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1 _ 신기루 같은 모래섬과 천연의 바다 전망대가 있는 대이작도 여행
춘몽처럼 아쉽고도 아름다운 섬 여행을 떠나다!
대이작도는 신기루 같다. 본섬보다도 더 큰 모래섬(풀등)이 하루에 두 번씩 바다에서 솟아올랐다 가라앉기를 되풀이한다. 게다가 해무 짙은 날의 부아산 정상에서는 꿈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노고단 운해처럼 가없는 구름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커다란 화물선이 유령선처럼 사라지는 구름바다는 설핏 기울어진 햇살 아래 섬뜩한 핏빛으로 채색된다. 이렇듯 신기루 같은 풀등과 몽환적인 해무가 명멸하는
대이작도 여행은 일장춘몽처럼 아쉽고도 아름답다. -글·사진 양영훈
추천 계절 봄~가을
추천 일정 1박 2일
추천 교통편 배+자전거
추천 시간대 낮, 해질 무렵
1 day
신기루 같은 모래섬, 풀등에 상륙하다!
대이작도는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 등과 함께 옹진군 자월면에 딸린 섬이다. 인천과의 거리가 44km에 불과해서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쯤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한 당일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가깝지만, 적어도 하룻밤 이상 머물지 않은 섬 여행에서는 이렇다 할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섬에서는 대체로 백주 대낮보다는 해질녘과 해뜰 무렵에 더 다채로운 풍광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면적이 2.57km2에 해안선의 길이가 18km인 대이작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에 딱 좋다. 선착장에서 큰말까지의 거리가 700m, 섬의 한복판에 위치한 장골마을까지는 1.6km밖에 안 된다. 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계남마을까지의 거리도 대략 4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고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는 데에는 3~4시간이면 충분하고, 도보로도 7~8시간쯤이면 섬 전역을 샅샅이 훑어볼 수가 있다.
여객선을 타고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도착했을 때 마침 날물, 즉 바닷물이 빠지는 중이라면 먼저 풀등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다. 대이작도 본섬의 여러 명소와 해변은 물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찾아가도 상관없지만, 풀등은 물때가 맞지 않으면 발을 디뎌볼 수 없기 때문이다.
‘풀치’라고도 불리는 풀등은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서남쪽 바다에 형성된 수중 모래섬이다. 밀물 때는 바다 속에 잠겼다가 하루 두 번씩 썰물 때마다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규모는 일정하지 않고 물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 때에는 길이 5km, 폭 1km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평선이 수평선과 맞닿을 정도로 광활한 이 모래섬은 대이작도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나 큰풀안해수욕장에서 조금만 헤엄치면 닿을 듯이 가깝게 보인다. 실제 거리도 500~1,000m에 불과하다. 하지만 풀등에 상륙하려면 천상 낚싯배나 모터보트를 이용해야 한다.
자갈이나 뻘흙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단단한 모래로 이루어진 풀등에서는 맛조개, 고둥, 골뱅이, 바지락, 비단조개 등을 잡거나 일광욕과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그러므로 조개잡이용 호미는 필수 휴대품이다. 무더운 날에는 태양을 가려줄 비치파라솔이나 작은 천막은 물론이고 얼린 생수와 간식 등도 미리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이 모래섬은 대략 3시간 정도만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므로 물때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찾아가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첫날의 오후에는 부아산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장골마을 북쪽에 우뚝 솟은 부아산 정상(159m)에서는 풀등의 전체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찻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짧은 계단과 80m 길이의 아담한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상 부근의 팔각정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풀등뿐만 아니라 승봉도, 사승봉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덕적도, 소야도, 선갑도, 굴업도 등의 숱한 섬들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영흥도의 영흥화력발전소 굴뚝과 인천 송도, 충남 당진과 서산 땅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부아산 정상과 능선 3곳에는 나무데크나 정자 형태로 만들어진 전망대도 세워져 있어 상쾌한 조망과 편안한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방으로 시야가 훤한 부아산의 진가는 해질 무렵에 더 도드라져 보인다. 덕적도, 소야도, 소이작도 등이 떠 있는 서쪽 하늘과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몰의 장엄함, 그리고 온 천지를 불사를 듯한 노을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무가 자욱하게 깔린 날이면 크고 작은 배들이 마치 구름 위를 떠가는 듯한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주머니여행정보
물때 확인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 nori.go.kr)에 들어가서 ‘조석예보’ 중 덕적도를 클릭하면 대이작도의 정확한 물때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조석정보 조회 ARS인 1588-9822로 전화해도 물때를 알 수 있다. 조석예보표의 ‘▼’(?조 표시) 된 부분의 숫자가 작을수록 바닷물이 많이 빠지고 풀등의 면적은 더 넓어진다. 대체로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 전후에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서 물이 많이 빠진다. 풀등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시간 내외이다.
2day
해수욕도 즐기고 「섬마을 선생」도 만나다!
대이작도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섬 한복판의 장골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작은풀안해수욕장, 큰풀안해수욕장, 목장불해수욕장,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 부아산 전망대, 삼신할미약수터 등의 명소들이 산보하듯 가볍게 둘러볼 만한 거리에 있다. 게다가 안팎이 깔끔해 보이는 신축 펜션과 민박집이 많아서 숙소를 구하기도 쉽다.
