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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껌벅 꿈벅

깜박 껌벅 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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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38g | 130*190*30mm
ISBN13 9791160487893
ISBN10 116048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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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이.”
소이가 한참을 그 말만 뱉어 내는 동안 의빈의 입가가 조금씩 더 늘어졌다. 최대한 늘인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것을 본 소이의 눈꼬리도 같이 올라갔다.
“너 더위 먹었니?”
“지금부터 좀 먹어 보려고.”
의빈이 휙, 소이의 손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서슴없이 뻗던 손이 소이의 손목 근처에서 망설이듯 멈추었다. 그 망설이는 손을 내려다보던 소이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한의빈의 본 적 없는 망설임. 아니, 망설임 전의 낯선 다가섬. 그 기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려는데 의빈의 말이 끼어들었다.
“진소이. 나 오늘 하루 종일 네 생각이 나던데. 좀 잡으면 안 되냐?”
사실은 꼭 손을 잡고 싶은 건 아니다. 저절로 팔이 그리로 뻗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 뿐.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소이의 입술이 눈앞에 있다. 그것도 멍하게 벌려진 채로.
의빈이 얼른 고개를 털어 냈다. 소이의 황당해하는 표정 앞으로 다이어리 한 장이 펼쳐진다. 의빈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아, 안 잡아. 그냥 가자. 배 안 고파? 풀타임은 저녁도 안 준다며.”
아차. 풀타임인지는 어찌 알았고, 저녁을 안 준다는 것은 어찌 알았냐고 추궁이 날아오면 꼼짝없이 들킬 판이다. 그런데 다행히 멍소이는 그런 걸 물을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가자. 너 좋아하는 거 사 줄게.”
그 말에 소이가 번뜩 정신을 차리더니 휙 돌아섰다.
의빈을 처음 본 순간, 말 그대로 벙하게 굳었었다. 작은 얼굴 안에 오밀조밀하게 들이찬 이목구비. 서늘한 표정 한가운데 개구지게 보이는 인디언 보조개. 묘하게 남자와 소년이 함께 있는 얼굴.
그렇게 생긴 남자 생명체를 본 적이 없었을뿐더러, 특유의 나른한 표정 때문에 팔 안쪽까지 작게 소름이 돋았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뿐이었다. 자주 아침에 들르는 까치집 머리의 건들거리는 트레이닝복의 형상은 처음의 그 충격적인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그리고 그 잘생긴 얼굴이 자꾸만 눈에 달리 보였다. 자주 봐서 익숙해진 것도 있거니와, 한의영과 투닥대는 둘의 모습은 뭐랄까. 괴랄했으니까. 그 둘이 울리는 괴랄함의 앙상블은 너무도 힘이 센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지금 다시 잘생겨 보이는 건데. 제 로망과는 확연히 거리가 먼, 허우대만 멀쩡한 인간이었는데. 의빈의 말끝이 묘하게 달리 들렸다.
다음 말을 뭐라 이을까를 생각하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지나쳐 간 한의빈 첫 만남표 잘생긴 얼굴이 지금의 얼굴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이건 뭐, 더위는 내가 미리 먹은 모양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음 말은 의빈이 먼저 이었다.
“진소이.”
“뭐. 왜.”
“우리 사귈까.”
대답 대신 턱이 툭 떨어지는 모습을 받았다. 뭐, 그리 나쁜 대답은 아니다. 적어도 단칼에 싫다는 말은 튀어나오지 않았으니까.
“너…… 미쳤니?”
“아니. 난 아주 멀쩡해. 내 기준 너랑 사귀고 싶어. 아까 말했잖아. 하루 종일 네가…….”
“그만!”
소이가 손바닥을 탁 내밀었다. 그런데 간격 조절을 못 한 것이 분명했다. 모로 틀린 고개가 휙 다시 돌아왔다. 의빈의 가슴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타격한 손바닥이 짜르르 울었다.
“이건 뭐야. 장풍이야? 허접한데.”
“헉.”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남긴 채 소이가 빠른 걸음으로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더 빠르게 걸었다. 뛰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 빠르게 걷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그 최선의 기준은 오롯이 제 것일 뿐이었음이 분명하다. 뒤를 따라오는 걸음은 아주 느긋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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