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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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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411g | 148*210*20mm
ISBN13 9788989571599
ISBN10 898957159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수기 자체에 관해서 내가 받은 인상? 그것이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겼고, 경련하듯이 단숨에 그것을 읽어내려갔다. 작지만 두꺼운 그 책은 마지막 몇 쪽을 제외하면 독특하기는 하지만 읽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 필체의 글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책에 스며들어 있었던 늪의 기묘한 취기(臭氣)의 기억이 내 코를 간질이고, 오랫동안 습기에 노출되어 있던 종이를 만질 때의 축축하고 끈끈한 감촉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나는 그 수기를 읽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덮고 있는 「불가능의 장막」을 걷어냈다. 딱딱하고 성급한 글 속에서 나는 방황했지만, 일견 마구 써내려간 듯한 그 문장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의식적으로 기교를 부린 나의 문장보다, 이 수기의 불완전한 문장 쪽이, 지금은 소멸한 그 집에 살고 있던 그 늙은 「은둔자」가 필사적으로 전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p.13~14

1분 뒤에는 그곳에 도달했고,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 극장과도 같은 공간으로 나왔다. 그러나 산의 거대함이나 이 장소의 무시무시한 장엄함에도 전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투기장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건물--이것이 녹색 비취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은 명백했다--을 목격하고 넋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경악한 것은 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고독한 건물의 모습이, 그 색깔과 거대한 크기를 제외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집과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시시각각으로 명백해졌기 때문이었다. --- p.40

“집으로 들어가!” 나는 외쳤다. “죽을 각오로 뛰어!”
누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 --- 양손으로 치맛단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달려가며 뒤를 흘끗 보았다. 추악한 괴물들은 뒷발로 뛰고 있었고--- 이따금 네 발로 달리는 놈도 있었다.
메리를 그토록 재빨리 달려가게 만들었던 것은 내 목소리에 깃든 공포였던 것 같다. 그 거리에서 내 뒤를 추적해 오는 지옥의 괴물들이 보였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렸다.
시시각각으로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로 미루어볼 때 괴물들이 우리를 거의 따라잡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어느 정도 활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을 질주한 탓에 피로에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 p.66

그때 갑자기, 잠에서 깬 뒤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이 모든 먼지를 헤치고 나아왔다는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내가 이 창가로 온지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무심결에 흘려보낸 영겁에 가까운 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오래된 안락의자에 앉아 잠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의자도....? 의자가 있던 곳을 흘끗 보았다. 물론 의자의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의 의자가 내가 잠에서 깬 뒤에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그 전에 사라진 것인지 확실하게 단언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누워있는 사이에 의자가 무너져내렸다면 나는 그때 잠에서 깼을 것이다. 그러나 방바닥을 뒤덮은 두터운 먼지의 층을 보자 설령 내가 아래로 떨여졌다고 해도 먼지가 충분한 쿠션 역할을 해 줬을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따라서 내가 먼지 위에서 백만 년 내지는 그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 p.157

어떤 발상이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혹시 저 「녹색 태양」은 모종의 엄청난 「지성」의 거처는 아닐까?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날 듯했다. 「명명할 수 없는 것」의 어렴풋한 환영이 떠오른다. 혹시 나는 정말로 「영원한 자」의 거처로 온 것일까? 한동안 마비된 듯한 머리로 그 생각을 거부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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