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와 스티븐
도심과는 떨어진, 영국의 아름다운 마을 콜워스. 데이지는 사교적인 성격의 아버지 헥터가 소유한 ‘데이지 호텔’을 운영하는 지배인이다. 어느날, 조부를 만나러 떠나 새해까지는 돌아오지 않기로 되어 있던 남편 스티븐이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 위독하다는 갑작스런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통속적인 드라마처럼, 운전중이던 그의 옆에는 낯선 여자가 동승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경상을 입었을 뿐이란다.
스티브는 거짓말에 능한 데다 놀고먹는 건달 기질이 다분한 남자였다. 그 사고 직전까지, 데이지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암에 걸렸기 때문에 미국에 건너가 신기술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거액을 빌려달라고 했던 것도 그 여자와 떠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편을 착잡하게 바라보던 데이지는 직계 가족 외에는 면회가 금지된 병원 측에 그와 동승하고 있던 여자에게도 면회 기회를 줄 것을 당부한다. 어쨌든 임종은 하게 해주어야 하니까.
멜과 바니
1년 후 남편의 무덤을 찾은 데이지. 스티브의 임종 직전 그의 건강한 신장을 이식하기로 했었는데, 그 수혜자는 바니라는 청년이었다. 늘 병에 시달리며 불행하게 살던 바니는 신장이식으로 인해 얻게 된 행복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이 묻어나는 편지를 보내 왔다. 별다른 애틋한 감정은 남아 있지 않지만 데이지는 이 편지를 무덤 앞에서 낭독해 준다. 그러다가 자신보다도 더 자주, 매주 그곳에 꽃을 바쳐 온 남편의 여자, 멜과 마주치게 된다. 스티브를 진정 사랑했던 멜은 그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있고, 당연하게도 데이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가 스티브의 신장 이식 사실을 알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스티브가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닌데 생면부지의 사람이 살아나 봐야 무슨 소용이냐면서.
타라와 도미니크와 애너벨
한편 남자에 대한 호기심과 식욕이 왕성한 타라는 데이지의 친구이자 호텔의 메이드. 이상하게도 스테디하게 남자를 사귀지 못한 채 꼭 채이곤 한다. 남자에 관한 한 맹할 정도로 순진한 구석이 있는 그녀는 배우가 되겠다는 왕년의 꿈도 고이 접은 상태이다.
어느날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손님이 자신의 옛 남자 친구임을 알고 놀란다. 예전의 일이라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 결혼식 당일, 신부 일행이 일찍 도착해 한창 단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뒤이어 도착한 옛 남자 친구 도미니크가 타라를 발견하고는 예상 밖의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통에 당황한다.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단 한 가지, 스타가 되려는 열망에 불타 다른 것을 무시하는 태도를 참을 수 없어 떠났다는 것이다. 그 말에 반신반의하는 그녀를 갑자기 덮치는 도미니크. 타라는 저항하지만 바로 그 현장을 예비 신부 애너벨의 여동생에게 들키고 만다. 도미니크는 야비하게도 타라가 자신을 유혹했다는 식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다. 타라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을 합리화한다. 유산이 막대한 신부와 꼭 결혼해야만 하는 그 야비한 속을 들여다보면서도 호텔이 제소 당하는 등의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타라는 신부 가족들에게 자신이 먼저 유혹했다고 거짓 시인하면서 용서를 구해 다행히 결혼식은 예정대로 무사히 치러진다. 이 일로 잠깐이나마, 평생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별로 현실성 없는 결심을 하기도 하지만, 신혼 여행 이후에도 끈질기게 계속되는 도미니크의 유혹을 끊어내지 못한다.
데이지와 데브와 조시
도미니크의 간청에 신랑 측 들러리를 섰던 왕년의 럭비 선수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미남 데브.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 그는 데이지에게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면서도 도미니크의 신부 동생과 장난스러운 데이트를 하면서 데이지를 헷갈리게 한다.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된 사실에 감사를 느끼던 청년 바니는 마침내 데이지를 방문하고 자신에게 신장을 나누어준 미지의 인물, 스티브에 대해 많은 질문을 퍼붓는다. 삭막한 도시 맨체스터에 살던 바니는 호텔이 있는 동네의 그림 같은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은 데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 아기 엄마에게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는 마침내 따분한 관청 일을 버리고 호텔의 수위로 취직하려는 결심을 굳힌다.
한편 오래 전 대학 시절 데이지의 남자 친구였다가 헤어진 뒤 만난 적이 없던 조시가 어느날 갑자기 호텔에 나타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