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원(EGS) 교수 겸 신사회연구소(NSSR) 교수. 에식스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륙철학과 현상학을 중심으로 니힐리즘 문제, 윤리와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해체의 윤리The Ethics of Deconstruction』 『윤리-정치-주체성Ethics-Politics-Subjectivity』 『유머에 관하여On Humour』 『무한히 요구하기Infinitely Demanding』 『믿음 없는 자들의 믿음The Faith of the Faithless』 등이 있다.
역자 : 이재만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중심으로 인문 분야의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정복의 조건』 『세계제국사』 『철학』 『역사』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제국의 폐허에서』 『공부하는 삶』 등이 있다.
과학혁명이 초래한 자연의 탈주술화에 직면하여 우리는 지식과 지혜의 간극을 경험하고, 그 결과 우리 삶에서 의미를 빼앗기고 있다. 자연은, 실은 인간은 의미 간극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좋은 삶에 관한 납득할 만한 견해를 내놓는 방향으로 재주술화될 수 있을까? (…) 한편으로 과학적 진리를 받아들인다면 철학이 과학주의에 희생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우리는 짐승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주를 새롭게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과학주의를 거부한다면 몽매주의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우리는 광인이 된다. --- p.31∼32
툴민에 따르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으나 근대성은 한 쌍의 궤도(인문주의적 궤도와 과학적 궤도)를 그려왔고, 그 귀결은 이론과 실천, 진리와 의미, 지식과 지혜의 일체성이 붕괴되거나 쪼개지는 사태였다. 툴민의 낙관적인 (…) 제안은 우리가 근대성을 인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실천철학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후기 저술에서 몽테뉴의 인문주의적 회의주의를 재개했고, 철학하려는 실천적 충동을 회복했다. --- p.98∼99
대륙 전통 철학은 해방을 지향한다. 철학자에게 진짜 위기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 철학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나 지적인 기분전환, 상식을 가다듬는 기술적 수단으로 쓰일 뿐 그 외에는 용도가 없을 것이다. --- p.130
대륙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철학에서 과학주의를 채택할 경우 철학의 비판적, 해방적 기능을 포착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학적 세계 파악과 니체가 말한 니힐리즘이 공모할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과학주의는 세계로부터 인간을 소외시키는 과학과 기술의 역할을 알아채는 데 근본적으로 실패한다. 이런 소외는 여러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고립된 인간 주체와 대립하는 객체의 영역, 인과적으로 결정되는 영역으로 세계를 변모시키는 식일 수도 있고, 무심하게 조사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공허한 상품으로 객체를 변모시키는 식일 수도 있다. --- p.190∼191
명확히 주장하건대 철학은 잃어버린 기회를 우울하게 한탄하는 활동이나 상식을 가다듬는 기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사유 전통들과 비판적 관계를 맺는 개념적 창조다.
이른바 분석철학과 대륙철학의 적대와 상호 와전은 1960년대 이래 서구의 지적 생활에서 전개된 모든 중요한 사조(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젠더 연구 등)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사이먼 크리츨리는 대륙철학에 동조하는 어조로 이 사상의 흐름들을 솜씨 좋게 약술하고, 세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대륙철학의 체계를 소개한다. 대륙철학의 주요 텍스트들이 서로를 해명하기 시작한다. 빼어난 성취다. - 스탠리 카벨(Stanley Cavell)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
대륙철학에 대한 명쾌한 소개. 크리츨리는 방대한 정보, 통찰, 지혜를 이 얇은 책에 담아냈다. - 리처드 J. 번스타인(Richard J. Bernstein) 신사회연구소 교수
‘대륙철학’이라는 표현 이면의 의미에 대한 분별력 있고 독창적인 서술. 대륙철학의 적들조차 유익하게 여길 것이다. 파스칼 엥겔(Pascal Engel) (제네바 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