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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소보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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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소보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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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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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1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7.8만자, 약 2.6만 단어, A4 약 49쪽?
ISBN13 978896319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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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홍명진
경북 영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지만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습작의 시절을 보냈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제10회 사계절문학상과 제5회 백신애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숨비소리』, 『우주 비행』, 『타임캡슐 1985』와 소설집『터틀넥 스웨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조용한 식탁』,『벌레들』, 『콤플렉스의 밀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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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나는 좋은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일을 자꾸 생각하다 보면 힘이 생긴다고 말한 건 느티나무 공부방의 대장인 ‘뚱’ 선생님이었다.
“두희는 누구보다 철이 들었으니까 선생님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불행한 일을 극복하려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힘이 생겨.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 봐. 너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를 위해서. 그럼 언젠간 엄마도 돌아오실 거야.”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불길한 생각이 자꾸자꾸 끼어들었지만, 절망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_17~18쪽

엄마가 일곱 살 아이처럼 변해 돌아온 지금, 세상에는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불행은 행복한 얼굴 뒤에 숨어 있다는 것도. _33쪽

난 엄마가 사라지고 난 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지구에서 공룡이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고 다 사라진 것과는 다르다. 그건 열세 살이었던 내가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어려운 거였다. 차라리 사악한 마녀의 마법에 걸려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걸 믿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도운이 질문했던 운명이라는 말은 특별 강연을 온 선생님이 맨 처음에 했던 바로 그 말이란 것도 알겠다. 우리는 엄마나 아빠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도운이도 나도. 그러니까 그건 운명인 거다. 엄마가 딴사람처럼 변해서 돌아왔지만 내 엄마인 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인 것처럼. 그래서 운명은 슬픈 것이다. _98~99쪽

짝짝이 슬리퍼를 신고, 아빠가 생일 선물로 준 반짝이 나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엄마는 또 사라졌다. 사라져 버렸던 엄마가 다시 돌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를 헤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엄마가 돌아왔지만 내가 생각하고, 그리워했던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_161쪽

내가 엄마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 주자 엄마 입가에 알듯 말듯 한 웃음이 물렸다. 엄마는 지금 꿈속에서 엄마의 엄마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자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토닥토닥, 나는 엄마 어깨를 두드린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이. _168쪽

소보로빵은 그냥 소보로빵일 뿐이다. 밀가루 냄새가 짙은, 달콤하고 말랑한 유혹도 없는, 못생긴 소보로빵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빵은 빵일 뿐이니까. 내가 먹기 싫으면 씹다가 뱉어도 상관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열네 살인 내게도 오빠에게도, 아빠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그건 도운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거짓말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니까. _197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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