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간고사를 보고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학교에서의 시험은 초등학교와는 격이 달랐다. 중학교 시험은 전투였다. 중간고사 아홉 과목 또는 기말고사 열두 과목이라는 적들이 역습해오는 전투 말이다.
"동생아, 우리 안 되겠다. 뭔가 변화를 주어야겠다."
그 후 우리는 기말고사 때 2주 동안 시험 공부를 했다. 중간고사를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 기간을 배로 늘려 잡고 한 과목당 적어도 두 번 이상은 공부하고 시험을 보았다. 중간고사 때 평균 점수를 대폭 깎아먹었던 주범인 예체능도 집에서 열심히 실기를 연습했다. 결론은 승리! 평균이 무려 4점이나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때 우리 형제는 확실히 깨달았다. 중학교 시험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그 후 시험 기간 준비는 3주가 되었고, 시험 바로 전 1주 동안은 학원에 가지 않고 각자 시험 준비를 했다. 시험 기간에 학원에서는 보통 시험 대비 특강을 해주는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부분까지 설명을 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3주 동안 시험을 준비하니 자연적으로 시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반복하여 모든 교과서와 참고서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시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 p.46~47 ‘중학교 첫 중간고사의 충격’ 중에서
그런데 문제는 학원비였다. 당시 우리 둘의 학원비는 한 달에 46만 원이었다. 군인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학원 등록금을 내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1만 원짜리를 세어가며 학원비를 봉투에 넣는 엄마를 보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학원에는 가고 싶고, 학원비는 비싸고……. 방법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학원에서는 전교 1등에게는 학원비 전액을 면제해주고, 전교 2등과 3등에게는 반액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그래서 기를 쓰고 공부했다. 어떻게 하든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IMF가 터졌을 당시에는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몇 개월 동안 집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 IMF에서 벗어났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교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할 정도로 학원비는 언제나 큰 부담이었다. 전교 3등 안에 꼭 들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시험을 보는 날이면 잘 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와 종종 아침을 거르기도 했다.
가끔은 학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학원도 모자라 개인 과외까지 척척 받는 친구들, 학비 걱정 하지 않고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서글퍼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집이 학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넉넉했다면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했을까? 약간의 결핍은 사람을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법이다. 전교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학원을 다닐 수 없다는 그 절박함은 우리를 더욱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내몰았고, 그런 노력이 오늘의 우리가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 p.48~49 ‘학원에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하다’ 중에서
과학고 물리 수업 시간. 물리는 과학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과목에 속한다. 물리가 결코 만만한 과목이 아님은 이미 과학고에 입학하기 전에 경험했다. 합격 통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준 평가 시험을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겠다는 취지의 시험으로 수학,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 이렇게 다섯 과목 시험을 보았다.
시험은 모두 고등학교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해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객관식이었던 수학을 비롯한 생물, 화학, 지구과학은 60점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100퍼센트 서술형이었던 물리는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쥐어짜며 답을 쓰기는 썼지만 결과는 달랑 기본 점수 1점이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시험 성적표를 나누어주는 선생님의 눈빛은 '얘는 뭐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작하기 전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물리였다. --- p.69~70 ‘내 생애 최악의 점수, 물리 1점’ 중에서
대책이 필요했다. 화장실에서 공부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이 화장실에서 공부했다고 말한 것을 본 기억이 나 생각해보았지만 무리였다. 사감선생님이 수시로 다니면서 확인을 하는데, 화장실 불이 오랫동안 켜져 있으면 십중팔구 의심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결국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이불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었다.
(……) 이불을 뒤집어쓰고 공부하기란 쉽지 않튾다. 보통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와 약 한두 시간 정도 이불을 쓰고 공부했는데,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공부하는 것이 뭐 큰 죄도 아닌데, 스탠드와 책을 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불빛이 새지 않도록 온 신경을 쓰며 공부했다. 그래야 불시에 선생님이 들어와도 들키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참아야 했다.
여름철은 더더욱 끔찍했다. 날씨가 더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노라면 땀이 비오듯 흘렀다. 엎드려 공부하다 보면 팔도 저리고 허리도 아파 서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 참 지독한 생활이었다. 누군가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1초도 안 걸려 "아니오"라고 말할 것이다. 아, 정말 다시는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 p.74~75 ‘이불 뒤집어쓰고 공부하다’ 중에서
과학고에 입학해 처음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과연 무사히 과학고를 졸업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우리였다. 뒤떨어진 공부를 보충하느라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남들 놀 때도 공부를 해야 했던 일,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공부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랬던 우리가 2년 만에 성공적으로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는 것이다. 그것도 졸업생 중 1등,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말이다.
