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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비는 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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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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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42g | 135*205*20mm
ISBN13 9791195921805
ISBN10 11959218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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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시월이다. 그것도 한가운데다. 어디를 둘러봐도 부신 계절이다. 시월은 몸 전체가 한 잔의 맑은 술이다. 외딴 절이다. 목탁 구멍이다. 혼자 있어도 취하고 책 없이도 취하고 음악 없이도 취한다. 취한다(이제 문장 부호는 쓰지 않기로 한다 부호들이 문장의 본능을 억압한다) 들길을 걸어가리라 쑥부쟁이 벌개미취들 정신없이 시들고 있는 길을 가면 나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닐 게다 흔들리고 외롭고 홀망한 정신과 육체의 순간이 다 거기 있을 것이다 경망하게 말해서 시 한 줄 없이도 가슴 그득할 것이다 언어로 옮기지 않아도 시는 스스로 태어나고 성숙하고 사라지지 않는가 눈길 없는 길가에서 혼자 피어 혼자 부시게 제 몸에다 제 마음 부벼대다가 소멸하는 쑥부쟁이가 남 같지 않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부질없기 짝이 없는 줄 알면서 또 그 일에 손을 대고 또 대고 그것이 마음에 찰 리 없어 숫제 부질없음을 껴안고 투신한다 주지스님이 탁발 나간 암자에서 무박자로 목탁을 두드리다가 쫓겨나고 싶군 나는 도사가 아니다 합장 반 배 부질없음이여 오늘 아침 나의 법어는 저 아래 시 한 구절이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황동규) --- p.10

문득 밤이다 먼 친척같은 밤이 왔다 덥썩 손을 잡고 흔들며 반가와하기에는 좀 멀다 조금은 서먹하고 허전한 표정으로 서 있는다 덤덤한 눈빛 사이로 밤이 데불고 온 어둠이 살짝 얹힌다 살짝보다는 엷게가 맞을 듯 하다 엷게 살짝이 더 맞는 것 같다 이 밤은 어디서 출렁이며 왔는가 나는 공손히 물어 본다 밤은 말이 없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바라보는 나는 나만의 리듬으로 심자한(心自閑)에 휩싸인다 이 밤의 정경과 정황은 무슨 뜻인가 해석불가다 조용하다 이 말 앞에는 수식이 필요하다 더없이 조용하다 한없이 조용하다 자의적인 해석은 이 밤을 그르친다 해석을 지운다 극락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다 극락은 지극한 즐거움이다 극단을 삭제해버린 중심의 침착이 밤을 껴안고 있다 쉿 숨소리도 낮게 낮게 조금만 더 낮게 그리고 오직 맹물처럼 황홀하게 앉아 있으라 한 채의 꿈으로 앉아 있으렴 먼 친척같은 밤의 숨결에 귀를 주자 척추를 곧추 펴고 선승처럼 앉아서 우주의 담 너머를 관하자 나는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기도 한다 이 밤은 온통 나 나 나 뿐이다 봄이 섞인 밤을 검지로 슬쩍 밀어 본다 ‘언문으로 쓰여진 (누군가의 유서같은) 밤’(심재휘)이 기우뚱 한다 --- p.44

택시에서 내린 남자가 선 채로 택시비를 거슬러받고 있다 그런 게 눈에 들어온다 별 생각없이 그 장면을 건네다 본다 저렇게 거슬러받을 게 있었으면 좋겠다 거스름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아니 손바닥에 올려놓고 헤아려보는 순간이 우스개같다 내게 그런 게 남아 있지 않은 것을 약간 슬퍼하는데 바람이 휙 불고 신호등이 바뀐다 신호등이 가을바람에도 감응하는구나 아파트 주차장을 나올 때 동네 어귀의 나무들이 아주 차분해져 있었다 나무들이 발밑에 떨군 낙엽들이 스산하다 스산하다 스산하다 스산의 정점이다 백퍼센트 스산하다 스산하다 스산하다 세상과 작별하기 좋은 날이다 이런 날 누가 세상을 떠났는지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벤 웹스터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모두 늦가을에 간 것 같다 아님 할 수 없고 소팽 콩쿠르 출신 조성진은 베토벤과 브람스는 만년에 음악이 가벼워졌다면서 가진 것들을 하나씩 버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스무살에 그런 것을 알다니 맹랑한 젊은이다 스무살 때 나는 멋모르고 신춘문예에 투고한다고 골 싸매고 돌아쳤는데 하나도 된 게 없다 시는 골 싸매고 하는 게 아니었다 뭘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뭘 모르면서 돌아쳤던 그 시절에 부디 축복 있으라 브람스처럼 뭔가를 버릴려고 하니 버릴 게 없네 가진 것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없는 것을 자꾸 버린다 그게 요즘 내 삶의 습작이다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최영미) 선풍기만 틀어도 이제는 가을을 느낄 것이다 텅 빈 나를 안아보겠다 --- p.82

시를 쓴다 시가 뭔지 모르고 쓴다 단지 이것이 시일 것이라는 상상 속에서만 시쓰기가 가능해진다 깊은 밤 비오는 밤 바람 부는 밤에 시를 쓴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노트북 모니터 위를 저벅저벅 걸어간다 밤새워 썼던 시는 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말이었고 말과 말 사이였고 말 이전이고 이후였다 헛밤을 새운 것이다 ‘곱게 미친 자의 다정한 혼잣말’(이철송)이었다 온통 그렇다 제정신으로 곧게 쓰여진 시들은 시가 아니라 관습이다 네 잘 알겠습니다 라고 할 때의 그 체제순응적인 태도다 그건 시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격하다 그래서 부정문을 좀 다운시켜야 한다

그것도 시일 뿐이다 너무 사람들에게 가 닿으려는 몸부림이 거슬린다 시를 쓴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말이 안 되는 시를 쓴다 밤 늦도록 이 짓이다 어쩔 수가 없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돈도 되지 않고 힘도 되지 않는다 그게 좋다 그래서 이 짓거리는 무망하지만 아름다운 노동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중도에서 좌절된다 그또한 시쓰기의 매혹이다 아무에게도 가 닿지 않으려는 애씀이 나의 시쓰기다 누군가의 시쓰기다 시를 쓴다 세상에 시가 너무 많다 흔한 것이 시지만 어떤 시도 어떤 시를 대체하지 못한다 저 벽 너머에 내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 내 시의 목소리도 확실해질 것이다 그때까지 쓴다 그때까지만 쓸 것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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