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테오도어 루스벨트는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그후 한 세기 동안 지구상의 하천이 겪게 될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하천의 유량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홍수 때 불어난 물을 저장하기 위한 대규모 저수사업이 필요합니다.”
이듬해 연방의회에서 국토매립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은 하천관리가 경제와 사회 발전의 기반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의 수자원 이용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토목기술자들은 관개와 홍수조절, 수력발전, 상수 공급을 목적으로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고,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강바닥을 준설하고, 홍수 때 범람한 물을 가둬놓을 수 있도록 제방을 쌓았다. 국내의 물수요와 전력수요, 홍수대책 요구가 점점 높아지면서, 하천들은 잇달아 인간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형되었다.(중략)
1997년,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배리 골드워터(1964년 대통령선거 때 공화당 후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지금 콜로라도 강에 글렌캐년 댐을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서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중략) “반대할 겁니다. 강에 댐을 세우면 반드시 잃는 게 생기니까요.”
루스벨트와 골드워터, 이 두 사람의 발언은 각각 하천에 대한 20세기식 접근법의 시작과 끝을 대표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 pp.15-16
인간의 입장에서만 보아도, 건강한 하천은 무수한 ‘생태계 서비스’, 즉 인간 사회와 경제에 이로움을 주는 자연생태계의 활동을 수행한다. 강과 습지를 비롯한 담수생태계는 인간의 경제를 계속해서 번창하게 만드는 자연적인 토행한다일부를 구성한다. 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공장에서다일하는 노동자들처럼 높은 생산성을 올리면서 부지런히다일한다. 이들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폐기물을 분해하여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생산한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는 대단히다효율적으로 수로를 형성하여 퇴적물을 분배하고 어류 등 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그런데 하천은 이런다일들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수행한다. 설령 인간이 강이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기능들을 빠짐없이 모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인간이 그 모든다일을 직접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습지의 생태계 서비스만 따져도 1헥타르당 연간 2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는 방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p.17
지금까지는, 하천을 복원하거나 보호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수질개선과 하천이 완전히 말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유지유량의 확보, 이 두 가지 목적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지유량의 확보와 수질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전체 하천 시스템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기능과 절차를 회복시키는 데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중략)
간단히 말하자면, ‘21세기형 하천관리’의 주요 과제는 인간의 물수요와 하천 자체의 물수요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하천의 경제적 가치 산정과 하천관리와 관련한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의 하천연구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인간의 물수요와 하천 자체의 물수요를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검증하고 있다. 2장과 3장에서 논의하겠지만, 가장 기대되는 접근법에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새로운 관리방식, 그리고 새로운 정책도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하천관리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즉 하천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고, 하천에서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군가에 대한 지침과 사례를 확립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다룬다. --- pp.18-19
우리는 사고를 전환하여 건강한 생태계의 보전을 물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활동의 분명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사고는 인간의 물 경제는 자연의 물 경제의 부분집합이며, 인간 사회는 건강한 생태계에 의존하고, 생태계로부터 여러 가지 귀중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인간 사회는 이런 혜택을 보전하기 위해서 ‘생태계부양 할당ecosystem support allocation 또는 생태부양 할당eco-support allocation’ 원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강 시스템 자체의 건강과 적절한 작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유량의 양과 질, 시기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부양 할당 원칙은 인간 사회가 자연적인 강의 유량을 변경할 수 있는 정도에 일정한 제한을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한계를 ‘지속가능성 경계sustainability boundary’라고 부른다. 담수생태계는 인간의 물수요를 충족시키고 남은 나머지 몫--점점 줄어가는 파이 조각--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만큼의 몫을 받는다. 〈그림 1-8〉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인 목적을 위한 강의 유량 변경은 점차 늘어나지만, 그것은 지속가능성 경계에 도달할 때까지만이다. 지속가능성 경계는 생태계 부양의 목적으로 할당된 유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 p.64
얼핏 보기에는, 하천관리와 관련한 이런 한계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다. 어떤 강 유역에서 인간의 취수와 유량 변경 활동이 이런 한계에 도달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강을 더 심하게 변경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대신에 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미 인간의 목적을 위해서 쓰고 있는 물에서 더 많은 편익을 산출하는 방식)과 지금까지보다 더 공평하게 물을 할당하는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식의 생태계부양 할당량 설정은 수자원의 보호와 재활용, 효율적인 이용의 잠재력을 배가시킴으로써 인간 사회가 강으로부터 최대의 가치(하천 내 이용으로 얻는 편익과 취수를 통해 얻는 편익을 포함해서)를 끌어낼 수 있게 한다. 하천관리의 이러한 변화는 댐 건설과 수리시설 건설에 투입되던 일자리를 줄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조경 및 녹색건축 기술, 점적관개drip irrigation 기술, 생태농업, 도시환경 보호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 pp.64-65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자들은 건강한 하천생태계에는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후 4년 동안 재키 킹과 수자원삼림국의 델래나 루는 신중하게 구축되고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문제해결 방법을 제공하는 ‘빌딩블록 방법Buiding Block Methodology, BBM’의 개발을 주도했다.
