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누명
“지방이 살을 찌게 하는 게 아닙니다. 비유를 들면 설탕을 먹는다고 해서 달콤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섭취한 지방이 몸속에 그대로 쌓이지는 않습니다.”
지방은 열량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이 찌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고 톰미 씨는 말한다. 또한 이 식이요법을 시작한 다음 해부터 혈액검사를 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 등 지방과 관련된 수치가 매년 개선되었다. 여전히 지방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톰미 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방을 먹는 것이 위험한가, 그렇지 않은가 걱정하지 말고 체중감량이 주는 유익을 먼저 생각하세요. 체중감량 자체에서 오는 유익을 저는 확신합니다. 또한 천연지방을 먹는 한 지방 섭취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p.31, 「1장 기름진 음식 탓에 살이 찐다고?」
미국 식생활 위원회(Senate Committee on Nutrition and Human Needs)는 안셀 키즈의 잘못된 논문을 근거로 1980년에 권장 식단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저지방 식단의 시초인 셈이다. 위원회는 복합 탄수화물과 천연 당분의 섭취는 현재 28%에서 48%까지 늘리고, 지방의 섭취량은 현재 40%에서 30%까지 줄일 것, 그리고 포화지방을 총 섭취 열량의 10%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화지방이 악마 같은 존재로 여겨지면서 식품산업은 지방이 적은 음식을 만들고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방을 뺀 다음 설탕을 집어넣었다. 지방을 제거함으로써 함께 사라진 맛을 ‘설탕’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지방을 섭취하지 말라고 하면 뭘 먹겠어요? 3대 영양소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입니다. 식단에서 지방을 빼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로 이를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지방 식단이 고탄수화물 식단을 초래한 것입니다.”--- pp. 50~51 「2장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야!」
물론 영양소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탄수화물도 중요하다. 탄수화물을 통해 좋은 미네랄,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는 등 우리 몸에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탄수화물이 양날의 칼과 같다는 데 있다. 과하게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할 뿐 아니라 당뇨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탄수화물은 재빠르게 당으로 전환되고, 당으로 빨리 전환될수록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그러면 몸 안에 이미 있는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쓰일 기회를 잃고, 남은 당이 다시 몸속에 쌓이는 악순환이 생긴다.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는 지름길이다. --- p. 67~68 「2장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야!」
탄수화물, 특히 질 낮은 당을 지방으로 대체하면 여러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선 탄수화물은 계속해서 끝없이 들어가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 느끼한 맛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탄수화물을 줄이면 인슐린과 혈당이 안정되고,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단일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을 포함한 천연지방을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지고 또한 오래 지속된다. 결국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호르몬 대사가 안정되어 자연스럽게 식욕이 조절된다. --- p. 76, 「3장 다이어트의 비결,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오키나와는 예부터 ‘돼지고기라면 울음소리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 살코기뿐 아니라 비계와 내장까지 모두 식재료로 사용했다. 본토에서 사용하는 식용유가 없어서 돼지기름, 즉 라드로 모든 음식을 조리했고, 쌀도 귀해 고구마를 주식으로 먹었다. 삼겹살 소금 절임이나 돼지 갈비탕에 채소를 곁들이거나 고구마를 함께 먹는 것이 오키나와의 전통식이었다. 그런데 교통의 발달과 함께, 외지의 식문화가 오키나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산간 오지에 사는 주민들도 밥상 위에 어렵지 않게 쌀밥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라드가 식용유로 대체됐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육식 중심의 오키나와 전통식을 버리고 쌀밥 위주의 본토식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오키나와에 비만 인구가 늘고 대사질환이 늘어난 것은 이런 식습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 pp.108-109, 「4장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가 병을 고친다」
그러나 경계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지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현대 사회는 탄수화물이 범람해 있기 때문에 우선 과도한 탄수화물을 줄이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적절한 좋은 지방을 섭취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다섯 의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지방이 좋다고 하니 탄수화물도 많이 먹고 지방도 많이 먹으면 살도 더 찌고 건강까지 망치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다.
결국 탄수화물을 제한하지 않으면 지방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과 당분이 없으면 지방은 기본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 지방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몸에 있는 지방과 먹을 수 있는 지방. 몸에 있는 지방은 건강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먹는 지방은 그렇지 않다. 탄수화물을 제한한 상태에서 먹는 지방은 분명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강을 개선한다. --- p. 142, 「5장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를 지지하는 5인의 의사」
미국 듀크 대학교의 에릭 웨스트맨 부교수는 이 놀라운 결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은 어쩔 수 없이 지방을 태워야 합니다. 지방을 잘 태우게 되면 섭취한 지방이 사라지고, 혈액 안의 지방 양도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을 먹었을 때보다 낮아지는 거죠. 따라서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도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혈액 내에 지방은 축적되지 않습니다.”
지방을 먹으면 지방을 태우는 체질이 된다는 사실은 운동부하 능력을 측정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검사를 통해 운동을 하는 동안 몸 안에서 지방이 얼마나 연소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일반 여성의 최대 지방연소율은 0.20g/min이고, 가장 운동부하 능력이 뛰어난 20대 여성 운동선수의 경우는 0.51g/min이다. 그런데 식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네 사람은 20대 여성 운동선수의 최대 지방연소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노두례 씨는 0.62g/min, 윤미정 씨는 0.65g/min, 유수진 씨는 0.68g/min, 김유준 씨는 0.93g/min이나 됐다. 일반 여성보다는 3~5배가량이나 높았다. --- pp.171~172, 「6장 4주의 기적,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프로젝트」
Q.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는 정말 요요가 없나요? A. 모든 다이어트가 그렇듯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역시 요요가 있다. 그러나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른 다이어트의 요요와는 다르다. 보통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그러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진다. 한번 낮아진 기초대사량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데, 그 상태에서 음식 섭취량을 다시 늘리면 급격히 살이 찌는 식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적은 양을 먹어도 그렇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는 칼로리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대신 탄수화물을 제한하다가 다시 당분과 탄수화물을 잔뜩 먹는다면,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되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 그렇다고 평생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고 배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 식이요법으로 살이 빠졌다고 해도 당과 탄수화물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 p. 203, 「7장 궁금증 해결!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Q&A」
한국 영양학회가 정한 3대 영양소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15%, 지방 25%로 탄수화물 섭취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은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 비율은 기존보다 낮추고, 지방의 비율을 가장 높인 식단이다.
