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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비랑 한약국

이랑비랑 한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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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74g | 140*210*30mm
ISBN13 9791104910647
ISBN10 110491064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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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가야, 화(花)가야.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일곱 번째 가야.
보라색 안개의 결계와 거센 바다 소용돌이가 지키는 비밀의 땅.
원주민인 화인(花人)들이 꽃들과 더불어 살았다는 전설의 땅 화(花)가야에 꽃의 바람 이랑풍이 불었다. 휘몰아드는 바람이 불면서 그 사이로 꽃잎이 이랑이랑 떠돌아다녔다.
꽃잎은 회오리 모양으로 맴을 돌다가 일직선으로 서로 꼬리를 물며 흩날렸다. 댓돌 위에, 담장 위에, 기와지붕 위에 기억처럼 쌓였고, 꽃잎을 안은 바람은 쌓인 그 꽃잎 위를 또 지나다녔다. 천지에 꽃향기가 퍼졌다.
나비와 벌들은 날개를 접고 꽃잎을 타고 다녔다. 더듬이를 팔랑거리며 놀이를 즐거워했다. 바람과 함께 꽃잎이 이랑이랑 흩날린다고 이랑풍이라고 불렀다.

캄캄한 밤에는 물안개가 걸렸다. 조는 듯 내리는 달빛은 물안개 사이를 헤엄쳤다. 인적이 없는 산길은 전설처럼 끝이 없었고 온통 노란 달맞이꽃만 피어올랐다. 빈하는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길을 힘겹게 걸어갔다.
저만치 앞에 희뿌연 형체 하나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다! 언제나 앞서서 걸어만 가는 사람.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 결국은 울음으로 붙잡게 하는 사람.
빈하는 겨우 다가갔다. 하지만 물안개 속의 사람은 딱 다가간 그만큼 멀어졌다. 갑자기 빈하의 발밑이 무너져 내렸다. 그대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다. 빈하의 몸과 옷자락이 마른 나뭇잎처럼 휘날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빈하는 잠에서 깨어났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연분홍 창호지를 바른 동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밝은 낮 시간, 빈하는 깜박 낮잠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뭐야? 한동안 꾸지 않았었는데…….”
아담한 체구의 빈하는 까마중을 닮은 검은 눈동자에 반으로 올려 묶은 머리를 했다. 머리에서 늘어진 띠는 입고 있는 치마저고리와 같은 색이었다. 스물한 살의 나이답게 앳되고 맑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방문을 나섰다. 기침을 심하게 토했다. 햇살은 따갑고 날은 화창한데 어쩐 일인지 목이 싸했다.
밖에는 이랑풍이 불고 있었다.
빈하가 마루에서 마당으로 막 내려서는데 본채 문으로 미우가 들어섰다. 같은 동리에서 나고 자란 미우는 빈하의 제일 친한 동무였다. 빈하보다 키는 좀 컸지만 비슷한 인상을 지녔다.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닮는 모양이었다.
“미우야, 수를 놓자고 온 게냐?”
“혼자 애를 태울 것 같아서 들렀지.”
“내실에 들어가 있을래? 내는 잠시 오라버니께 나갔다 오마.”
“목소리는 왜 그래? 기침까지 하고. 여름 햇살이 얼마나 따가운데 그 모양이라니?”
“이랑풍이 불어서 그런가?”
“너, 또 그 꿈 꾸었구나.”
빈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우의 안색이 표 나지 않게 어두워졌다.
“같이 이랑풍 맞으러는 못 가겠네.”
두 사람은 이랑풍을 맞으러 일부러 ‘이랑풍의 언덕’으로 가고는 했다.
“오늘은 바람을 쐬면 안 되겠어. 기침도 나고 목이 많이 시린걸.”
“알았어. 안에서 기다릴 테니 얼른 다녀와.”
[이랑비랑 한약국]
오라버니 고빈유의 약국이었다. 도(都)약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채와 붙어 있었다.
화가야에는 의원이라는 직함이 없었다. 대신 약사가 모든 병자를 진료하고 처방도 하고 침, 뜸 등의 치료도 했다. 약사가 곧 의원이었다.
약국으로 들어서는데 서늘한 기운이 빈하를 맞았다. 화가야에서는 나무로 집을 짓는데 약재를 보존해야 하는 약국은 돌로 벽을 쌓았다. 서늘한 기운 때문에 기침이 심해졌다.
“빈하야, 한여름에 웬 기침인 게냐?”
“기후 오라버니.”
