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12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02g | 140*210*20mm |
ISBN13 | 9788952235466 |
ISBN10 | 8952235460 |
발행일 | 2016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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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02g | 140*210*20mm |
ISBN13 | 9788952235466 |
ISBN10 | 8952235460 |
프롤로그 다들 그럴 만해서 그런 것이다 1부 아는 만큼 꼬신다 - 커피와 음악 이야기 당신의 교양적 욕망을 위하여 아는 척, 괜찮은 이성을 잡는 방법 근사한 커피를 마시는 몇 가지 조건 커피 드리핑의 미학 첼로가 좋아지는 시간, 인생을 아는 나이 클래식 감상의 의미 하나, 희로애락 클래식 감상의 의미 둘, 사적 맥락 클래식 감상의 의미 셋, 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기 누리는 음악에서 나누는 음악으로 블루스에서 로큰롤까지,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조우 로큰롤 베이비의 반란 엘비스와 비틀스, 영웅의 탄생 록 스피릿, 천천히 쓰러지기보다 불타 없어지겠노라 팝처럼 살 것인가, 록처럼 살 것인가 펑크록과 디스코, 음악으로 불타오르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그리고 얼터너티브 뭘 좀 아는 사람들의 음악, 포크송 밥 딜런을 알고, 밥 딜런을 듣는다는 것 재즈, 빅밴드, 뉴욕, 스윙 추는 재즈에서 듣는 재즈로, 모던 재즈 마일스 데이비스, 재즈 좀 안다면 아는 이름 스윙, 비밥, 퓨전, 어떤 재즈를 좋아하세요? 재즈 보컬리스트, 인생을 노래하다 2부 아는 만큼 한다 - 남자와 여자 이야기 발견의 미학 여자가 그립다 불완전을 나누다 헤어지자는 그녀 여자는 ‘불쌍’을 사랑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녀를 함부로 대하라 미친 듯이 정신 차리는 자 내 여친을 소개합니다 하고 싶은 당신에게 변태들, 하나 변태들, 둘 변태들, 셋 |
작업 인문학
이 책은
이 책의 저자는 김갑수다. 탈렌트 김갑수가 아니라 문화평론가 김갑수.
그를 요즈음 TV 여기저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정도 사전 정보는 이 책을 기꺼이 집어 들게 한다.
그가 ‘아는만큼 꼬신다’는 모토하에 이성을 꼬시는데 필요한 ‘교양적 욕망’의 실체를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면 이성을 유혹(?) 할 만큼의 교양을 다룬 책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교양을 알고 나서 이성과 대화한다면, 머리에 제법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토하에 쓰여진 글이라고 하지만 속물적인 그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의 글의 결론은 요즘 차고 넘치는 연애 지침서에 비교해 본다면 지나칠 정도로 건전하다.
이런 식이다.
<애인을 원하나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 사람이 곧장 실천할 일이 있다. 이른바 생각의 구름장을 타고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267쪽)
어떤가? 여기까지 읽으면 연애 지침서에서 볼 것 같은 무언가 비법, 그것만 얻으면 애인을 서넛을 거느릴 수 있는 능력이 곧 생길 것만 같지 아니한가
그러나, 길고 긴 이야기를 거친 다음에 그가 내린 결론은 그로 하여금 문화평론가의 본령이 어떤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 시간이 엄청 걸리는 일이다. 아마도 사적인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고전 명저를 읽어나가는 일이다.>(267쪽)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성을 유혹하는데 왜 교양이 있어야 하는가’ 이다.
그 내용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지는데 1부는 <아는만큼 꼬신다- 커피와 음악이야기>
2부는< 아는만큼 한다- 남자와 여자 이야기> 다.
1부에서 왜 커피가 등장하는지,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근사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또 한 가지는 일상에 존재하는 깊이의 세계이다. 나는 20여 년째 커피 로스팅을 하고 있다. 커피를 볶는다는 얘기다. 그거 좀 번잡하다. 도구도 많이 필요한데 100년 정도 된 것을 구해서 하고 있다. 일종의 취미 활동이다. 이 취미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래 하니까 대학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한다.>(33쪽)
그렇게 대학에서 강의할 정도의 수준의 내용이 이 책 1부에 실려있다.
또한 음악 이야기도, 전문가 수준이다.
읽으면서 말그대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기가 죽는다.
