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에서 끝없이 나오는 탯줄로 아들을 위해 스웨터를 짜는 시 쓰기는 그로테스크하다. 살갗에 소름이 돋지 않고 두근거리지 않으며 익사하지도 않는 공기 인형 같은 몸으로,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에도 “삐걱거리는 붕괴의 소리/ 석양을 등지고 앉아 있는/ 앙상한 미라”를 느끼는 몸으로, “잘린 하늘, 때 묻은 구름, 토막난 수평선”만 보이는 조롱 안에 갇힌 몸으로, 여성성과 모성성이 풍부한 시를 쓸 수 있을까. 이 모순적인 물음을 묻기 위하여 불구이고 폐허인 몸에서 꺼낸 붉은 탯줄로 생명의 스웨터를 짜는 것은 아닐까. 시를 쓸 수 없는 몸으로 시를 씀으로써, 아니 쓸 수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시는 진정한 여성성과 시 쓰기란 무엇인지 묻는다. - 김기택 (시인)
시인은 궁긍적으로 창해의 푸름이 되고 싶었다. 시인의 포부가 자못 원대하다. 이 푸름 속에 태초의 언어(발터 벤야민의 개념을 빌리자면 ‘아담의 언어)가 서려 있다. 이 푸름 속에 절대 자유의 흰 깃발이 휘날린다. 이 푸름 속에 시혼의 선혈이 임리한다. 이 푸름 속에 우울의 꽃망울이 맺혀 있다. 요컨대 이 푸름 속에 강기원의 시 세계의 서사가 역사한다. 류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