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건설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원, 편의점 운영, 입시학원 강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많은 세상살이를 경험했다. 이런 특이한 이력 덕분에 양호문 작가의 글에는 서민들 삶의 애환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아 학창 시절부터 줄곧 소설가가 되고자 틈나는 대로 소설을 썼다. 그 결과 2000년에 중편 종이비행기가 제2회 허균문학상(강원일보)에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8년 청소년소설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작품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달려라 배달민족』 『웰컴, 마이 퓨처』 『악마의 비타민』 『서울 간 오빠』 『식스틴 마이 러브』 『4월의 약속』이 있다.
대형 화로 뚜껑을 열고 식탁으로 가져간 분량만큼 새 숯을 채워 넣었다. 공기구멍을 활짝 열고서 부채질을 했다. 불꽃이 공중으로 화르르 날아오르고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강후의 몸은 이미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평생 흘려야 할 땀을 이번 여름방학 알바로 다 흘려버릴 모양이다. 정말 개고생이다. 그래도 두 달만 참으면 꿈에 그리던 비숑을 갖게 되잖아? 그러니 참고 견뎌야 해!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속으로 외쳤다. --- p.78
“우린 가끔씩 여기 모여. 알바 하느라 늦게 끝나니까 어디 갈 데도 없고, 여기가 젤 나아! 숲도 잘 가꿔져 있고 연못도 있어서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줘!” 강후는 시선을 밤하늘에 두고 잠자코 있었다. 밤하늘에는 샛별들이 빼곡하게 떠서 반짝거렸다. 마치 수많은 꼬마전구를 한꺼번에 켜놓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좁쌀알만 한 안개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공원 이름이 꿈숲공원이잖아? 여기 오면 꿈을 꼭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여기가 좋아!” --- p.55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는 물론 우리 후배 알바들 계속 저놈들에게 이용만 당해. 우린 단지 저놈들의 먹잇감에 불과한 하찮은 존재가 되고 만다고. 급료가 많기나 하면. 요즘 대학생들을 88만 원 세대라고 그러잖아? 근데 우리는 44만 원 세대야.” “그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해?” “싸워야지. 싸워서 쟁취해야지! 우리끼리 똘똘 뭉쳐 권리를 쟁취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전국 청소년 알바 노조를 결성해야 해!” --- p.107
“너희 이제 이 일대에서는 일 못할 줄 알아! 내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주변 사장들한테 쫘악 배포를 할 테니까.” 네 명은 어깨가 축 처져 동산 아래로 내려갔다. 돌덩이를 매단 듯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비탈지고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발걸음마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 p.중략) 강후는 시선을 약간 틀어 월계교차로를 내려다보았다. 월계로와 우이천로가 교차되는 곳, 그 모양이 마치 거대한 십자가를 닮아 있었다. 왠지 흉측스럽게 느껴지는 검은색 아스팔트 십자가. 저런 검은 십자가가 전국 도시에 대체 몇 개나 깔려 있을까? --- p.207
텔레비전에서는 대통령 선거 얘기가 한창이었다. 저소득층의 복지 수준을 높이겠다, 대학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여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 자영업자 보호 법률을 제정해서 생계 안정을 도모하겠다 등등. 후보들의 공약이 줄줄이 사탕처럼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호화로운 말잔치였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우리는 이 나라 국민 축에도 들지 못하나보군! 강후는 텔레비전을 끄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