서양에서는 키토제닉 다이어트, LCHF 다이어트, 또 펠리오 다이어트라고 불리고, 일본에서는 당질제한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는 각기 3대 영양소의 권장 비율도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체 칼로리에서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15% 이하로 제한하고, 지방 섭취 비율이 50%를 넘어서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기존의 음식 피라미드가 거꾸로 뒤집힌 셈이다.
지방의 역설
인류학적·역사적 기록을 보면 인류가 동물이 가장 살찐 계절에 사냥을 해왔고 가장 기름진 부위를 먹으려 했다는 설명으로 가득하다.
--- p.30 〈지방의 역설: 지방을 많이 먹고도 건강한 사람들〉
지방만큼 불행한 동음이의어가 또 있을까? 한 단어가 매우 다른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리가 먹는 지방과 우리 몸의 지방. 우리 뇌는 지방의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를 완벽하게 구별해내지 못한다.
--- p.45 〈왜 포화지방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할까?〉
결국 미국심장협회와 국립보건원이 식단-심장 가설을 입증하고자 수백만 달러씩 더 투자할 때마다 궤도를 되돌리거나 다른 이론을 받아들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식단-심장 가설에 관한 연구들은 놀랍도록 높은 실패율을 보였지만 그 연구 결과들은 합리화되거나 축소되고 왜곡되어야만 했다. 식단-심장 가설 자체가 기관에 대한 신뢰이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 p.98 〈저지방 식단이 미국에 도입되다〉
미국은 육류, 유제품, 식이 지방을 전부 제한하고 곡물, 과일, 채소 등의 섭취로 전환하는 거대한 영양 실험에 착수했다. 동물성 포화지방은 다불포화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낯설고 검증되지 않은 식단으로, 단지 아이디어에 불과했으나 미국인들에게 진리인 양 제시되었다.
--- p.141 〈포화지방 대 다불포화지방이라는 이상한 과학〉
상원에서 작성한 《식단 개선 목표》는 ‘지금이 바로 긴급한 공중 보건 문제에 대해 행동을 취할 때’라는 과거 키스와 스탬러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상원의 보고서는 “해롭다고 생각되는 습관을 바로잡기에 앞서 최종 증거를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p.166 〈저지방 식단이 워싱턴에 입성하다〉
저지방 식단이 영아, 소아, 청소년, 임신부, 수유 중인 산모, 고령자 각각에 유익한지(혹은 안전한지)를 검증하는 실험은 실시되지 않았으나, 식단-심장 가설이 전문가 사회를 휘어잡고 있다 보니 저지방 식단은 2세 이상 전 연령대에 걸쳐 상식적인 심장 질환 예방법이 되었다.
--- p.201 〈저지방 식단이 여성과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로버트 놉의 연구 결과는 여성들이 저지방 식단을 먹음으로써 실제로는 건강을 해쳤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양학계 엘리트들은 이러한 충격적 결과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부분 여성들은 저지방 식단이 심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르고 있다.
--- p.225~226 〈저지방 식단이 여성과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을 구슬린 것은 확실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과학자, 음식 전문 작가, 기자 들이 모두 극찬한 지중해 식단은 잡지, 요리책, 전 세계의 부엌에 스며들어 즉시 영양 분야의 차세대 거물이 되었다. 지중해 식단은 음식의 맛을 포기하지 않기에 절제와 금욕에 기초했던 이전의 식이 요법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 p.266~267 〈지중해 식단 팔아먹기: 과학이란 무엇인가?〉
다불포화지방이 다량 함유된 식단이 암 사망률을 높인다는 임상 실험 결과에서부터 다불포화 기름에 맹독성 산화 부산물이 들어 있다는 최근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다불포화 기름은 건강에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불포화 기름은 20세기를 통틀어 단일 식재료로는 섭취량이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큰 역할을 했다.
--- p.382 〈트랜스지방에서 벗어나 더 나쁜 것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포화지방을 반대했던 증거들은 초라했다. 포화지방을 비난한 초기의 임상 실험들에는 오류가 있었다. 역학 데이터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 LDL 콜레스테롤(소분획까지 정확하게 측정했을 때)에 대한 포화지방의 영향은 중립적이다. 지난 10년간의 대규모 임상 실험에서 포화지방은 심장 질환, 비만, 당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다시 말해, 포화지방에 대한 반대를 지탱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편견과 타성에 젖은 세대이다. 2013년 미국심장협회-미국심장병학회 지침이 보여주듯이 현존하는 편견과 타성은, 뚫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변화에 맞서는 강고한 장벽이라 할 수 있다.
--- p.413 〈포화지방이 건강에 좋은 이유〉
지난 10년간의 대규모 임상 실험에서 포화지방은 심장 질환, 비만, 당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다시 말해, 포화지방의 혐의에 대해 엄밀히 조사해보니 모두 무죄였다. 이제 포화지방에 대한 반대를 지탱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편견과 타성에 젖은 세대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