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랬을까
이 책은 이런 사소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느 것 하나 납득이 안 되는 상황뿐이었다.
소위 정책이라는 게 그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랬다.
그가 멀쩡한 국민을 윽박지를 때 쓰던 말처럼,
혼이 비정상이 되지 않고는 도무지 저 사악한 퍼즐의 빈칸을 채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세상 그 어떤 풍자, 어떤 패러디가 작금의 현실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시시각각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에
이게 나라냐!
분노마저 허탈할 따름이지만,
어쩌다 웃음을 잃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책을 펴내는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까.
---「서문」중에서
모처럼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날따라 그네는 수첩도 안 가지고 나왔다.
다들 웬일인가 싶었다.
질문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그네가 가방에서 최신 테블릿pc를 꺼냈다.
화면을 질문자 앞으로 돌려놓고
pc를 켜니 화면에 빨간 펜을 쥔 손이 나타났다.
그네: 알파고 시대에 맞게 새로 생긴 저의 수첩이에요. 다들 저라고 생각하고 질문들 허세요.
---「첨단 수첩」중에서
일본 총리 아베와 위안부 협상을 앞둔 시점,
아베는 100억을 줄 테니 과거는 그냥 잊자고 했다.
그네는 생각했다.
‘100억?’
이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도대체 감이 안 잡힌 그네는,
통 짜리 크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시리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순시라. 100이 적어, 많어?”
앞 뒤 다 자른 채 뜬금없이 묻는 말에 순시리는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언니가 100억을 나한테 줄 모양이다.’
아무리 먹성 좋기로 정평이 난 순시리한테도 100억은 큰돈이라 이렇게 말했다.
“언니. 100억은 큰돈이지.”
순시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대답하자 그네는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아베가 내민 문서에 사인을 해버렸다.
송금은 1년 뒤.
그렇게 위안부 협상은 껌 값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한편, 딸내미 문제로 국정에 소홀하던 순시리는 아무 내막도 모른 채 오매불망 100억을 기다렸으나 돈이 안 들어오자 그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언니, 접때 그 100억 있잖아? 그거 언제.... (줄 거야)?”
“아-그거 1년 뒤.”
당장 딸내미 말도 사야 하는데, 아-씨-,
“언니는 무슨 일을 그렇게 해? 당장도 아니고.”
순시리가 짜증을 내자 그네, 당황한 듯,
“아, 그게, 아베가 위안부 협상이라고 준다는 건데, 너무 큰돈이라 아베도 당장은 돈이 없나봐.”
이 말을 듣고 거품을 물고 쓰러진 순시리.
앞으로는 더욱 국정을 단디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순시리의 착각」중에서
광화문 광장 시위대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던 날,
그네는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선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이 자꾸만 자신의 이름을 외쳐 부르는 것만 확실히 들리고
그 뒷말은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불안해서 창가로 다가간 그네는 망원경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는데,
촛불을 든 엄청난 인파 중 외계인 몇몇을 발견했다.
실상은 외계인으로 분장한 시위대인데 다급한 그네 눈에는 우주인으로 보인 것이다.
“아,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진실이었어!”
그네는 드디어 우주에서 자신을 구하러 외계인을 보낸 것이라 믿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 외계인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본 순간 그네는 기절하고 말았다.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씌어 있었다.
“그네야, 우주 팔아먹지 마라. 죽는 수가 있다.”
---「외계인이 나타났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