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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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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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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84g | 128*188*20mm
ISBN13 9791186404881
ISBN10 118640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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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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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아름다운 것은 금세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어. 여긴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일 뿐 우리의 삶은 결코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우리의 삶이 진짜 「비포 선라이즈」가 되려면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긴 채 다시 만날 약속 따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작별을 했지. 싱겁게도, 그게 우리의 끝이었어. --- p.58

나의 경우 여행은 내 삶이 고여 있지 않다는 ‘자기 위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언가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흐르기’ 위한 여행. 백지 위에서는 시로 멀리 가고, 실제 삶에서는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멀리멀리 가서 더 멀리 가기를 늘 꿈꾸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자 여행이었다. --- p.164

인간의 감정은 액체와 같아서 쉴 새 없이 출렁여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출렁임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라는 그릇이 필요하다. 흘러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딱 그만큼의 양을 담아낼 그릇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윽고 그는 허탈하게 노트를 덮었고 짐을 꾸려 자리를 떴다. --- p.173

각자의 여름은 다르게 적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긴 여행 끝에 돌아온 그리운 집이었을 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더위나 태풍보다 강렬한 이별의 혹한이기도 했을 것이다. 저물어 가는 여름밤, 노천 콘서트장에 앉아 무심한 듯 묻는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 p.211

발레리의 묘지 옆 계단에 앉아 내려다본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죽음의 장소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묘지의 이름이 ‘해변의 묘지’라는 사실이 내게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발레리가 「해변의 묘지」라는 시를 쓰면서 자신이 죽은 후 ‘해변의 묘지’에 묻힐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p.230

이따금 장소와 사람은 1:1의 대응을 이룬다. 파리는 유난히 그런 장소가 많다. 미라보 다리에서는 기욤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의 사랑을, 퐁네프 다리에서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미셸과 알렉스를, 아케이드 파사쥬에서는 베냐민을 떠올리게 된다. 『레 미제라블』의 감동이 가시지 않는 이들이라면 노트르담 대성당에 이어 보주 광장 근처의 ‘빅토르 위고의 집’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고, 몽마르트르에 갔다면 ‘달리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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