2부에서는 남녀가 만나 ‘한다’는 이야기가 주제다.
‘한다’는 우리말이 참으로 여러모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남녀상열지사에서 쓰이는 ‘한다’이니 호기심이 바짝 일어난다.
남녀를 어떻게 규정할까
저자가 <모순론>에서 적대적 모순과 비적대적 모순을 빌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옮겨 본다.
<적대적 모순은 지주와 농노 관계처럼 타도와 극복의 대상이지만, 비적대적 모순은 정반대 속성을 지닌다. 가령 전기의 음극과 양극, 낮과 밤 같은 것. 그 중 대표적 사례로 꼽는 것이 남녀관계다. 남자와 여자 관계는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비적대적 모순 관계다.>(231쪽)
그런 비적대적 모순 관계에 있는 남녀가 만나 ‘한다’는 행위를 하는데, 사전 작업을 위한 교양으로는 뭐가 있을까? 이 책 2부에서 찾아볼 일이다.
밑줄 긋고 새겨야 할 글들
요즘 ‘뇌섹남’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저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기성 가치에 함몰되지 않는 자기 발상,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뇌”(16쪽)
무슨 책을 읽을지
자기 진지를 만들어라.
<나는 한 분야를 깊숙이 들어가는 게 독서과정이라고 주장한다. .......... 식견을 갖췄다 함은 한 분야를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 분야를 내 것으로 만들면, ,,,, 그 분야의 기본 상식을 많이 알고 고유의 의견도 있다면 다른 분야에 대한 무지는 용서가 된다. 또하나,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비교적 쉽게 다른 분야에 대한 연역이 가능하다.> (28쪽)
<소위 수준을 갖춘 사람들은 책을 보고, 책에서 즐거움을 얻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책읽는 행위를 통해 삶이 즐겁고,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그 경험을 활용해 질적으로 도약하는 체험을 대부분 했다고 본다.>(26쪽)
<인문적 가치와 교양적 욕망 속에서 사람이 깊어지고 그런 가치와 욕망을 교류하는 관계에서는 이익을 주고 받는 세속적 교환가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쪽)
자기계발에 대한 일침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들을 떠올려 보라. 부자 되는 법, 느리게 살기, 인간관계론, 생각 넓히기 등등. 그런 책 읽고 그런 강연 들어서 자기 계발이 됐다는 사람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 모든 것은 광고문구만 그럴싸한 건강식품과 다를 바 없다.>(265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영화 <러브 스토리>의 명대사 두 개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sorry.)
또 하나는, “그는 뭔가 특별하고, 뭔가 달라요.”
(He is something special, something different)
두 번째 대사 ‘그는 뭔가 특별하고 뭔가 달라요’, 의 ‘그’는 우선 이 책의 저자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뭔가 특별하고 뭔가 다르다는 것, 이 책에 해당하는 말이다.
일본의 한 방송에서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소위 말하는 꽃뱀의 신상이 밝혀진 적이 있다. 사진이 공개되기 전 패널들은 상상 속 그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모두가 저마다의 절세미녀를 그렸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사진 속 여자의 모습은 평범하고 흔했으며 호감형은 더더욱 아니었다. 실망스럽다 못해 황당할 정도였다.
적어도 사람을 꾀거나 홀리는 데 외모가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녀 관계에 대한 통념에 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p17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힘은 어떻게 발휘되는 것일까?
이런 일련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나름의 경험과 연륜으로 경쾌하게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피력하는 것이 이성에 국한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속되고 가벼운 것부터 교양적이고 깊이 있는, 좀 더 포괄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작업 인문학은 '교양적 욕망'이다. 이건 내가 임의로 붙인 말이다. 자기 안에 무언가 갖고 있어야 이야기가 되는데 그것을 갖는 게 쉽지 않다. p16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사람의 생김새만큼이나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러니 방법이란 것이 있어도 변수가 너무 많아 무용지물에 가깝다. 좀 더 본질적이고 불변한 무엇인가에 접근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것을 '교양적 욕망'이라고 콕 집어 말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인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지적이고 영원한 그 무엇엔가 닿길 원하는 본능 말이다.
