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자아였다. 그 의미와 본질을 나는 알고자 했다. 그곳에서 내가 빠져나오려고 했던 것, 극복하고자 했던 것, 그것은 자아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는 없었고 다만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만 그것에서 도망쳐서 그 앞에서 숨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실로 세상에서 이 자아만큼 내가 생각에 몰두하게 만든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번거로운 제식과 스승의 가르침에 한계를 느낀 싯다르타는 같은 뜻을 가진 친구 고빈다와 함께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숲속의 사문들 곁에서 고행을 통한 자아의 초극을 체험하려 한다. 그러나 사문의 고행도 이미 크게 성장한 그들의 정신 세계를 만족시키지 못하여 그들은 고타마 붓다에게로 인도된다. 그곳에서 붓다의 설법을 듣고 고빈다는 붓다에 귀의하나 싯다르타는 설법에 대한 불신만을 확인하고 떠난다.
깨달음을 갈망하는 그는 이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기로 결심하고 방탕한 세속 생활에 실제로 몸을 담근다. 아름답고 현명한 기생 카마라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상인 카마스바미에게서 부와 허세를 배운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이런 생활을 윤회와 어린애의 유희로 보고 경멸하며 도박에 몰입하다가 속세의 생활에서 도망친다. 그러나 자살하기 직전, 희망에 찼던 청년 시절의 기억과 강의 신비스러운 음성이 그를 지켜준다. 그후 뱃사공 바수데바의 조수로 살아가다가 임종을 맞은 카마라를 만나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얻게 된다. 아들을 통해 싯다르타는 가장 괴로운 부성애의 번뇌를 겪는다. 버릇없는 아들이 아버지를 떠나는 상실감도 싯다르타는 견디어낸다. 그리고 속세의 쾌락에 대한 정신적인 오만도 초극한다.
바수데바를 길잡이삼아 강의 가르침을 받은 싯다르타 자신은 겸허한 완성자에 이르고, 어느 날 여전히 평화를 못 찾고 구도의 길을 걷는 붓다의 제자 고빈다는 강가를 찾아와 완성자 싯다르타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