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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한계령에서

: 가슴 절절한 그리움으로 부르던 노래

정덕수 저 | 북피디닷컴 | 2003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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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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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5쪽 | 28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333117
ISBN10 899033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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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글을 쓰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아마도 쓰는 글이란 모두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맘에 따라 보여주거나 아예 숨겨 버릴 수도 있다는 것과, 인사를 건네는 일은 글로서든 말이든 몸짓으로든 대상이 있고 의미와 정을 담아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할 수도 있는 차이인데 말입니다.
시(詩)를 쓴다고 하면 걱정스러움에 염려의 말씀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듯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아주 오랜 시간을 숙명처럼 이 일을 하여왔습니다.
사물 하나를 보는 일에서 세상의 모든 생활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보게 되고, 그 속에 가장 단순하게 보여지는 진실이라는 작은 씨앗을 찾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

오색리라는 작은 마을의 봄 향기 싱그러움을 먼저 전합니다.
그 혹독한 추위와 폭설 속에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이 깊은 산 속 마을!
달래, 냉이, 씀바귀, 꽃다지는 이미 입맛을 돋운 지 한 달이 넘어갑니다.
얼레지며 노루귀, 생강나무, 양지꽃, 괴불꽃 등의 야생화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더군요. 노루귀만 하여도 솜털로 덮인 빠알간 자줏빛 꽃대에 다양한 색의 꽃들을 저마다 자랑이라도 하듯 피워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눈이 온 산을 덮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자연의 질서 정연한 움직임과 약속 이행을 보며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못난 행동들을 내가 하여 왔는가. 그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다쳤을까.
이제 그 지난날의 과오들을 답습하지 않고 치유하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입니다.
사람들이 영악하여졌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꼭 필요한 만큼의 관계를 설정하고 교류하는 세상, 그러기에 천 겁의 슬픔을 당하여 우는 이를 보고도 자신의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봅니다.
그러나 가끔은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세상을 기쁘게 합니다. 누군가 살아있는 영혼의 울림대로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먼저 위로하는 모습들, 시가 여전히 살아있는 세상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진실함은 언제고 편안하고, 아둔하게 세상을 가린 손가락 틈으로 햇살은 더 눈부시게 파고듭니다.
그렇기에 얼마간의 불편한 속내 다 드러내는 모습 이제는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더러는 내 삭히지 못한 통곡이요, 더러는 내 못 잊어 그리움에 사무치는 애증이기도 한 이야기, 그래서 내 분신인 글들이 있는 그대로, 있었던 그대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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