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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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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0g | 130*188*20mm
ISBN13 9788998790431
ISBN10 89987904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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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사은
라디오방송사 프로듀서로 재직 중인 그는 2015년, 암 선고를 받고 1년 남짓 투병하다가 방송 일선에 복귀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자신의 삶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던 암 투병을 하면서 가족에게, 친지에게, 그리고 자신처럼 암과 싸우는 환우들에게 투병 중 맞닥뜨린 눈물 흘리던 순간, 기쁨으로 마음 따사로워졌던 시간 속에서 길어올린 여러 생각의 편린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녀는 자신에게 베풀어준 많은 사람들의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배려, 또 암을 투병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 등을“괜찮아요. 정말 다 괜찮아요”,“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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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당신이 암 선고를 받았다 할지라도 너무 걱정 마세요.
충격과 공포,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을 지배하겠지만, “괜찮다”위무해 주고 싶습니다.
왜냐면, 저는 암 환자니까요.
왜냐면, 제가 겪었으니까요. --- p.5

손이 바르르 떨리고,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그렇게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중증 암 환자가 되었다. 조직검사 이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중력 상태로 며칠을 헤매던 나는 ‘중증 암 환자’로 등록되면서 암癌과 마주하게 되었다. --- p.8

MRI를 찍을 때는 30분간 엎드려 있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촬영실은 쾌적했고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와 마음이 느긋해졌다. 마이크로 차근차근 지시를 해주어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됐다. 30분간의 묵상 참회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 p.24

팔뚝에서
주삿바늘을 뺐다.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두 손으로 얼굴을
뽀드득뽀드득 씻는
이 경이로움을 아는가 --- p.37

얼마만 한
암덩이를
떼냈다는데도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암덩이는 어디로 간 걸까? --- p.45

있잖아……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나……
보름 만에 샤워했다.--- p.56

삭발하면서 호사스런 고민도 해보았다. 항암이 끝나고 머리카락이 자라나면 과연 어떤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게 될지 설레기도 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다시 기다란 생머리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아냐, 머리숱이 적으면 생머리가 초라해 보일 수 있으니까 볼륨 있는 파마가 더 낫지 않을까? 아냐, 아냐. 더 젊어 보일 수 있도록 커트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뭐, 대충 그런 식이었다.
--- p.64

남편(들)은 출근하면서 혹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하라’고 당부 또는 압박하지만 혼자 투병하는 아내의 속사정은 별반 녹록지가 않다.
말로만 운동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 p.78

한 침대 두 사람
나는 밤새
끙끙 앓았는데
남편은
밤새 마누라가
코까지 골며 잘만 자더라고. --- p.95

암 진단 이후 수술과 건강에 집중하라며 곧바로 일을 나눠 가진 동료들은, 휴직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응원해 주었다. 언젠가 밀린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회사에 잠깐 들렀는데, 몇 달씩 빈자리는 먼지도 쌓이지 않았고 오히려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 p.113

인터넷에서 ‘레지너 브릿’이라는 사람의 칼럼을 보았다. 유방암 환자인 그녀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암은 내게 특별한 날을 위해서 무언가를 아껴두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왜냐하면, 모든 날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것을 전부 써버려야 한다.”
나도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 p.143

함께 백두산에 가자고 했던 사랑하는 후배는 이태 전에 암으로 죽었고 나는 암 환자가 된 지금에야 오르고 있다. 후배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던 백두산 천지. 그때 조금만 더 서둘러서 후배와 함께 올 걸 그랬나 보다. 암 환자인 나도 이렇게 힘들지만 오르고 있잖은가 말이다. 어차피 죽을 거, 백두산이라도 보여주었다면 좀 좋았겠나 싶어서 천지가 가까워질수록 후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 p.153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면서 곤란한 일이 생겼다.
내 머리가 대머리여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검색대를 통과하려면 모자를 벗어야 했다. 그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 해서 조금 당황했다.
여직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저, 암 환자예요”라고 실토를 했더니 검색대 너머 다른 여직원에게 사인을 한다. 검색대 안쪽에 있던 여직원은 나를 불러, “모자를 체크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엑스레이 봉으로 모자 위를 검색하고 나서야 통과를 시켜줬다. --- p.157

암에게
나 없으면
너도 없는 거,
알지? --- p.162

친구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네들이 걸음 속도를 줄이다가 제자리걸음을 하다가를 반복했다. 되도록 친구들의 발걸음을 붙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암 환자의 발걸음은 참 더디고 느리기만 했다. --- p.176

결혼식장에서 신랑 측 양가 부모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남편 옆자리가 빈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갑자기 그런 잡념들이 밀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둘 늘어간다. --- p.186

죽음에 대한 바람을 기도 제목을 정하고 기도하다 보면,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빛을 더하게 할 것이다.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p.199

마모되고 벌어진 남편의 칫솔을 새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 죽으면, 이 남자 칫솔이나 제때 제때 바꾸면서 살아갈랑가 몰라.--- p.208

좋은 소리 듣고 아름다운 음악에 감동하고 시비 이해 가릴 수 있게 해준 귀에 감사 --- p.212

이승에서의 50여 년이 차지고 복됐다.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더 잘살아야겠지만,
지금 죽어도 하늘나라에서 반가이 만날 사람 많으니
외롭지는 않겠다. --- p.218

1년 만의 출근길은 조금 낯설다. 도로 좌우로 건물이 들어서고 조경이 바뀐 곳도 있다. 마치 첫 출근인 양 사뭇 설레고 긴장됐다. 방송국 주차장에서 출판사에 근무하는 후배를 만났다. 멀리서부터 반갑게 뛰어오는 그녀 모습이 풋풋한 소녀 같았다.--- p.220

P 선배의 자유를 지켜보면서, 나도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순간을 회고 했다 암 수술 전·후 나를 옥죄고 있던 링거!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던지. 멀쩡하던 사람도 링거만 달면 그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중환자 신세다. 그 며칠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사람도 많다. 링거를 뽑던 날, 새삼스럽게 두 손 두 발의 자유를 절감했었다. --- p.229

내 사전에 찾아보기 힘든 말.
안돼요.
암 환자 되고 나서 말이 먼저 앞선다.
안돼요.
내 안의 다른 내가 나도 모르는 단어를 들고 나와 깜짝깜짝 나를 놀라게 한다. --- p.247

육체적 결함이나 정신적 고통이 아무리 중해도 그 아픔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여 인류사에 길이 남은 위인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빛난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 또한 아픔의 터널을 천신만고 지나쳐 나왔기 때문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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