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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여인

벌거벗은 여인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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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66g | 128*188*14mm
ISBN13 9788950968045
ISBN10 8950968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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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 필리프 투생
Jean Philippe Toussint
195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정치학을 전공한 후 알제리에서 2년간 교사 생활을 했다. 사무엘 베케트의 영향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1985년 첫 소설 『욕조』를 출간했다. 그 후 아홉 권의 소설을 출간하여 로브 그리예를 잇는 후기 누보로망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마리의 일생’이라는 주제로 10년에 걸쳐 집필한 ‘마리’에 관한 4편의 연작은 그의 작품세계를 특징짓는다. 그중 『도망치기』로 프랑스에서 가장 실험적인 작품에게 수여되는 메디치상을 수상했으며, 『마리의 진실』로 데상브르상을 수상했다. 『사랑하기』,『도망치기』에 이은 『마리의 진실』과 『벌거벗은 여인』은 각각 마리의 일생 중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그리고 있다.
역자 : 박명숙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전진하는 진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짓의 쇠락』, 『심연으로부터』, 『오스카리아나』,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쥘리 보니의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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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의 복도를 지나면서 그녀의 맨 팔을 스쳤고, 함께 수영을 하러 갈 때는 바다로 향하는 오솔길을 내려가면서 그녀의 허리를 스치듯 안곤 했다. 우리가 이미 헤어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우리의 결별로 인해 조금도 고통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해서, 오직 그렇게 해서만이, 마리와 함께 있으면서 동시에 그녀와 헤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p.29~30

엘바 섬에서 돌아온 후, 아마도 지금 새삼스러운 것은, 마리는 내 앞에 없을 때조차도 내 역정을 돋우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면 난 즉시 그녀가 보고 싶어졌고, 그녀가 멀어지는 것보다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을 더 자극하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부재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p.32~33

그녀는 내 팔에 의지해 몸을 일으키더니 잠시 말없이 거실에서 나를 껴안았다. 엘바 섬에 자신과 함께 와준 것에 대해, 자신의 슬픔을 함께 나눠준 것에 대해 말없이 감사를 전하는 몸짓으로. 우리는 마치 서로에게 마우리치오의 죽음, 그리고 어쩌면 더 나아가 그녀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는 듯했다. 수줍고, 절제되고, 뜻밖의 방식으로. 우리는 거실에서 외투 차림으로 서로를 거의 만지지 않으면서 포옹을 했다. 아주 순간의 일이었다.--- p.119

마리가 오늘 오후 마우리치오의 무덤을 발견하지 못하고, 우리는 장례식 때문에 특별히 파리에서 왔는데도 그녀가 묘지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그녀가 올바른 묘지를 찾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녀가 그것을 찾기를 원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엘바 섬에서 머무르는 동안 내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p.144

내가 묵었던 도쿄의 호텔 방의 천장이 아니라 당시 내가 처했던 정신 상태를 떠올리게 했다. 도쿄의 호텔 방에서 끝없는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길게 누운 채, 매일 조금씩 더 명확하게 내게 드러나던 진실, 즉 날들은 언제나 끔찍하게 길고, 삶은 극적으로 짧다는 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때의 내 정신 상태를.--- p.146~147

우리는 두 달 전, 이 똑같은 침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열렬하게 포옹했다. 우리의 긴장을 완화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를 짓눌렀던 두려움을 떨쳐내고 와해시키고 사라져버리게 하기 위해, 우리의 몸을 하나로 합치고, 우리의 삶을 한데 모으고, 우리의 영혼을 일치시키면서.
--- p.16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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