빈하는 입을 가리며 진료실로 다가갔다. 지금은 약국의 점심시간이었다.
삼 년에 한 차례 태양궁에서는 약사를 선출하는 과거를 시행했다. 여기에서 삼위 안으로 급제를 해야 약국에 ‘한’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허락되었다. 국읍(수도)에서도 ‘한’이 붙은 약국은 몇 되지 않았다.
“혹 또 그 꿈을 꾼 게야?”
기후가 손에 든 약재를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기후는 중간쯤 되는 키에 마른 몸을 지녔다. 반으로 묶은 풍성한 머리카락은 유난히 탐스러웠다.
“네.”
“한낮에 웬 꿈을?”
내용까지는 몰라도 빈하가 이 년 동안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기후도 알았다.
“낮잠에 잠시 들었는데 어지러운 꿈을 꾸었어요.”
“이리 앉아보거라. 고 약사는 잠시 출타를 하였다.”
빈유는 나간 모양이었다. 기후는 약재 상자를 열더니 사간, 길경(도라지 뿌리)과 감초를 꺼냈다. 일대일 같은 양으로 덜어서 일부는 유리 항아리에 담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빈하야, 이 사간이 뭔지 알지?”
“범부채꽃의 뿌리줄기가 아닙니까?”
“그럼 쓰임에 대해서도 아느냐?”
“인후 질환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이지요. 길경, 감초와 함께요. 봄가을에 캐서 수염뿌리는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후 사용합니다. 열담으로 기침이 나고 숨이 찰 때 담도 제거하고 통증을 가라앉히지요.”
“약사인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구나. 약학생이 되어도 되겠어.”
약국에는 과거를 준비하며 약학 공부를 하는 문하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약학생이라고 부르는데 빈유의 약국에는 약학생 없이 빈유와 기후 둘이서만 환자를 보았다.
“그렇기야 하겠어요?”
“부지런히 음용하거라. 인후 화농(가래)을 예방하여 줄 터이니. 혹시 게을리 먹으면 효과를 못 볼 수도 있어.”
“명심할게요.”
기후도 점심시간을 틈타 저자에 볼일이 있다며 약국을 나섰다.
“어찌 그리도 오래 같은 꿈을 꾸는 것이냐?”
약국을 나서며 기후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끓기 시작하는 찻물을 보면서 빈하는 소리 없이 웃었다.

한번 피기 시작한 꽃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지지 않는 꽃의 가야. 봄꽃과 여름꽃이 어우러진 길가에 이랑풍을 타고 내리는 꽃잎까지 가세하여 꽃향기가 온몸에 저몄다.
윤세는 꽃향기에 묻혀서 그 길을 걸었다. 많이 그리웠던 풍경이었고, 이 년 만에 다시 돌아온 거리였다. 저자 길 끝에 드디어 빈유의 약국이 보였다. 윤세의 걸음이 빨라졌다. 문을 열고 발소리를 죽이며 약국 안으로 들어섰다.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십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윤세는 입구를 한참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진료실이 나왔다. 문을 밀어서 열었다.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참 오랜만이다! 이 친근한 약재 냄새도.’
잠시 기억 속에 잠겨 있던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강인해 보이는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눈을 내리깔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빈하를 발견한 것이다. 일렁이는 촛불 빛이 빈하의 속눈썹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동그란 귀여운 얼굴.
‘빈하야!’
윤세의 입술이 소리도 없이 빈하를 불렀다. 그의 심장에서 바스라진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리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윤세가 자신을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빈하는 찻잔에서 김이 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 잔을 더 마신 후에 본채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를 끓이던 불빛이 일렁였다.
‘웬 바람이?’
의아한 빈하가 고개를 돌리니 닫아놓았던 진료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에 서 있는 윤세가 보였다. 처방실의 문지방에 맞닿게 큰 키, 반만 묶어 어깨 위로 늘어진 거친 머릿결, 검게 그을린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곧은 콧대와 강인한 입술, 옷 위로 드러난 단단한 상반신.
어깨 너머로는 이랑풍의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데 윤세에게서는 시린 겨울이 풍겼다. 마치 얼음폭포를 타고 내려온 한 마리 늑대 같았다. 빈유나 기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 세…… 요?”
괜히 말소리가 떨렸고 빈하는 윤세를 알아보지 못했다.
“진료를 받으러 오셨습니까?”
윤세는 답이 없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았어요. 이 각(30분) 후에 다시 오시지요.”
빈하가 문 쪽으로 다가가며 손짓으로 밥 먹는 시늉을 했다. 문고리만 잡고 선 윤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혹여 말을 알아듣지 못하세요?”
