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세기는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진보와 인류 사상 유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낳은 세기였다. 수많은 천재들의 지적 탐구 욕구를 발동시킨 세기이기도 하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지적 관점에서 갈애하는 사상의 하빈저(harbinger)들은 수많은 사상의 강물을 만들었고, 수많은 에피고넨(epigonen)들이 이에 주석을 달았다. 어떤 것들은 수정되었고 어떤 것들은 이미 절손의 운명을 겪기도 했지만 20세기가 잉태했던 사상의 대하(大河)들은 인류 지성사의 움직일 수 없는 자산이고, 21세기의 통찰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일천 년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과학의 절대화를 추구하는 시대였다. 과학의 절대화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객관적인 태도의 확립이며 자연에 대한 존재 가치의 경시로 귀착된다. 특히 과학기술이란 도구가 인간 중심적ㆍ이원론적ㆍ기계론적 세계관에 함몰(陷沒)되어 인간의 규범 행위 질서 안으로 편입되는 데는 미약했다. 즉 인간 이외의 자연물은 오로지 ‘물질’ 내지 ‘자원’으로서의 개념에 머물렀을 뿐, 이들의 복지에 관심인 ‘자비(배려)’와 ‘생명’이라는 그 존재 가치와 천부의 권리 확보라는 차원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자연을 오직 인간 자신의 무한한 욕구 충족과 편리함 그리고 물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도구로 삼았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철저한 지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산업문명을 낳았고, 이 산업문명이 자연환경의 악화, 자원의 고갈과 편재(偏在), 인간 사회에 물질만능주의 가치 체계를 자리 잡게 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물질만능주의 가치 체계는 사회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크게 약화시켰고, 오로지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에 몰입했다. 또한 성장과 편리함이라는 미명 아래 난개발과 화석연료의 소비 확대는 전 지구촌의 기후 변화와 생태계의 교란으로 인간의 삶의 터가 황폐화되어 종(種, species)의 생명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이 꽃피운 산업문명이 가져다 준 풍요함과 유용성은 불가형언(不可形言)하다.
그런데 왜 오늘의 우리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각자의 존재 가치가 도전을 받고 있는가? 또한 고도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그 해결의 가능성은 점점 더 암울한가?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사색해 보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인류가 인간 욕구 충족을 위한 인간 이성의 이기적 도구화를 앞으로도 계속한다면, 환경 종말과 자본주의의 위기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에는 결코 진정한 인간의 자유도 생명도 기대할 수 없다. 저자는 특히 지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위협한 가장 큰 증후군(症候群)을 환경문제라 보고, 이의 극복 대안으로 ‘성찰적 근대화’ 과정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생태ㆍ사회자본의 축적과 생태적 효율성(eco-efficiency) 극대화 모색을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또 그간 학교와 환경교육기관에서 환경철학과 정책을 강의해 오면서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을 음미와 비판과 해석을 통해 부분적으로 정리해 왔던 것이고, 이번에 『현대환경학』을 내놓으면서 이들을 종합해 볼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총 6편 20장으로 구성했다.
제1편에서는 환경문제의 이해를 다루고 있다. 환경문제를 이해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환경문제에 대한 역사적 인식의 변천과 생태계를 통한 환경문제의 본질과 특성, 그 접근 방법을 다루었다.
제2편에서는 실제 문제시되고 있는 환경문제의 유형(대기ㆍ물ㆍ폐기물ㆍ토양환경)을 고찰하면서 각 매체별 이론과 실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 방향을 검토했다. 제3편에서는 현재 우리가 도입하고 있는 사전 예방적 환경정책 수단인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검토제도를 환경부에서 발간한 환경백서를 참고하여 서술했고, 2008년에 개정된 주요 내용과 함께 향후 제도의 보완 내용을 다루었다.
제4편에서는 자연과 인간, 즉 문명사적 입장에서 인간이 자연에 대해 어떠한 태도로써 인식하고 대응해 왔는지를 시대사별로 자연관을 살펴보고, 산업문명의 한계와 위기, 이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문명의 이념적ㆍ사회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제5편에서는 동서양의 사상에 내재해 있는 생명사상을 재조명해 보았다. 먼저 환경문제와 기독교사상, 노장사상, 불교사상, 유가사상을 고찰했고, 끝으로 이들의 사상적 자원을 토대로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전략에 대한 구성 방향을 조망해 보았다.
제6편에서는 국가 녹색성장정책을 다루었다. 녹색 성장의 도입 배경과 국가별 녹색성장정책을 알아보고,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로서 우리나라 녹색성장정책 도입의 당위적 논거와 정책과제와 수단, 그리고 미래 발전 방향을 다루었다.
이상에서 책의 내용 구성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저자는 환경문제의 해결이 부분적 관점에서 단기적ㆍ단선적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문명사를 통한 인간이 자연에 대한 태도의 성찰과 생태적 각성, 생명체의 가치에 대한 자유와 책임감 있는 선택이 있을 때만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 따라서 이 책이 학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이 생철학(the reverence for life philosophy)의 사색적 토대 위에서 인간 행위와 자연적 실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실용적 지식의 단초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학습하고 사유할 수 있는 인내와 부족한 재능에 지적 영감을 부여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책의 출간에 바탕이 된 많은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물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며, 출판을 위해 애써 주신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과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또한 책의 구성과 타이핑 및 교정 과정에서 저자를 도와 준 아내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은 미숙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며 지구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의 지도 편달을 바라며, 앞으로 이를 보충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2009년 8월 土草 박길용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