장골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약 100m 거리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민박집 객실에서 파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이 작은풀안해수욕장을 비롯한 대이작도의 해수욕장은 모두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경사가 매우 완만해서 아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뒤편의 해송 숲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게다가 썰물 때는 해수욕장의 바로 앞바다에서 거대한 모래섬 풀등이 솟아오른다.
장골마을에서 약 500m가량 떨어진 큰풀안해수욕장은 한적한 정취와 울창한 솔숲이 매우 인상적인 곳이다. 장골마을에서 계남마을로 가는 길목의 조롱목 같은 곳에 위치한 목장불해수욕장은 해수욕보다는 제트스키,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플라잉보트 등의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그리고 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계남해수욕장은 ‘떼넘어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데, 바로 앞쪽의 사승봉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서 큰풀안해수욕장이나 작은풀안해수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도가 잔잔하다.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철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갓지다는 점도 이 해수욕장의 매력이다.
계남해수욕장이 있는 계남마을에서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승봉도가 가깝다. 승봉도의 서쪽 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마을의 바닷가 언덕에는 옛 계남분교가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했을 계남분교는 이제 적막감만 감도는 폐교로 방치되어 있다. 잡초 무성한 운동장의 한쪽에는 이곳이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임을 알려주는 안내비가 세워져 있다.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미자의 노래가 입 안에서 맴돈다.
장골마을에서 선착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옆에 자리한 삼신할미약수터도 한 번쯤 들러봄직하다. 작은 섬의 작은 약수터치고는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도 일품이다. 이 약수터는 대이작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주민들이 애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사람들은 신령께 병을 낫게 해달라거나 소원성취를 기원할 때 이 약수를 정한수로 놓았다고 한다. 대이작도의 선착장이나 갯바위는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감성돔이나 돌돔 같은 고급 횟감은 없지만 갯장어, 우럭, 놀래미 같은 어종이 심심찮게 손맛을 안겨준다. 이 손맛에 매료된 사람들은 십중팔구 일정을 연장하거나, 혹은 머지않아 이 섬을 다시 찾게 마련이다.
대이작도는 구경하는 섬이 아니다. 느긋하게 쉬다 돌아가는 섬이다. 특히 전망 좋은 부아산 정상이나 신비의 모래섬인 풀등에서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발길과 마음을 붙잡는 곳에서는 털썩 주저앉아서 쉬어가는 것이 여행이다. 마음 가는 대로 즐기고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자 즐거움이다. 각박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진정한 휴식을 누리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대이작도는 파라다이스 같은 섬이다.
-주머니여행정보
영화 「섬마을 선생」 김기덕 감독이 연출하고 문희, 오영일, 김희갑, 이낙훈 등이 출연했던 흑백영화로 1967년에 개봉됐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의 주인공이 어느 외딴 섬마을의 선생으로 부임해서 주민들의 갖은 냉대와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끝내 그들을 설득하고 계몽해서 다 함께 밝고 희망찬 섬마을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Travel Info
-교통편
승용차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직진) → 연안부두 사거리(좌회전) →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도착
버스+배 서울역 정류장(삼화고속의 인천 연안부두행 1600번 광역버스가 20~40분 간격 운행. 첫차 5:20, 막차 23:40, 약 1시간 30분 소요) → 인천 연안부두에서 우리고속훼리(887-2891)의 레인보우호와 대부해운(887-6669)의 고속페리호(차량 선적 가능)가 비수기 평일에는 1일 1회, 주말과 휴일에는 2회 출항.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레인보우호), 2시간(고속페리호). 연안여객선 인터넷예매사이트(www.seomticket.co.kr)에서도 선표 예매 가능.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도 승봉도-이작도-대이작도 노선을 1일 1회 왕복 운항하는 대부해운(886-7813)의 고속페리호(차량 선적 가능)가 출항. 대이작도까지 1시간 40분 소요.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비·성수기,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므로 선사에 전화를 걸어 미리 확인, 예약하는 것이 좋다.
대이작도 → 풀등 풀등호(011-392-3945)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모터보트나 낚싯배가 주말과 휴일, 여름철 성수기에는 수시로 운항한다. 왕복 운임은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이용객이 많지 않은 비수기 평일에는 배를 대절해야 한다. 대절료는 최소 10만 원 이상
-음식
선착장에 위치한 이작횟집(834-9944)은 대이작도 유일의 상설 식당이다.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게장백반, 회덮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장골마을의 풀등펜션(834-6161)은 내 집 밥상처럼 맛있고 부담 없는 가정식 백반을 내놓는다.
-숙박
장골마을에는 풀등펜션(834-6161), 다올펜션(010-5685-0654), 해림펜션(833-3945), 금모래은모래(011-9045-3516), 섬마을민박(834-8413), 등대민박(833-1682), 푸른언덕(834-2710), 수국민박(834-7582), 우리민박(010-9455-8971) 등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그중 풀등펜션은 식당을 겸하고 있어서 한 자리에서 숙식을 해결하기에 좋다. 선착장이 있는 큰말에도 완도민박(832-3124), 초원민박(010-9959-7048) 등의 민박집이 있다. 작은풀안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수욕장과 부아산 정상 부근의 사각형 나무데크에서는 캠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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