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인간의 의사소통체계는 복잡하지만 감탄스러울 정도로 경이롭고 신비하다. 감히 한 권의 책으로 그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모두 풀 수는 없겠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발성에서 지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의사소통체계는 그 자체로 서로 연계되어 있어서 단편적인 노력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통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호흡, 발성, 신경생리, 뇌와 언어, 삼킴, 청각생리로 대별되는 세부 분야는 서로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큰 틀 속에서 이해될 때 비로소 언어의 복잡한 내적인 특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언어병리학 및 청각학, 음성학, 언어학, 국어학 및 영어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집필구상은 캔사스대학 동문이며 지금은 아이다호 주립대학 언어청각학과 교수인 John Anthony Seikel 박사의 격려와 조언으로 이루어졌다. 수년 전에 미국언어병리청각협회(ASHA) 발표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에게서 자신이 저술한 방대한 분량의 『Anatomy and Physiology for Speech, Language, and Hearing』을 집필하게 된 동기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러한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렵겠지만 꼭 필요한 것이니 의무감을 갖고 시작하면 보람 있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막상 집필에 관한 실행 계획을 세울 때는 엄청난 작업이라는 현실에 위축되기도 했으나 관련 원서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3년여의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부족하지만 2004년에 마침내 초판본이 빛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출판된 초판이 많은 관련 연구자분들과 학생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곳곳에서 미흡함이 나타날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이었고, 당시에 출간을 미루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중 다행히 2007년에 개정판을 출간할 수 있었다. 안식년 동안 여러 면에서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테네시대학 청각언어병리학과 학과장인 Ilsa Schwarz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개정판에 해부학 및 생리학 분야의 범위를 벗어난 주제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개정 3판을 통하여 그 미흡함을 보완하고, 내용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였다. 또한 체계적인 복습과 언어치료사자격증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각 장의 말미에 ‘연습문제’를 대폭 확대하였다. 물론 이번 개정으로 초판본과 개정판의 미흡함이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자부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 더 좋은 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였으며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결과물은 결코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초판에 사용되었던 많은 그림들은 그래픽디자인을 맡아 주었던 백정원 양의 숨은 노고의 결과이다.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 주었던 제자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한다. 또한 여러 해 동안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자료의 선별, 스캔 및 한글화 작업을 포함하여 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소중한 제자들에게 큰 공을 돌리고 싶다. 특히 한림대 박사과정의 현경, 효진, 한진, 경희, 미배, 연선, 재연과 석사과정의 윤지, 경미, 지연, 우섭, 영기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복사, 도서대출 및 반납, 스캔, 타자 등을 비롯한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주었던 믿음직한 근로학생들(아름, 소현, 정희, 승한, 보람, 유미)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초판부터 개정 3판을 준비하는 동안 구체적인 자료의 제공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프라나 이비인후과의 안철민 박사, 연세대 김향희 교수, 오하이오대학의 김영선 교수, 한림대 이윤경, 하승희 교수, 아산병원 신경과의 권미선 박사, 동아대의료원의 허승덕 박사, 혜전대학의 서경희 교수, 아이들세상의원의 이현숙 박사께 많은 신세를 졌다. 물론 내용상의 오류는 모두 필자의 몫이다. 끝으로 개정판과 개정 3판의 그래픽디자인을 포함하여 까다로운 책의 편집을 위해 애쓰신 이현미 팀장을 비롯한 소화출판사 에 감사드린다.
2009년 7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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