인문적 가치와 교양적 욕망 속에서 사람이 깊어지고 그런 가치와 욕망을 교류하는 관계에서는 이익을 주고받는 세속적 교환가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19
'교양적 욕망'의 자극이라는 작업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을뿐더러 에둘러 설명하지 않아 문장에서 경쾌함이 느껴진다. 문자가 음성으로 전환되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프롤로그를 보니 1부의 이런 속도감은 강연 녹취록에서 오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1부의 초반 내용은 타깃의 설정, 전술 설계, 무기 준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반부에서는 이 무기의 총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악과 커피. 흥미로울뿐더러 이야기의 확장이 용이해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된다. 음악의 기원과 음악가의 일생을 아는 것도 진짜 커피와 한 잔의 커피가 우러나는 과정을 아는 것도 재밌다. 넘겨지는 페이지와 비례해 오감이 자극되고 육감이 살아나는 듯하다.
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에 보면 밥 딜런의 노래가 신처럼 등장하는데 당시에는 이런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는데 책에 간략하게 소개된 그의 행보만으로도 난해했던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불참이 가장 그다운 행동이었다는 것도 말이다.
구성과 편집이 재밌다. 1부는 옅은 갈색의 글씨로, 2부는 짙은 검은색으로 인쇄되어 있는데 전반부보다 후반부의 글씨 색이 눈의 피로가 더하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도 이런 색의 변화와 비례해서 밝은 것이 어두운 것으로 경쾌했던 것이 무겁고 불편한 것으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은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증발해 버리고 그 자리를 피로와 고됨이 채우듯이 상상 속 혹은 문학 속 본질적이고 순수한 사랑이 실현되고 현실이 되면서 그 모습은 변형되고 의미는 퇴색해 버린다. 그리고 불륜, 권태, 일탈 등의 부산물이 남는다.
2부는 이 부산물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현실 속 남녀 그리고 그들의 적나라한 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영역도 있다. 연애에 관한 주관이라든지 그 출발점에 대한 견해가 전자이고 언어유희나 애인 그리고 불륜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후자이다.
곱씹을수록 불쾌한 낱말들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의 유머감각이 완충재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라 책장은 잘도 넘어간다.
하지만 다음에는 촛불을 불면 도깨비가 소환되는 그런 이야기도 해주었으면 한다. 중년의, 결혼 후의 사랑이 불안하고 불편한 모습일지라도 조금은 예쁜 포장지로 포장을 해주었으면 한다. 때론 새빨간 거짓말보다 새하얀 진실이 더 받아들이기 힘드니 말이다.
연애란 평범한 두 사람이 멋진 관계를 창조하는 일이지 이미 멋진 상대와 예정된 과정을 거치는 행위가 아니다. p204
저자는 작업 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자기 안에 무언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은 결국 인문학에 닿아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일 것이다. 책 '작업 인문학'은 인문학에 뿌리를 두고 자기만의 색깔과 아우라를 만들며 내실 혹은 내공을 쌓으라는 연애 고자를 위한 조언서인 동시에 세상의 모든 '아는 여자'와 '변태들'의 사랑에 대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제목이 다소 불순하게 느껴졌다. 학문 그중에서도 인문학이란 게 원래 좀 고귀한 건데 그것을 그저 한갓 이성을 꾀는데 사용해야 하는 건가, 더 나아가 작업 잘 못 거는 사람을 위한 책인 것 같아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를 보고 잠시 이런 생각을 접었다. 김갑수라지 않는가.
물론 난 그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다. 아는 것이 없으니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시쳇말로 말빨이 장난이 아닌데 이번 기회에 그의 말의 향연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제목 때문이 아니라 저자의 명성 때문에 고른 것임을 밝혀둔다. 만일 다른 저자가 이와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면 나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꼭 너여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 더구나 인문학이라 하지 않는가. 작업이란 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일단 인문학에 방점을 두고 읽기로 했다. (그는 남독濫讀을 얘기하기도 했는데 이 책이 나에겐 남독이기도 했다)
그런데 작업이란 말이 들어가서일까? 이 책에 꽂히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의 매력에 빠져서 킥킥거리며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저자가 앙큼하게 그러면 그렇지 할 것도 같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이거 내가 너무 빨리 이 책에(또는 저자에게) 넘어 간 것은 아닌가 왠지 그의 작업에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에 있어 필히 갖추어야 하는 것이 밀당인데 나는 밀당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게임이 종료된 것이다. 그러리만치 그는 정말 글을 잘 쓴다. 혼이 나갈 정도로.
