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전제는 단순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불가능한 것’을 협상해낸 사례들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역사, 외교, 비즈니스, 스포츠, 대중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독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에서 가까이 혹은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당시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다퉜고, 어떻게 협상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둘째, 그런 이야기들은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든 다소 일상적인 상황이든, 어떤 분쟁이나 교착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훈을 제공한다. 이 책 곳곳에 일자리 제의부터 비즈니스 거래, 개인적인 관계, 자녀와의 협상, 테러범과의 교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 같은 교훈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수식이나 구조, 구성 같은 겉치레를 벗겨 내고 나면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함께 잘 지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도입」중에서
사람들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객관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그들 또는 그들의 집단이 문제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거래하는 사람이 상대를 적으로 인식한다면 양보하려 들지 않겠지만, 사안을 공동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좀 더 흔쾌히 양보할 수도 있다. 협상가가 분쟁을 ‘승자독식’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면,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우보다 협상을 타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하다. 어떤 특정 제안에 단기적 관점을 취하느냐 장기적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처음의 기대치와 비교해서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협상가는 더 수용적이 될 수도 덜 수용적이 될 수도 있다. ---「1장. 프레이밍의 힘」중에서
나는 학생과 고객들에게 조언할 때 상대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제안을 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그 제안을 상대와 그들의 청중이 어떻게 바라볼지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당신의 제안에 ‘예’라고 말하면서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게 할지 생각하라. 상대가 당신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승리’라로 생각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곤경에 처할 것이다. (…) 이 같은 원칙은 입사 지원자가 일자리 제의를 두고 협상할 때와 같은 다소 덜 복잡한 상황에도 적용된다. 만약 인사 담당자가 당신에게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예외적인 대우를 해 주고 싶다면, 그는 그런 처우를 조직 내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협상 상대가 양보했을 때, 상대가 상대 측 청중에게 양보가 왜 적절하고 필요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 필요한 이야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2장. 무엇을 제안하는가보다 어떻게 제안하는가」중에서
프레임 형성에서 선도자 우위 효과는 꽤 강력하다. 프레임은 빠르게 확립될수록 그 프레임으로 협상이 진
행되어 추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본 대안에 관한 논의에서, 처음에 당신 측의 초기 협상안 형식을 따르거나 당신 측이 작성한 합의문 초안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보통 협상 과정 초기에 여러 가지 프레임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누가 강자나 약자로 인식될지, 솔직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방어적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제안이나 가치 등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점이나 선례가 적절한지 등의 프레임이 협상 초기에 형성된다. 노련한 협상가는 협상이 진행될 때 이런 프레임의 영향력에 주의를 기울이며, 최대한 빨리 바람직한 프레임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6장. 협상 초반에 프레임을 통제하라」중에서
상대와 몇 주 동안 협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상당한 노력 끝에 곧 거래가 성사될 것 같다. 당신은 그동안 거부하던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 한 가지 양보하고, 다소 부담스러운 요구도 하나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합의 성사다. 그런데 당신이 양보하자 상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사합니다. 이 양보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융통성을 발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상사에게 우리가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깜짝 놀라 생각한다. ‘뭐라고? 상사에게 물어본다고? 이 협상이 마지막 아니었나? 이제 더는 내줄 것도 없는데.’ 다소 판에 박힌 이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는 아주 흔히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다. 이 사례에서 문제의 원인은 본 협상에 앞서 프로세스를 협상하지 않은 데 있다. ---「8장. 프로세스 협상을 먼저 하라」중에서
미국 프로 스포츠계의 단체 협약 협상에서 전형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한번 살펴보자. 양측 모두 실질적으로 어떤 양보도 하지 않으려고 완고히 거부하며 몇 달을 흘려보내면, 결국 초기의 입장에서 물러서기 시작한다. 이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양보가 무엇일까?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선수들이 가장 먼저 제시하는 큰 양보는 신인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 조건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 막 구단에 들어온 신인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협상의 제단에 가장 먼저 오르는 희생물이 되는 것일까? 바로 그들이 테이블에 앉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장. 협상 테이블에 머물러라」중에서
흥미롭게도 크고 작은 협상에서 사람들이 신뢰를 잃는 이유는 갑자기 엄청난 배신을 저질러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가끔 약속을 어기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너무 쉽게 단언하거나, 자신이 단언한 것을 논의 초반에 지나치게 빨리 잊어버리는 등 상대가 당신의 사소한 실수를 알아채면서부터 신뢰는 서서히 깎인다. 당신이 “그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해도 상대가 믿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몇 달 전에도 똑같은 말을 한 뒤 그 일이 중요해지니까 바로 그 말을 엎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학생들과 고객들에게 신뢰가 협상에서 교섭력의 유일한 원천이 되는 때가 온다고 종종 일깨워 준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귀중한 자산을 사소한 것 때문에 너무 쉽게, 너무 자주 포기하곤 한다. ---「12장. 계약의 조건을 바꾸는 사소한 방법들」중에서
공감은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임금 인상 요구를 거절한 고용주를 인색하다고 단정한다면, 과한 요구를 하는 비즈니스 협력자를 탐욕스럽다고 비난한다면, 정적에게 너무 빨리 사악하다거나 악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이는 우리 자신의 선택지를 제한할 뿐, 협상을 이뤄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 전혀 아니다. 고용주는 어쩌면 경영상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 협력자는 자신의 요구가 합당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정적은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상대의 관점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 갈등을 줄이고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서로의 가장 큰 고민이 해결되도록 돕고 양측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창의적인 방법을 찾기도 힘들다. 공감은 분쟁을 해결하고 합의에 이르는 방법을 찾는 데 있어 당신의 선택지를 넓혀 준다. 공감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공감하지 못하면 확실히 실패한다.
---「13장. 공감의 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