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간호사. 백수. 소설가 지망생. 문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문창과에서 받아 주지 않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각종 사설 학원을 찾아다니며 희곡, 에세이, 드라마, 시나리오 등을 공부하고 온갖 작법서를 탐독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썼으나 그 어떠한 공모전에서도 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림을 그려 근근이 먹고살고 있으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맞고, 숙취에 시달리는 친구에게 “또 술병이네. ㅉㅉ” 하며 해장술로 응급 처치를 하는 걸 보면 전직 간호사인 것도 맞는데 근본적으로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백수에 가깝다. 만약 꿈을 이뤄 소설가가 된다면 이 책은 흑역사로 남겠지. 쓴 책으로는 희대의 폭망작 『숙녀발랑기』가 있다. 그린 책으로는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나는 서른이 지나도 재미있게 살고 싶다』와 동화 『푸른 기차의 정거장』, 『우리동네 봉사왕』 외 다수가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라 하셨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터럭과 살갗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뜻이지요. 우리 몸의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귀히 여겨야 할 곳은 거시기 뭐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그 거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화가 났을 때 눈을 부라리는 대신 불알이는 남사스러운 실수를 저지르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불알은 그렇게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저보다도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만치 보배로운 그것, 고이 넣어 두셨다가 중요한 순간에 꺼내심이 어떨는지요. 사족입니다만, 곧추서다를 고추서다라고 쓰는 분도 더러 계시더라고요. 에, 그러니까… 그 고추가 곧잘 곧추서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워워, 엄마 얼굴 생각해. --- p.29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몰랐습니다. 맨얼굴이 아니라 민얼굴이 맞는 말이라니. 이 글을 쓰면서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천지 어떤 사람이 맨얼굴이라는 멀쩡한 단어를 두고 “나 오늘 민얼굴이야”라고 말한단 말입니까. 맨얼굴이 틀린 말이라면 맨발도 틀린 걸로 해주세요. 영화 [맨발의 기봉이]도 ‘민발의 기봉이’로 쓰자는 말입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민’은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음을 뜻하고 ‘맨’은 다른 것이 없음을 뜻하기 때문에 곧 죽어도 맨얼굴이 아니라 민얼굴이랍니다. 설명을 읽고 나니 더욱 아리송해집니다. 그게 그거 아니에요 가슴이 답답해진 저는 국어사전을 뒤지고 또 뒤지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저만의 정의를 덧붙이기에 이르렀습니다. --- p.117
얼마큼을 얼만큼으로 잘못 알고 계셨던 분 솔직히 손 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뺨을 내려치십시오. 저를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지는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제 뺨을 때렸으니까요. 으흐흐흑…. --- p.120
사실 늘이다는 실생활에서 쓰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무줄이나 엿가락, 바짓단을 늘일 일이 뭐 그리 많겠습니까. 소개팅녀에게 키를 속인다 치더라도 “저 사실은 키 늘였어요”라고 이실직고할 일도 여간해서는 없을 테고요. 반면에 늘리다는 사용이 무궁무진합니다.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여자 꼬실 때 늘려야 할 것들만 선별하여 적어 보자면 힘, 재산, 매력, 말발, 솜씨, 실력, 능력, 체력, 정력, 지속력 등이 있습니다. --- p.137
‘어떻해’라는 말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히읗 받침 뒤에 또 히읗이 오면 읽기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어떡게’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역 받침 뒤에 또 기역이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겹치는 것 없이 각각 어떻게와 어떡해로 써주셔야 하겠습니다. (…) 지금은 고개를 끄덕일지 몰라도 여러분은 곧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고해]가 있습니다. 맞춤법이 가슴에 새겨질 때까지 부르고 또 부르세요. --- p.14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