특정한 강에 BBM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로 연구팀이 꾸려져야 한다. 수문학자는 강의 자연적인 유량조건의 특징을 파악해서, 예상되는 홍수의 빈도와 규모, 기간을 연도별로 산정하고 다달이 예상되는 저수위와 고수위의 통상적인 범위를 산정한다.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는 전문가는 유량 수위에 따라서 얼마나 많은 강과 범람원이 범람하는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만든다. 다른 연구자들은 강에 서식하는 어류와 포유류, 수생곤충, 양서류, 수중식물과 수변식물, 물리적 서식지에 관한 생물학적 데이터와 수질 정보를 수집한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면, 각 생물종 혹은 자연적인 생물군집이 상이한 유황에 어떤 식으로 의존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 pp.87-88
제2장의 주제는 하천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이론적 측면의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식 하천관리에서는 강에는 항상 일정한 수심 이상의 물이 고정적으로 유지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을 위한 강의 이용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때, 안정적인 물이용과 수운을 위한 수로를 확보하는 데에는 하천 유량이 변하지 않고 일정한 수심으로 유지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하천관리방식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강을 살리는 데에는 하천 유량의 복원이 아니라 하천의 자연적인 유황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연상태의 하천에서는 똑같은 유량이 항상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올 때는 강에 물이 넘쳐흘러서 범람원까지 잠겼다가, 갈수 살리 모래톱과 습지가 드러난다. 지진파나 전파의 맥동 복는 데에은 그 지역의 기후와 특성에 맞는 고유한 진동이 올진폭을 갖는 저마다의 물흐름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하천의 유황이다. 하천 주변의 생태계 올주민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하천 유량의 맥동에 적응하는 삶을 영위해왔다. 하천살리기는 다름 아닌 이러한 하천의 자연적인 유황을 복원하는 것이다. 요컨대 2장에서 저자들은 하천살리기의 구체적인 방향과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305,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책이 하천살리기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먼저, 하천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하천관리 패러다임은 항상 하천에 일정한 수위의 물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하천의 유량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일정한 수량이 하천에 흐르도록 하는 것이 하천관리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천에 가능한 한 많은 댐과 유량조절을 위한 시설들이 설치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가장 주안을 두는 것이 하천에 일정한 수심을 확보하고 항상 고정된 유량이 흐르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러한 전통적인 하천관리정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책 전반에 걸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하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천에 항상 일정한 수심의 고정된 양의 물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기후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적인 유황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유황을 변형시켜 하천 유량을 일정하게 하면 하천의 건강성과 생태적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 p.308, 옮긴이 후기 중에서
다음으로 하천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좋은 하천 거버넌스의 구축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환경 중심의 관리로 어떻게 이행하는가 하는 일반적인 환경론의 구도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하천복원사업을 둘러싼 개발과 환경의 갈등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하천살리기를 위해 협력하고 같이 노력해가는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하천환경의 복원을 위해 댐을 해체하는 사례가 아니라 정책입안자, 댐 관리자, 수리수문 전문가, 생태학자,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인간의 물이용 욕구와 하천의 건강성 회복이라는 현재로서는 좀체로 양립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가치들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댐 운용방식을 변화시켜가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언뜻 시간낭비일 것 같고 불필요하게 지나친 노력을 쏟아붓는 것 같은 지리한 협의와 토론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여러 하천복원의 실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pp.308-309, 옮긴이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