빈하가 진료실을 완전히 나오자 빈하와 윤세가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윤세가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빈하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자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윤세의 왼쪽 소매에서 꽃다람쥐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화가야의 다람쥐답게 줄무늬 대신 분홍색 해당화 꽃무늬를 지녔다. 하지만 보통의 꽃다람쥐는 갈색 털에 각각의 꽃무늬를 지닌 것에 비해서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온통 붉은색 털이었다.
붉은 꽃다람쥐는 윤세의 가슴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앉았다. 윤세처럼 빈하를 빤히 보는데 눈동자가 까망과 빨강으로 두 가지 색이었다. 몸도 눈동자도 처음 보는 색깔이었고 빈하는 그것이 신기했다.
“빈하야, 잠시 약국에 다녀오마 하더니 어째 한나절이냐? 기다리다 지쳐서 찾으러 왔다. 수는 언제 놓을 참이야?”
본채와 통하는 쪽문이 열렸다. 수놓을 거리를 손에 든 미우가 약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차 한 잔 마시고 가느라고. 오라버니들은 다 출타를 했고 나도 그만 안채로 가려는데 약국에 손님이 오셨어.”
“그래? 지금은 점심때인데.”
“모르고 찾아오신 모양이야.”
“가셨다가 다시 오시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얘기했는데. 이분,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야.”
“그래?”
미우가 빈하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윤세가 미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세의 얼굴을 확인한 미우의 눈이 화등잔처럼 휘둥그레졌다. 손에서 수놓을 거리가 떨어졌다.
“윤, 세…… 오라버니?”
더듬거리며 윤세의 이름을 부르는 미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째 너는 아는 분이냐?”
빈하의 고개가 한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하지만 의아한 빈하의 물음에 미우도 답을 못 했다.
“미우야.”
그제야 윤세가 미우를 소리 내어 불렀다. 그의 입술이 서글프게 구겨졌다. 붉은 다람쥐는 다시 윤세의 소매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틀째 이랑풍이 불었다. 꽃잎이 쉼 없이 휘몰아 돌며 꽃대 사이를 스쳤다. 바람에 싸여 이랑이랑 흩날리는 꽃잎이 담장 안을 훔쳐보며 지나갔다.
“오라버니! 소녀 빈하예요. 부르셨어요?”
“그래. 들어오너라.”
잠시 건너오라는 부름을 들은 빈하가 사랑채 빈유의 방으로 들어섰다. 약국도 문을 닫았고 곧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윗목에 빈유가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약국 일을 보았는데도 구김이 별로 없는 바지저고리가 빈유의 조심스러운 성격을 보여주었다. 눈에 확 띄는 미남인데 스물세 살의 나이임에도 앳된 모습은 빈하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옆에는 겨울의 기운을 몰고 왔던 윤세도 있었다. 빈하는 갑자기 저고리 앞섶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그리 서 있는 게야? 앉거라.”
빈하는 빈유 앞에 놓인 방석에 가서 앉았다.
“인사하거라. 내 오랜 지기인 설윤세야.”
“안녕하세요?”
빈하가 그제야 윤세에게 아는 척을 했다. 붉은 다람쥐는 윤세의 옆에 앉아 있었다.
“네.”
서늘했던 첫인상만큼이나 윤세의 음성도 서늘했다.
“어제는 결례를 하였어요. 저랑 전에 알고 지냈던 분이시라는데.”
“괜찮습니다. 연유는 고 약사에게 들었고요.”
짧게 답하는 윤세의 입김에서도 서리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당혹스러우셨겠어요.”
“아닙니다.”
답은 빈하에게 하면서도 윤세는 빈유를 보았다.
“차를 좀 준비해 주겠니? 이씨 아주머니는 손이 바쁘시다는구나.”
“알겠어요. 마루에서 차를 나누시지요. 이랑풍이 불고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을 것이에요.”
야무지게 대답을 하고 빈하가 나갔다. 윤세의 시선이 방을 나서는 빈하의 뒤를 따르다가 원망이 담긴 눈으로 빈유를 보았다.
“아주머니도 계신데 일부러 빈하를 불렀는가?”
윤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는 자넨 왜 다시 돌아왔는가?”
가늘게 떨리는 윤세의 손을 빈유는 알아차렸다.
“빈하 때문에 돌아온 것이 아닌가? 내가 잘못 알았는가?”
“……그렇지.”
망설이면서도 확고한 대답이었다.
