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반 시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 중에 범죄문제가 첫 번째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 환경오염이 뒤를 잇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200만 여 건의 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의 안전한 삶의 영역이 점차 위협받고 있다. 이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적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관련 학문 분야에 반영되어 각 대학에 범죄예방론 강좌가 개설되었고, 정착되고 있다. 필자는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범죄예방론』 교재를 펴낸 바 있다. 그 후 새로운 내용들을 보완하고, 개정판 형식을 빌려 『범죄통제론』(2003)을 선보였다. 초판 교재가 출판된 이후, 관련 이론의 심도 있는 논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개정판 교재를 집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되었다.
범죄를 예방하여 안전한 생활 영역(sicheres Gebiet)을 확보하는 일이 형사사법기관만의 과제는 아니다. 특히 공식적 범죄통제기관으로서 경찰은 공공의 안녕, 질서 유지 그리고 위험 방지라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바,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범죄와 무질서를 예방하고 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찍이 근대 선각자였던 유길준 선생이 『서유견문』에서 “미연(未然)에 범죄를 막는 것이 행정경찰의 직무”라고 설파한 바와 같이 범죄 예방은 근대 경찰 태동기부터 경찰의 주요 직무로 인식되어 왔다. 근대 경찰이 형성되던 시기에는 주로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의 전통을 많이 따랐으며, 해방 후에는 영미 경찰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가운데, 특히 범죄 예방 관련 이론은 미국에서 발전, 논의된 성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문적 배경에 따라서 ‘범죄예방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이 각급 대학의 형사사법/경찰학 분야 전공 교재로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서 집필했으며, 전공 학생들의 범죄 예방에 관한 기초 이론 이해와 실무적 응용력을 도모하고자 구상된 것이다. 집필의 방향은 범죄 발생의 근원을 제거하는 노력보다는, 범죄 예방 구조모델론의 관점에서 주로 범행 기회의 억제적 접근에 중점을 두었다. 형벌의 목적 사상(目的思想)과 일반/특별예방, 범죄 예방의 구조모델론, 범죄피해자화 이론, 일상활동이론, 합리적 선택이론, 상황적 범죄예방론,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PTED), 범죄 억제에 관한 경제학적 접근,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CCTV의 역할을 중심으로 관련 이론을 소개했다.
공식적 범죄통제기관인 경찰의 범죄 예방 활동으로서 순찰의 기능과 역할 및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미국ㆍ독일ㆍ한국의 순찰전략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획기적인 치안정책(zero tolerance policing)을 도입, 활용하여 범죄 통제 및 삶의 질 향상에 큰 성과를 얻은 미국 뉴욕 시 경찰청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시민과 경찰이 상호 협력하여 지역사회 내 범죄와 무질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을 상론했으며, 치안 서비스의 공동생산적 관점에서 민간경비 분야 동향을 소개했다.
새로운 저서를 집필할 때마다 부족함이 없지 않았는데, 더 나은 저서를 펴내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 사명감으로 다음을 기약하고자 한다. 이 교재가 널리 읽히고 활용됨으로써 한국 사회가 좀더 안전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필자의 독일 유학 시절 카이제르(Guenther Kaiser) 교수님은 학문적 역량을 쌓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최근 캐나다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멘토 역할을 해 준 환경범죄학의 권위자 브랜팅햄(Paul Brantingham) 교수님의 도움을 잊을 수 없다. 필자의 원고가 더욱 더 좋은 교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출판을 맡아 준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원고 교정과 색인 작업 등 세심한 부분까지 도와 준 박사과정의 강소영, 석사과정의 김미선 조교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필자의 저술 작업이 지체되지 않도록 넉넉지 않은 만남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이 참고 이해해 준 아내와 두 자녀 지윤(Jiny)과 지수(Jennifer)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09년 6월
동국관 서재에서 저자 씀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