타와 혼다를 앞질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사야 할 어떤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의 데이브 주코브스키 판매담당 부사장은 현대차에 대해 “가격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4.5퍼센트이다. 만일 현대가 가격을 1~2퍼센트만 더 올려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 보라. 브랜드가 어떤 업종 어떤 업체이든, 모두에게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중요하다면 브랜드 자산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매우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pp.217~218
인텔은 그 유명한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들고 나왔다. 개인용 컴퓨터업체들은 놀랍게도 디스카운트의 대가로 자사 제품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스스로의 목에 올가미를 두르며 제품 일용품화 과정에 협조했다. 소비자들이 컴퓨터 매장을 찾았는데 제품에 인텔 인사이드 스티커가 안 보인다면,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갈 수도 있다.
소비자 : 안에 무슨 칩이 들어 있죠?
매장 : AMD요.
소비자 : 왜 인텔이 아니죠?
매장 : 마찬가지에요. AMD도 좋아요.
소비자 : 마찬가지라면, 왜 인텔은 아니냐고요?
매장 : AMD가 더 싸거든요.
소비자 : 값이 싸다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어찌 됐건 나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컴퓨터에 싸구려 칩이 들어간 제품은 싫어요.---pp.223~224
마케팅은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객 수 대비이든 매출액 대비이든 그 어떤 것에 대비해서도 영업비용이나 광고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진정 추구해야 하는 것은, 결국 맨 마지막에 손에 쥐게 되는 돈다발, 즉 총수익의 극대화이다. 그리고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코 동시에 성취될 수 없다. 이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익을 희생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에서 영업 책임자의 업무 성과를 매출과 매출 증가로만 평가하지 않고, 고객당 매출액이니 영업사원당 매출액, 매출 대비 영업비용 등의 수치로 평가한다. 이런 부적절한 평가 기준은 영업 책임자들로 하여금 무의미한 비율을 최적화하느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없게 만든다.---pp.230~231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실험 보고에 따르면 당구대를 사러 나선 고객들에게 우선 3천 달러짜리 당구대를 보여주었더니, 그들은 대부분 1천 달러가 넘는 가격의 당구대를 구매했다. 처음부터 싼 제품을 보여주고, 그 다음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권유했을 때 이들의 평균 구매 가격은 550달러였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효과를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른다. 비록 3천 달러짜리 당구대가 고객의 예상 지출 한도를 훨씬 초과할지는 몰라도, 높은 가격의 제품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지출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골동품 가게에서도 손님들은 전적으로 어처구니없는 가격이 매겨진 상품을 보고, 바보가 아닌 한 누가 그렇게 비싼 가격을 치르고 물건을 사겠느냐고 코웃음을 치고는, 결국에 그들이 지출하려고 마음먹었던 금액의 2배가 넘는 다른 물품을 구매하고 만족스러워 한다.
단지 큰 숫자를 불러보는 것 역시 효과가 있다. 집을 50만 달러에 팔기 원한다면, “1백만”이라는 숫자를 몇 번이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 지역에는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라든지 “이 정도 크기의 주택이라면 대부분의 다른 도시에서는 1백만 달러가 넘게 팔릴 것”이라든지, 하다못해 “남편한테 사용한 접시를 싱크대에 좀 갖다 놓으라고 한 백만 번은 말했다”라고 말해 보라.---pp.256~257
따라서 매출을 늘리고 싶다면 가격을 더 내릴 수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이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대신 높은 가격 단서를 더 많이 사용해 볼 수도 있다. 동상이라든지 초가 꽂혀 있는 샹들리에(샹들리에의 초는 절반 정도만 탄 상태로 그대로 놔두라) 같은 것을 구입해 보라. 전자제품 수리를 하는 곳이라면 직원들의 작업복이나 공구상자에 비용을 좀 더 지출해 볼 수 있다. 현대차 딜러라면 차를 고치러 온 고객이 대기하는 공간을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더 좋게, 최대한 훌륭하게 꾸며놓는 것이다. TV도 갖다 놓고, 시사 잡지도 비치해두고, 신선한 커피며 과일주스를 준비하고, 무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게 하라. 높은 가격 단서들에 아주 작은 투자를 해 보라. 실제 가격을 접한 고객들은 유쾌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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