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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98g | 130*188*30mm
ISBN13 9791195891962
ISBN10 11958919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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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동민
그를 처음 만난 건 업무적인 미팅이었다.
정확히는 그에게 부탁을 요하는 자리였는데 그의 첫 인상은 예민함과 치밀함으로 무장한 회색빛 아스팔트였다.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는 정작 내가 가지고 온 이 제안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No라고 명확히 대답했다. 업무상 논의는 그렇게 된지라 일어설 법도 한데 그는 자잘한 꺼리들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호기심.

들을수록 그는 치즈 케익과 달달한 와인을 좋아하는 턱수염 난 소녀였고, 앙증맞은 부토니에를 단 감색수트를 입은 롹커였다. 흔하디 흔한 표현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직장인. 이런 이질감이 오히려 흥미로움을 자아내고 독특한 개성을 뿜어내는 남자. 회색빛 아스팔트가 빌딩이 내린 그림자와 햇살편으로 반반 나뉘어 대비되듯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그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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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철인지 아닌지 제 스스로 느끼지 못해 그냥 지나쳐버릴까 그래서 제철 지난 나쁜 냄새와 윤기 없이 푸석해진 삶을 덩그러니 마주하게 될까 그것이 가장 무섭습니다. --- p.15

‘뭐 재밌는게 없어요’
그가 털어놓는 수컷의 무미감. 일상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
머릿속에 너무 많은 고민들이 뒤엉켜 매듭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풀다보면 또 고민이 뭐였는지를 잊어버리게 되는. --- p.23

언젠가부터 취향을 드러내는 일은 편을 가르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게 된건지 그래야 할 나이를 먹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 때문에 그런거라면 어른이란건 참 슬픈 것 같습니다. 어느 선택이 취향과는 별개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까지 겹쳐버릴 땐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자칫하다간 본의 아니게 내 의도와 상관없이 어느 편에 속하게 되어버려서 다른 편을 등져야 할테니 하는 얘기입니다. --- p.122

문득 전화 온 녀석이 대뜸
‘형! 벌써 서른 아홉이야! 하하하!’
했더랬습니다.
언제까지나 도로위에서 달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교차로에 다다른 걸 그런 우스갯말로 알아버렸습니다. --- p.127

네. 그렇습니다. 이제 차장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데
이참에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되었음 좋겠습니다.
--- p.147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여름에 구워지듯 더운 것도, 텁텁하고 입안에 냄새가 오래 남는 청국장도,
다,다,다.
원래부터 그 자리 그대로 예전부터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변한 것은 오직 저 하나 뿐이었습니다. 제 취향과 기호와 몸이, 맘이, 생각이 모두 변해버린 것입니다. --- p.171

단점을 상대방이 알아챈 순간부터 그건 더 이상 단점이 아니라 약점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숨기는 기술은 점점 늘어만갑니다. 누가 가르쳐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채고 나니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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