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사기 열전』속 주요 인물을 통해본 사상 체질 분석
체질 이야기에서 우리가 사상체질의 눈으로 읽어 내릴 인물은 16명이에요. 섭정, 인상여, 항우는 태양인이고요, 예양, 오기, 조괄, 우경, 신릉군, 한신은 소양인이구요, 위문후, 조사, 형가, 장량은 소음인이고요, 위무후, 염파, 노중련은 태음인이구요. 그분들이 활동한 시기는 전국시대를 여는 기원전 440년 무렵부터 시작해서, 한 고조 유방의 천하 재통일 직후인 기원전 195년 무렵까지예요. 이른바 중국 최초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시기예요. 나라 간의 전쟁은 더욱 잦아지고 규모도 더욱 커져, 국제권력의 추이는 전에 없던 모습으로 나타나요. 큰 나라가 미친 듯이 작은 나라들을 집어삼키죠. 나라의 임금들이 쫓겨나고 죽음을 당하는 일도 연이어 질풍노도처럼 일어나죠.
기원전 453년, 오랫동안 6대 가문의 내부분쟁에 휘말린 진晋 나라는 진양성 전투를 분수령으로 하여, 끝내 3대 가문에 의해 조趙, 위魏, 한韓이란 독립된 나라들로 찢어져요. 그 후일담의 하나가 자객 예양(소양인) 이야기고, 그 잔영이 섭정(태양인) 이야기죠. 위魏 나라는 당대의 초강대국이에요. 중원의 중앙에 자리하여 가장 기름진 농경지를 안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농산물 생산에서 우위를 차지하죠. 법가의 인물을 잇달아 기용하여 강대국으로 떠올라요. 그 중심에 과감한 인재등용과 구사를 한 위문후(소음인)의 조정이 있고, 전장에는 상승常勝의 승부사인 병법가 오기(소양인)가 자리하죠. 3세기에 접어들자 진秦 나라의 군사역량은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해져요.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가장 비참한 사건이 장평전투죠.
기원전 267년, 진장 백기는 전국의 15세 이상 모든 후방 병력을 전장에 투입해요. 조나라 40만 대군은 죽음의 계곡에 매장되고 240명만 살아 돌아가죠. 이처럼 조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억겁 속으로 밀어 넣은 세기의 전쟁이 장평전투에요. 진왕 앞에서 조나라의 위엄을 떨친 안하무인 인상여(태양인), 막강 진군을 패배시킨 명장의 대명사 조사(소음인), 진군이 상대하기 꺼려한 백전노장의 대식가 염파(태음인), 무늬만 호랑이인 이론병법의 대가 조괄(소양인), 조나라를 위해 세치 혀를 아끼지 않은 세객의 초상 우경(소양인), 한단을 포위한 진군의 전선을 해체하고 진나라를 벌벌 떨게 한 비운의 공자 신릉군(소양인), 장평전투 이후의 진정국면을 마련한 천하의 담설가 노중련(태음인). 이들이 이 시기의 천하를 수놓은 별들이죠. 세기말로 접어들면서 전국 6웅은 7웅의 하나인 진나라에 의해 한韓, 위魏, 초楚, 연燕, 조趙, 제齊의 순서로 하나씩 정복당해요. 기원전 230년부터 221년까지의 10년간에 말이에요. 그 사이인 기원전 227년, 진나라 왕의 가슴에 서부인이란 비수를 안겨주려는 사건이 일어나죠. 주인공은 강호의 전설로 남아, 지금도 인구에 회자하는 고독한 자객 형가(소음인)예요.
최초로 가장 강대한 왕조를 출현시킨 진시황은 군사적 파괴력을 정치, 경제, 문화의 건설로 전환하여 황금시대의 최고봉에 오르죠. 그러나 진시황이 죽고 불과 14개월 만에 진이란 거대제국은 천붕지괴天崩地壞하듯 무너지면서 군웅할거의 시대로 나아가요. 기원전 209년, 안휘성 기현의 대택향에서 북방수비대와 근무 교대하기 위해 가던 소대장 진승과 오광이 일으킨 반란이 그 시발이에요. 진승이 장초왕으로 서면서 13명의 왕이 부활하죠. 정작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스스로 국왕으로 봉하지 않은 두 명의 인물이에요. 초나라 장군의 후손인 떠돌이 항우(태양인)와 지역 무뢰배인 건달 유방(태음인)이죠.
진나라는 유방에게 투항하고, 항우는 함양에 입성하여 천하를 재편해요. 재편한 질서에 불만을 품은 무리들과 유방집단이 항우에게 도전하면서 천하는 다시 전쟁의 불길로 휩싸이나, 유방집단의 선택과 집중에 의해 한漢 제국으로 통일되죠. 기원전 203년의 일이에요. 이 7년간을 초한지의 시대라 부르죠. 유방집단의 천하통일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 사람이 한신(소양인), 장량(소음인), 소하에요. 7년이란 초한지 격동기의 주역 셋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유방집단의 꾀주머니 장량, 승리의 전신戰神 한신, 낭만의 대영웅 항우를 들 수밖에 없어요. 자, 그러면 이제부터 체질 이야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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