상장을 받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을 받아서 기쁘다기보다는 학습 부진아 취급을 받으며 시작해 2년 동안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 누군가는 우리에게 '독한 형제'라고 얘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처지와 환경에서 공부를 했는지, 아무런 준비 없이 과학고에 입학해 얼마나 고통스럽게 공부했는지를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 꿈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시작이 어떠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설령 남들보다 훨씬 뒤처져서 출발했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면서 우리 형제가 얻은 큰 교훈이다. --- p.88~90 ‘쌍둥이,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다’ 중에서
중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일명 '뷔페식' 공부를 한다. 시험을 준비할 때 모든 과목을 완벽히 공부하기보다는 조금씩 골라서 맛만 보고, 수업은 듣지만 마치 뷔페처럼 골라서 조금씩만 집중해서 듣거나, 문제집도 이것저것 풀다가 그만둔다. 한 과목이라도 '완벽히' 끝내려고 노력하지 않고 모든 과목을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한다. (……) 시험을 잘 보려면, 한 과목에 자신을 갖고 잘하고 싶다면, 완벽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형제가 활용한 3Step 학습법의 기본 골자는 '완벽히 공부하자. 즉 시험에서 단 한 문제라도 실수로 혹은 몰라서 틀리는 일을 막아 무조건 100점을 받도록 하자'이다.
공부의 완성이란 '이 정도면 시험을 볼 수 있겠다'가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대비해 이번 시험을 100점 받을 수밖에 없겠다'이다. 이렇게 '이 정도'라는 단어를 '완벽히'라는 단어로 바꾸어주는 것이 바로 3Step 학습법의 핵심이다. Step1_시험 공부는 3주 전부터 시작! Step2_주요 과목은 3권의 문제집으로! Step3_같은 문제집을 3번 이상 반복! --- p.132~134 ‘만년 중간치기 길동이도 특목고 가는 3Step 학습법’ 중에서
다른 사람이 어디까지 선행 학습을 했느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얼마만큼 진도를 나갔는가보다 배운 내용을 얼마나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 복습을 해야 배운 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복습을 할 때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왜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 혹 모르는 용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공식이 있었는지 살피고, 몰랐던 부분을 알기 위해 예전 학년의 것이라도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 없이 앞으로만 나간다면 아무리 선행을 많이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어디까지 배웠는가'의 진도는 중요하지 않다.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든 것만이 내 진도임을 잊지 말자. --- p.255~257 ‘나만의 진도가 중요하다’ 중에서
공부에도 '필'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집중할 때가 있다. 이때의 흐름을 타고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다 보면 이 흐름이 깨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는 시간이 아닌 '양'으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목표량을 다 채웠더라도 아직 공부의 흐름을 타고 있다면 계속 공부를 하도록 한다.……집중은 하면 할수록 그 효과가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공부는 흐름을 타야 한다. 필을 받았을 때 흐름을 타고 3단계까지 가는 것이 가장 좋다. 3단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공부할 때 시간이 아닌 양으로 목표를 정해 3단계까지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 p.265~267 ‘쎽간보다 양을 목표로 공부하라’ 중에서
서로의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해주는 '버디 시스템'을 공부에 적용하면 어떨까? 공부라는 큰 바닷속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 둘이 같이 다니면 아무래도 공부하기가 더 쉽고, 그릇된 길로 가는 것도 막을 수 있으므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 같이 공부할 버디는 나의 경쟁자여야 한다. 내가 보았을 때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친구, 더 의지가 강한 친구, 또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를 버디로 만들어야 한다.(……)버디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면 더욱 좋다. 버디를 통해 학교 내의 다양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고, 같은 스케줄에 맞추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버디와는 공부에 관한 한 모든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내 것은 감추고 남의 것만 탐내서는 버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 p.281~286 ‘버디 시스템을 공부에 활용하자’ 중에서
수업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생님과 계속 눈을 맞추는 것이다. 일단 수업을 시작하면 잠시도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말자.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필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선생님과 눈을 맞추면 일단 딴생각이나 딴짓을 할 수 없다.(……)눈을 계속 맞추면 선생님을 나만의 개인 교습 선생님으로 만들 수 있다.(……)선생님에게 눈빛과 표정으로 내가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를 전달할 수 있다. --- p.287~289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계속 눈을 맞춰라’ 중에서
예습과 복습 중 어느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먼저 '복습'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예습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복습만 확실히 해도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예습은 선택이지만 복습은 필수이다.(……)복습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범위의 교과서와 필기를 다시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날'이다. 바로 그날그날 복습을 해야 효과가 있다.(……)예습은 절대적으로 항상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만 하면 된다.(……)예습도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처음 내용을 배울 때는 새로운 용어와 개념 때문에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교과서를 펴고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제목과 중요 단어 중심으로 보도록 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복습은 항상 그날그날 하고 예습은 필요할 때만 간단히 하도록 하자.
--- p.297~303 ‘복습은 필수, 예습은 선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