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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너만을 1

미치도록 너만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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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68쪽 | 746g | 148*210*35mm
ISBN13 9788994300689
ISBN10 899430068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세희 씨, 비상이야.]
김태연 홍보팀장이 인턴 사원인 막내 서세희에게까지 전화를 걸었을 때는, 그것도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비상’이라는 말을 외쳤을 때는 정말 어디에 불이 날 정도로 급하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사무실로 와줘.]
휘이잉―. 잠이 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숙소를 나서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얼굴에 확 쏟아졌다. 단정하게 빗겨 내린 그녀의 윤기 나는 생머리는 바닷바람에 찰랑거렸다. --- p.7

“오늘 행사에 참석한대요?”
“응. 게다가 어쩌면 이재현 전무님도 오실 것 같아. 아무래도 상대가 손튼 이다 보니까 거기에 맞는 중역이 영접해야 하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드디어 이재현 전무님이 공식 업무를 맡는 게 아닐까 기대하고 있어.”
하나 그룹의 상속자인 이재현 전무. 오로지 이메일로 업무 처리를 해서 직원들 사이에선 ‘이메일 보스’로 통한다. 큰 키에 뿔테 안경을 쓴 고리타분한 외모의 소유자라는 소문만 나돌 뿐, 실제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8

“VIP 고객 중 한 분이 아주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나 봐.”
어떻게 들어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희는 조이가 이벤트 홀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했다. 평소 야생동물이 홀 안에 들어가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오늘은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세희는 창고 입구의 셔터를 내린 후, 자물쇠를 굳게 잠갔다. 그리고 미안한 듯 조이를 구슬렸다.
“답답하더라도 이해해줘. 행사 끝나면 바로 와서 열어줄게.”
“야옹.”
세희가 떠나자, 구슬픈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텅 빈 물품 창고에 울려 퍼졌다. --- p.11

그때였다. 갑자기 옆 테이블 밑에서 나타난 회색 고양이가 손튼의 다리를 쓰윽 스치고 지나갔다.
“헉!”
자신의 발밑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손튼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러곤 숨을 쉴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I, I can’t breathe…….”
“손튼 씨!”
의자 밑으로 쓰러지는 손튼을 재현이 재빠르게 끌어안았다. --- p.15

급하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큰일인데.
“기다려. 경호원과 주치의가 곧 올 테니까.”
“그럴 시간이 없어요.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손튼의 재킷 안쪽 깊숙이 손을 집어넣으며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분처럼 알러지가 심한 경우 항상 응급 주사기를 가지고 다녀요. 아마 이분도 그럴 거예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그쪽은 비서이면서 그것도 몰라요? 저리 좀 비켜요.” --- p.17

와이셔츠를 벗은 재현이 이번에는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으려 했다. 세희는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다.
아무래도 그냥 옷만 갈아입으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샤워라도 할 태세인데? 어떡해! 어떡해! 완전 막다른 골목에 갇힌 꼴이네! 세희는 조이를 끌어안은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서 들켰다간 국물도 없다고!
급히 숨을 곳을 찾으며 욕실 안을 두리번거리던 세희는 결국 욕조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황급히 샤워 커튼을 쳤다. --- p.23~24

“조이는 길 고양이가 아닌데요.”
“조이? 도둑고양이 주제에 이름도 있어?”
“투숙객 중 누군가 데리고 온 집고양이 같아요. 제가 잠시 돌보곤 있지만, 곧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잠시 돌보고 있다고?”
순간 재현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서렸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그게 모두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 그러니까 사실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원인 제공자였다는 소리네. 그렇지?” --- p.27

“좋아. 병원비 이런 건 푼돈이니까 상관하지 말고. 손튼 씨가 손해 본 시간을 한번 따져볼까? 그분이 한 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 줄 아나? 동행하는 경호팀의 비용은 어떻고. 제트기 운행이 연기되었으니까 그것도 포함해야겠지?”
세희의 커다란 눈이 더욱더 커다래졌다.
뭐? 잠깐만! 손튼 씨가 얼마를 벌어들여? 그리고 뭐? 뭘 포함해?
한동안 세희를 응시하던 재현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밀리언 달러는 되겠군.” --- p.28

어쩌면 달라도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건 어떨까? 이게 손가락에 맞는다면…… 울음을 멈추는 거.
혼자 숨죽여 울던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달래주던 왕자님. 하지만 저 남자는 달래주기는커녕 우는 사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고도 남을 인간이다. 잠시라도 저런 남자와 착각하다니. 내가 눈이 삐어도 한참 삐었지. --- p.29~30

“하아, 하아.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그러나 입을 틀어막은 손만 치워졌을 뿐 아직도 그녀는 재현의 팔 안에 갇힌 상태였다. 세희는 애써 두려움을 감추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팔다리 멀쩡한 사람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도둑질을 해요?”
이 와중에 선생님이 학생을 훈계하는 듯한 말투라니. 재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오해하지 마.”
“오해라고요? 그럼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보세요. 바닥에 널린 저 상자들은 다 뭐죠? 그리고 이건요?” --- p.34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행히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누가 도둑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현행범으로 잡혀 온 재현은 느긋한 모습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고, 총지배인은 당장에라도 그 앞에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재현을 바라보는 총지배인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리조트의 실제 주인인 이재현 전무가 도둑으로 몰리다니……. 그렇다고 언더커버 업무 중인 그의 신분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 p.38

저 남자가 이재현 전무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동시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왜 총지배인님이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경찰서에 달려왔는지……. 당연하다. 리조트의 실제 주인인 그를 도둑으로 몰아서 신고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 맞다. 나쁜 놈이라고 큰소리로 욕도 퍼부었다. --- p.59

“그 사과는 받아들이지.”
위협하듯 날이 서린 말투인데 바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귓가에 닿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세희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신 마지막 근무하는 날까지…….”
얼어붙을 것만 같은 서늘한 목소리로 재현이 나직이 속삭였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도록.” --- p.61

나도 당신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왕자님과 너무나도 닮아서일까? 재현을 볼 때마다 자꾸만 10년 전 추억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때가 눈앞에 아른거려서 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나도 당신 같은 남자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아!
세희는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 p.103~104

댄스 플로어 중앙에 이르자, 재현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어 살며시 품으로 끌어당겼다. 세희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재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낸 후, 천천히 왈츠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왈츠의 선율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10년 전, 그날처럼…….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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