“하면 빨리 부딪치는 것이 자네에게도, 빈하에게도 좋을 것이네.”
“내게도, 빈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네.”
“벌써 이 년이 지났네.”
“이 년이라?”
윤세의 굵은 눈썹이 움찔거렸다.
“상처만 주고 떠났던 나일세. 이 년이라는 시간을 벌써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글쎄…….”
“언제까지 객사에 머무를 텐가? 기숙실이 비어 있으니 속히 약국으로 들어오게.”
“안채 어머니께서도 아시는 일인가?”
“어머니야 약국의 일에는 상관치 않으시네. 어머니를 배려하지 않았다면 자네를 약국이 아닌 사랑채로 들였을 것이고.”
“본채와 붙어 있으니 늘 마주치며 봐야 할 텐데. 나는 그냥 객사에 머물러도 아무 상관이 없네.”
“내가 상관이 있어. 오랜 벗을 객사에 머물게 할 수야 없지.”
“생각해 보겠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는데도 윤세는 구태여 객사로 돌아갔다.
빈하와 빈유는 단둘이 저녁을 먹고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 황씨 부인은 머리가 아프다면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윤세를 약국에 들이겠다는 것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임을 진즉에 알았기에 빈유는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오라버니, 어째서 손님이 계시는데 저를 부르셨어요?”
빈하가 한 모금 들이켠 숭늉 그릇을 내려놓았다.
“언제는 손님 앞에 너를 부르지 않았니?”
“이씨 아주머니를 부르실 것이지. 저에게 차 준비까지 시키지는 않으시잖아요.”
“왜? 혹여 분주한 틈에 내가 오라 청하였어?”
“그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 앞에 갑자기 불러내시니 놀랬잖아요.”
빈유는 숭늉을 마실 생각도 않고 가만히 빈하를 보았다.
“어이 그렇게 보세요?”
“윤세는 낯선 사람도 아니고 너와 내외를 할 사이도 아니라고 했잖니? 참말로 아무 기억도 없는 게냐? 윤세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에요. 오라버니 또한 말씀하신 적이 없지요.”
“잘 익혀두거라. 앞으로 우리 약국의 약학생으로 약국 기숙실에서 기거하게 될 게다.”
“약학생을 들이시겠다고요?”
“그래.”
“먼 길 떠났다 이제 막 국읍으로 돌아온 이를요? 참 의아한 일이네요.”
수많은 약사 지망생들이 빈유의 약국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빈유는 그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윤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빈하가 알 턱이 없었다.
배기후는 태양궁의 약사 과거에서 오위로 급제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모은 후에 제 약국을 열겠다면서 빈유의 약국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아직도 기침을 그리 뱉는 게야?”
빈하는 말하는 사이사이에 기침을 토하고 있었다.
“쉬이 멎지가 않네요.”
“또 그 꿈을 꾸었다고?”
“어찌 아세요?”
“배 약사가 얘기하더구나.”
“어찌 꼭 그 꿈 끝에는 이렇게 기침을 토하네요.”
“지금도 꿈에서 똑같은 풍경이 나오느냐?”
“줄곧 그랬잖아요.”
“혹시 꿈에 나오는 이가 누군지는 아느냐?”
“오라버니도 참. 꿈에 나오는 이를 어찌 알겠어요? 매번 뒷모습만 보여주니 얼굴도 한 번 본 적이 없고요, 발 앞이 무너져서 떨어져 내리는 저를 보고서도 매번 외면하고 가버려요. 그래서 그 꿈만 꾸고 나면 한기가 들면서 기침이 나나 봐요.”
“그이의 얼굴이 궁금하지는 않으냐?”
“꿈속에 나오는 이의 얼굴이 궁금하고 말고 할 게 무엇이에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요. 갑자기 왜 이리 꼬치꼬치 캐물으시는 거예요?”
“아니다. 그냥 궁금하여서.”
“숭늉이나 마저 드세요. 그리고 오라버니…….”
빈하가 그릇을 정리하여 놓은 소반을 들어 올렸다.
“윤세라는 그이, 저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요. 앞으로 그이와 있을 때는 따로 소녀를 부르지 말아주셔요.”
“왜 그리 말하는 것이냐? 너답지 않게.”
“참말이에요. 어제 약국에 처음 왔을 때도 제가 몇 번을 어찌 오셨나 물어도 답도 없이 빤히 쳐다만 보는데, 저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인 줄 알았다고요. 어찌나 민망하였던지.”
정말이었다. 한여름에 겨울의 기운을 몰고 다니는 윤세가 빈하는 불편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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