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2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9818
ISBN10	898498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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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먼저 할아버지가 질문을 받았다. 복도에 걸려 있는 가죽 가방에는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건 기억으로 가득 차 있지요.” 그것은 그들이 헝가리에서 가지고 올 수 있었던 유일한 물건이었다. 탈출하겠다는 결정이 너무 순식간에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러시아군의 두 번째 공격에 우리는 깊이 낙심했습니다. 거짓이 지배하고 너무나 많은 환멸을 안겨준 나라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무지 상상을 할 수가 없었지요.” --- p.147

“두 사람의 위대한 사랑이 그 답이다.” 이것은 두 분의 동반자살을 해석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의 전부일까?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혼자서 사는 것에 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에 대한, 어쩌면 언젠가는 자기 자신도 병이 들고 쇠약해질지도 모른다는 데 대한 한 여인의 두려움 아닐까? --- p.177

“이리 와요.” 할아버지가 다시 한 번 말하며 자기 옆 자리를 손바닥을 두드린다.
“먼저 당신과 약속해 두고 싶은 게 있어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쳐다본다.
“오늘은 지극히 평범한 날이에요. 우리는 단지 잠자리에 드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보통 때보다 조금 더 오래 자는 것뿐이고?” 할아버지는 유쾌하게 들리도록 그 말을 한다.

--- pp.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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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을 함께한 노부부의 위대한 사랑! 사랑은 불완전함에도 그것을 알고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얼마 전 영국의 저명한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가 말기 암에 걸린 아내와 동반자살을 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가 없는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 여기, 사랑으로 악착같이 살아남았고 그로 인해 자살한 한 노부부가 있다. 1991년 10월, 덴마크의 신문들은 이 노부부의 죽음을 알리며 “두 사람의 위대한 사랑이 답이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코펜하겐의 자택 침대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둘 다 헝가리계 유대인이었고 동반자살하기까지 50여 년을 함께했다. 자기 생애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두 사람은 평소처럼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그리고 좋은 잠옷을 갈아입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눈다. 모든 준비를 끝낸 뒤에야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나머지 세계 전체를, 심지어 자식들까지도 배제한 둘만의 사랑에 따르는 당연한 결말이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일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이자 노부부의 손녀인 요한나 아도르얀은 그들이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지난 후 ‘그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집안의 묵계를 깨고 이 책을 냈다. 그녀는 자신의 조부모의 일생을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만 미화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은 20세기 유럽의 운명적인 역사를 망각하지 않으려는 기록이면서 사랑받으며 살고 싶은 한 개인의 본성을 객관적으로 담아냈다. 또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부부의 사랑을 다루면서 ‘인간의 존엄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 평생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채 50여 년을 함께하며 서로의 역사가 되어주었던 베라와 이슈트반의 일생은 그 진정성 때문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실존했던 인물들의 일생을 담은 이 논픽션 소설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사랑의 본질과 역할을 묻는다. 삶이 혹독할수록 그들의 사랑은 견고해졌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공산주의자, 그리고 덴마크로의 망명 두 사람은 1940년 한 음악회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헝가리의 유대인이었던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고, 그 후 공산주의자가 되었으며, 1956년에 부다페스트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덴마크로 망명했다. 누구에게나 침묵에 붙이고픈 과거가 있다.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무뎌지지만 어떤 기억은 평생 한 사람의 트라우마로 남아 그 사람을 지배하기도 한다. 마우트하우젠 집단수용소에 끌려갔던 이슈트반은 그곳에서 걸어가면서도 자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총에 맞아 사살됐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내장을 꺼내서 얼마 동안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고 문신한 수감자들의 피부를 벗겨내 전등갓을 만들기도 했다. 그것은 어떤 이념적 대립의 문제를 넘어 인간끼리의 분쟁으로 일어난 하나의 비극이었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일곱 달 동안 재활군의관으로 일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팔들과 다리들을 접합해야 했다. 아내 베라는 이슈트반과 떨어져 지낸 그 기간 동안 위조서류를 만들어 피해 다닌다.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을 때는 한 달 동안 서랍 속에 아들을 숨겨둬야 했다. 막 제대로 인생을 시작해야 할 시기에 전쟁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버린 그 젊고 아름다운 여인은 악착같이 버텼다. 오직 남편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개인의 역사는 자꾸만 혹독해져 갔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사랑은 견고해졌다. 책은 유대인 부부가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만남과 어긋남, 재회의 과정을 통해 가볍고 냉철하게 풀어놓는다.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존재했고 그 사랑의 견고함만이 그들에겐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었다. 잔잔하지만 한결같았던 그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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