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가 “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않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않고,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 뿐 아니라, “정교한 조각을 쫄 줄”(「한국의 아이」) 아는 세상이리라. 거의 한세기에 걸쳐 일제식민지 시대와 남북분단 시대를 살아온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치열한 언어로 용기있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그의 많은 시들은 우리 민족시의 한 전범으로 들어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특질은 그의 시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한국의 아이」 등의 시를 읽으면서 긴장하고 고양되었던 우리는 전혀 경향이 다른 「SEVEN DAYS IN A WEEK」 같은 조금은 장난스러운 시 앞에서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시를 읽는 큰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한국의 아이」 같은 절창이 「SEVEN DAYS IN A WEEK」 같은 그의 미적 감각 내지 호기심이 아니었던들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새삼 시란 무엇이며 시를 읽는 즐거움은 어데서 오는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경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