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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따뜻한 용인 이야기

박범신 | 이룸 | 2003년 03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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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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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070161
ISBN10 895707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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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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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아름
1976년 서울 출생. 1998년 영국 Cavendish College에서 Graphic Design 과정을 수료하고, 2000년 한겨레 출판만화전문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 연세대학교 인문학부(심리학, 불어불문학 전공)를 졸업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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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쓰기를 마침내 멈추었다.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고 말하면서 소설 쓰기를 멈춘다고 한 것은 나로선 작가로서의 내 죽음을 선언한 셈이었다. <문화일보>에 연재하는 장편 『외등』을 중단하고, 그 <중단의 변>을 쓸 때, 나는 관 속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양지바른 곳이면 좋겠으나 음습한 곳이라도 상관없었다.
나의 불같은 욕망과 잔인한 자기 분열을 묻어버릴 묘지 하나 쓰는 기분으로 용인 변방 양지면 대대리에 조립식으로 얼렁뚱땅 작은 집 하나 지었는데, 짓고 나서 보니 정말 묏자리 같았다. 굴암산이 내 집 뒤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단호히 유폐시켰다.
아내도 자식도 버렸고, 버린다고 생각했으며, 문학과 독자 또한 결별이었다. 나는 밤마다 홀로 누워 내가 누운 자리가 내 묘지 속이라고 시시때때 생각했다. 내 묘지에도 서서히 봄이 오고 굴암산에선 날마다 꽃이 피었다. 꽃이 보기에 너무 좋아서 자주 눈물이 났다. 세상의 독이 내 안에 차 있다는 걸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한터의 밤은 정말 고요하고 깊다.
밤이 깊어 가구도 별로 없는 한터산방 너른 거실에 덜렁 혼자 누워 있으니 여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을 화살 같은 속도로 거슬러갈 수 있는 것도 고요 속에 혼자 있기 때문이다. 고요 속에 혼자 있으면 누구나 자유로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간 청춘의 뜨락으로 간단히 되돌아갈 수 있다.

나는 단 한 번 사랑하는 여자에게 손찌검을 한 일이 있다.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아내는 그때 대학 3학년이었고, 나는 같은 대학 4학년이었으며, 우리는 연애 중이었다. 격정과 불화, 그리고 고독은 내 영혼이 청춘 시절 입고 있던 외투였다. 세계와의 타협은 물론이거니와, 사랑의 감정조차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본의 아니게 상처만 만들어 갖곤 했던 그 시절.
"우리 그만 헤어져."
어느 날 스물두 살의 젊은 그녀가 말했다.
청천벽력이었다. 나중에 아내는 '결혼' 자체가 두려웠던 것이지 내가 싫어서 헤어지자고 한 것이 아니라 했다. 그러나 내겐 그 선언이 미래라는 시간 앞에 검은 휘장이 내려와 덮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격정과 불화와 고독의 외투만을 입고서 어떻게 세상 속으로 혼자 걸어갈 수 있단 말인가.
"안 돼. 나는 동의할 수 없어."
나는 애원하고 화를 내고 협박했다. 그녀와 첫 키스를 나누던 교외의 어느 연못가, 키 큰 전나무들이 어둠 속에서 흔들리며 내던 신비로운 음향을 나는 기억했다. 그것들까지 그럼 모두 가짜였다는 것일까. 그 불의 입술로 쓰던 글자, 사랑까지. 스물두 살의 그녀는 그러나 나의 열화와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봇짐을 싸고 나로부터 떠나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나는 마침내 그녀의 뺨을 쳤다.
안개 때문에 중천의 반달이 아주 흐릿하게 뵈는 밤이었다. 우리들은 도시 외곽에 있던 공동묘지에 있었다. 내가 호되게 후려치자 그녀는 쓰러졌고, 그녀가 쓰러지는 걸 보자 내 격정이 다시 타올랐으며, 그리하여 나는 쓰러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뺨을 후려갈겼다. 그것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차라리 내 손으로 갈가리 찢어버리자는 의지의 다른 표현 같았다. 나는 그날 밤 술에 만취되어 울었다. 그녀와의 이별 때문이 아니라 나의 어둡고 찢긴 청춘이 불쌍해서 나는 울었다.
--- pp. 15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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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세상의 벼랑 끝에 서면
젖은 땀구멍 속 정령들은 은사시나무
잎새 사이로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우리는
마주보고 누워 한 개비 담배를 나눠 피운다 만약
사랑을 믿지 않는다면 누가
아침 이슬에 경배드리겠는가

-拙詩, <빈 들> 일부


지난 10년간 내가 쓴 모든 글들이 다 이곳에서, 주술적 계시, 피어린 성찰을 통해 쓰여진 것이고, 작가로서 임종과 같았던 긴 침묵도 이곳에서 얻은 위로 때문에 견뎌냈으며, ‘무너지는 세상의 벼랑 끝에서’ 이윽고 ‘마주 보고 누워 한 개비 담배를 나눠 피’웠던 그 황홀하고 불꽃같은 마지막 젊은 꿈들도 모두 이곳에서 성물(聖物)처럼 받은 것이다.

내가 ‘사랑을 믿지 않았다면’
한터산방이 어찌 내 피폐한 영혼을 받아주었으랴.
나는 이곳에 이르러 비로소 문학이 싸움보다 사랑인 줄 알았고 삶이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으며 감히 날이 갈수록 보다 더 향기로워지는 인간의 길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밤새 뜰에 모닥불 피워놓고 젊은 그들과 술잔 돌리면서 가장 황홀한 마지막 밤을 지새울 때, 옳거니, 오래전 제 몸주를 떠났을 수많은 별빛들이 산지사방 쏟아져 내리는구나. 젊은 그들과 강강술래로 손에 손잡고 모닥불 싸고돌며 감히 통 크게 혼잣말로 소리쳐보는 것은 ‘영원’이다. 인간으로 아름답게 사는 길을 내게 보여준 한터산방의 모든 우주가 내 안에서 지금껏 떠나지 않고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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