아, 물론 앞에서 밝힌 대로 처음부터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처음엔 그의 방대한 지식에 놀란다. 그것도 뭐 얼핏 보면 넓어 보이지도 않는다. 다룬 걸 보면 클래식과 커피, 팝과 재즈 정도가 전부다. 페이지 수도 300 페이지가 고작이다. 뭐 결코 얇은 책은 아니겠으나 썰을 풀어 놓기엔 다소 적은 듯도 하다. 그런데 읽다보면 저자가 정말 아는 게 많구나 감탄한다. 언제나 그렇듯 두껍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책은 아니다. 자기 얘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풀어 놓느냐가 우선인데 그런 점에서 저자는 탁월하다.
그래서 읽으면 ‘갑수 씨는 아는 것이 많아 좋겠수.’ 하게 된다. 이름이 그렇지 않으면 이런 생각도 안 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난 (남자들도 여자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남자들 자기 아는 것 많다고 상대에게 말할 기회도 안 주고 딥다 떠들어 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대도 그는 그게 무슨 자신의 지성이라도 되는 양 착각한다. 그런데 명백히 말하지만 여자는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더 정확히는 대화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는 게 많으니 들어주기도 바쁘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새 빠져든다. ‘갑수 씨는 아는 것 많아 좋겠수.’는 다시 말하면 일종의 각성 상태라는 말도 되는데 그 상태를 좀 더 오래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문득 여기서 나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독서를 해 오지 않았는가 반성도 하게 되는데, 사실은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도 밀당의 자세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이 책에 보면 ‘나쁜 년’이 나온다. 줄 듯 줄 듯 안 주는 여자를 두고 남자들의 세계에서 은어처럼 그렇게 쓴단다. 우리 독자들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어떤 저자건 무조건 처음 읽은 책이 좋아 그날로 팬을 자처하지 말고 좋아하면 오히려 이런 나쁜 사람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고 스토커가 되라는 말은 아니고.
그런데 읽다보면 갑수 씨는 확실히 호사가란 생각이 든다. 하긴 문화평론가의 다른 이름이 호사가는 아니던가? 그런데 호사가도 알고 보면 굉장한 지식인은 아닌가 싶다. 과거 못 살고 못 먹던 시절엔 공부도 참 고통스럽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의 공부의 목표는 오로지 입신양명이었다. 물론 요즘의 공부도 그렇긴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호사가의 공부라는 것이다. 그들은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즐겁게 공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하는 공부는 무슨 학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활이나 문화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 밖에 호사가의 특징은 뭐가 있을까?
요즘엔 대학에서도 별의별 것들을 다 가르치는 모양인가 본데 저자가 386세대이고 보면 그 시절 클래식은 그렇다 쳐도 팝이나 재즈, 커피 등을 대학에서 배웠을 것 같지가 않다. 다 독학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커피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한 사람에 대해 꽂히면 그 사람에 관한 평전을 세 권은 독파한다. 그런 것을 보면 호사가의 공부는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것 못지않은 아니 때론 그 보다 더한 정력을 가지고 공부하지 않나 싶다.
클래식 전문가야 요즘엔 너무 많아졌고, 그도 클래식에 대해선 누구 못지않은 일가견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보다는 오히려 팝이나 재즈를 말할 때 좀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읽다보면 미국 민중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내가 그 부분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도 나 역시 팝송만 줄곧 들었던 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뭘 알고들은 것은 아닌데 들은 가닥이 있으니 저자가 어떤 말을 해도 흡수가 빠르다. 저자와 내가 팝송을 들었던 때가 비슷하기도 하고. 요즘 팝의 경향은 어떤지 모르겠다.
삶의 질이 좋아지면 사람들은 뭔가 호사가의 특징을 띄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어찌 클래식이나 커피, 팝송을 아는데 국한 되어 있겠는가. 의외로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연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클래식이나 커피, 재즈 등을 아는 것이 연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단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호사가 자체가 되는 것이 연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난 후자 쪽이라고 보는데 저자는 너무 자신을 일반화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난 앞에서 너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싫다고 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분명 뭔가 자기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난 왜 연애를 못하느냐고 머리털 뽑지 말고 어떤 분야든 자신의 내면을 빛나게 해 줄 지식으로 채워라. 자신감이 충전되고 그것으로 썰 풀 일은 많으며 반은 먹어주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