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김영남은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술로는 《불멸의 금강석》, 《자연과 사람과 시?영미 자연 시 감상》, 《홉킨스 시선》 등의 번역이 있으며, 제라드 M. 홉킨스(Gerard. M. Hopkins), 존 던(John Donne),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등에 관한 30여 편의 논문이 있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었는데 그 모습이 “보라, 내 말이 옳지 않은가?” 하고 말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사랑의 신은 자신이 무시당한 데 화가 나서 그를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재빠르게 자신의 활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사랑의 신은 순식간에 트로일러스를 정통으로 쏘아 맞추었다. 이렇게 그는 거만한 공작의 털을 뽑을 수 있었다. --- p.19
“고개를 들고 그 여자가 누구인지 어서 말씀해보세요. 그래야 제가 왕자님의 일을 돌봐드릴 게 아닙니까? 혹시 제가 아는 여자는 아닌가요? 어서 말씀해보세요. 그래야 일을 더 빨리 성공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말이 트로일러스의 혈관을 강타했다. 정통으로 허를 찔렸으니 그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아하!” 판다로스가 말했다. “일이 재미있게 되는군.” --- p.52
트로일러스는 두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 “오 내 사랑,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꼭 잡혔소! 이제 우리 둘밖엔 없소. 달리 어쩔 수 없을 테니 나에게 항복해요.” 이 말에 크리세이드는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벌써 항복하지 않았다면, 내 소중한 임이여, 나는 지금 여기에 와 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 p.214
“사실대로 말해서, 우리가 겪는 슬픔은 제가 아는 한 다른 데 이유가 있지 않고 오직 우리가 헤어져야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잘못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곧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는 것이에요. 이게 제 생각의 전부예요, 사랑하는 왕자님.”
봄 축제에 나간 트로이의 왕자 트로일러스는 상사병을 앓는 남자들을 여느 때처럼 경멸한다. 사랑의 신은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해 화살을 쏜다. 화살에 맞은 트로일러스는 트로이를 버리고 그리스로 도망친 예언자 칼카스의 딸 크리세이드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의 시름에 고통스러워하게 된다. 판다로스는 친구 트로일러스가 자신의 조카딸 크리세이드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 이들을 엮어주려고 노력한다. 트로일러스는 판다로스의 조언에 따라 군사들과 함께 크리세이드의 집 앞을 용감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지난다. 크리세이드는 용맹스러운 트로일러스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고, 판다로스가 재치 있게 마련한 두 번의 만남 끝에 의심을 접고 열렬한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고 포로 교환을 하게 되는데, 칼카스는 그리스 원로들을 설득해 딸 크리세이드를 포로로 잡힌 트로이 장수 안테노르와 교환하는 데 동의를 얻어낸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절망하지만 그리스로 갔다가 십일 안에 돌아오겠다는 크리세이드의 계획에 따라 잠깐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리스로 크리세이드를 호송했던 디오메데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으며 이별에 슬퍼하던 크리세이드의 마음은 차츰 변하고 이를 알게 된 트로일러스는 운명의 신을 저주하며 전쟁에 뛰어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